흐멍족과 다오족 | ||||||||||
인구 3만6천 명의 사파는 1922년에 세워진 오래된 고원 휴양도시(hill station)로, 베트남 북서지방 제일의 관광지이자 독특한 소수민족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각종 트레킹 루트의 베이스가 되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엔 사정이 많이 나아졌다. 하노이에서 라오카이까지 침대칸이 딸린 야간열차가 매일 밤 운행하기 때문이다. 일단 라오카이에 내리면 역전에 기다리는 수많은 미니버스를 골라 타고 2시간 거리의 사파까지 쉽게 다다를 수 있다. 90년대 이후 외국인용 관광리조트로 급부상
하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오랜 기간 사파 일대는 관광리조트로 발전하기에 여러 걸림돌들이 산재해 있었던 게 사실이다. 2차대전 중에는 프랑스 식민정부에 맞서는 게릴라들이 이곳을 중심으로 항전했기에 관광객들이 안심하고 찾아오기 힘든 면이 있었고, 베트남전 때에도 마찬가지로 게릴라들이 미군을 상대로 이곳에서 전투를 벌여왔다. 그리고 1979년 중국과 베트남 사이에 국경분쟁이 발생했을 무렵에도 이 주변은 한때 민간인 통제구역으로 대규모 군사시설이 들어서기도 했다.
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하노이의 주요 여행사에서는 교통 숙식을 포함한 나흘간의 패키지 투어를 선보이며 외국 여행자들을 유혹해왔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편리한 교통의 발달로 누구나 혼자서도 쉽게 방문할 수 있기에 사파는 베트남 제일의 관광지로 손색없는 곳이 됐다. 세월이 흐르면서 여러 가지 상황이 바뀌고 개선됨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은 게 하나 있다. 바로 비가 자주 내리고 안개 가득한 이 지역의 날씨다. 비수기인 겨울철에 방문한다면 반드시 따뜻한 옷을 챙겨야 하고, 이슬비와 안개에 대비해 우산이나 손전등을 준비해야 한다. |
독특한 문화 탐방…판시판 산행도 | ||||||||||||||
트레킹을 통한 문화체험
사파를 찾은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산악마을을 따라 트레킹을 즐기기 위해 이 먼 곳까지 찾아온다. 즉 트레킹을 통해 독특하고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감상하고, 소수민족들이 모여 사는 마을들을 방문하기 위함이다. 마을마다 지닌 독특한 문화와 소수민족들의 다채로운 삶의 방식들을 직접 보고 체험해볼 수 있다는 점은 베트남의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장점이다. 짙은 안개 속에서 질퍽한 시골길을 걷다가도 서너 명 무리를 지어 전통의상을 입고 지나가는 소수민족들을 마주치게 되면 눈웃음치며 인사를 나누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절로 미소가 나오게 된다.
대부분의 트레킹은 사파 주변 마을에 위치한 실버 폭포라 불리는 탁팍(Thac Bac), 무옹호아(Muong Hoa), 강을 가로지르는 카우마이(Cau May), 구름다리 등을 둘러보는 일정을 포함한다. 좀더 일정이 길고 체력적으로 힘든 코스를 택한다면 인근의 판시판 산(Mt. Fansipan) 주변의 고산마을까지 방문하는 트레킹을 선택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약 47만 명으로 추정되는 다오족도 55만 명인 흐멍족과 함께 베트남에서 가장 큰 소수민족 중 하나로 분류되며, 이 지역 일대에 거주하고 있다. 베트남뿐 아니라 중국과 라오스 국경 일대에도 넓게 분포하는 다오족은 전통적인 중국 의학술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리고 중국문자와 비슷한 모양의 놈다오(Nom Dao) 문자를 독자적으로 지니고 있기도 하다.
때로는 고산지대에서 마약성분의 약초를 재배하는 이들이 가끔 행상인으로 나서서 성냥갑 속에 아편을 숨긴 채 다가와 판매하는 고도의 전략을 보이기도 한다. 근래에는 이들이 재배한 마약이 중국이나 동남아 시장으로 흘러들어가면서 국제적인 문제가 되고 있기까지 하다. 또한 이들 소수민족은 학교를 다니지 않기 때문에 글을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른다. 하지만 가끔 영어와 불어를 잘 구사하는 아이들을 만나게 될 때마다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된다. 엄청나게 몰려드는 관광객들의 영향으로 이곳의 소수민족들이 고유문화를 잊고 이들이 접촉한 제3세계의 문화를 동경한 채 고향을 떠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러한 문화적 피해(cultural demage)는 이미 일부 소수민족 사이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판시판 산과 트람톤 패스
사파 주변에는 호앙리엔(Hoang Lien) 산맥이 있다. 베트남의 최고봉인 3,143m의 판시판도 이 산맥에 있다. 정상은 연중 내내 접근 가능하며 신체 건강하고 적절한 등산장비를 갖춘 여행자라면 누구나 오를 수 있다. 단, 등산코스마다 물기가 많아 미끄럼에 주의해야 하고, 추위에도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판시판 산에 오르는 사람들은 전문 산악인들보다 관광객들이 많다. 사파에서 9km 떨어져 있기에 차량 없이 걸어서 다다를 수 있다. 짧은 거리에도 불구하고 정상에 오르고 돌아오는 여정은 3~5일 정도 소요된다.
사파를 방문한 여행자 중 일부는 디엔비엔푸를 거쳐 국경을 넘어 라오스로 들어가기도 한다. 디엔비엔푸까지 내려가는 길 중간에는 라이카우(Lai Chau)라 불리는 아름다운 고산마을이 있다. 사파에서 라이카우로 내려갈 때 거치는 곳이 바로 트람톤 패스(Tram Ton Pass)인데, 해발 1,900m인 이 고개는 베트남에서 가장 높은 고갯길이다. 시원하게 뻥 뚫린 장엄한 경관에 압도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시시각각 변하는 기후 변화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사파 지역은 춥고 구름이 많이 끼지만 고갯길을 넘어 라이카우로 내려오면 급격하게 따뜻해지고 날씨가 맑아지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
글·사진 김후영 포토저널리스트
[여행정보]
● 가는 길
하노이에서 라오카이(Lao Cai)까지 매일 주간과 야간에 각각 한 편씩 열차가 운행된다. 버스도 운행하지만 대다수의 여행자들은 열차를 선호한다. 야간열차를 탈 경우 편리한 침대칸을 이용할 것을 추천한다. 침대칸인 경우 요금은 종류에 따라(hard bed/soft bed) 10만/20만 동(Dong·약 6천원/1만2천원)이다.
라오카이역 앞에는 사파로 가는 승객을 태우려는 호객꾼들로 붐빈다. 1인당 요금은 약 2달러 정도이며, 약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 방문시기
1~2월이 가장 춥고 안개가 많은 시기이고, 3~5월이 방문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다. 6~8월인 여름철도 서늘한 기후로 방문하기 좋으나 종종 비가 많이 내린다. 또한 사파의 명물인 토요시장을 보러 금요일이나 토요일 오전에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기 때문에 주중에 이곳을 방문하여 미리 숙소를 정하는 것이 현명하다. 때때로 수많은 단체관광객으로 인해 호텔 객실이 부족하고 객실료가 오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 트레킹
사파의 대부분의 호텔에서 트레킹 프로그램을 알선해준다. 트레킹은 하루 일정부터 길게는 7~10일 여정의 프로그램도 있다. 배낭여행자들의 아지트로 오랫동안 인기를 끈 비에트훙호텔(Viet Hung Hotel·전화 871313)을 비롯해 캇캇 게스트하우스(Cat Cat Guesthouse·전화 871387), 오베르쥬 호텔(Auberge Hotel·전화 871871) 등이 저렴하고 안전한 트레킹 프로그램을 알선해주는 숙소들이다.
● 판시판 등반 정보
판시판 산 가이드 비용은 하루 15~20달러 정도이며, 포터는 하루 10달러 정도다. 또한 등산을 위한 허가서 비용 5달러가 별도로 든다. 등산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10월 중순에서 12월 중순 사이이며, 꽃이 피기 시작하는 3월도 방문하기에 적합하다.
● 환율
화폐는 동(Dong)이며, 100동은 약 6원.
● 비자
대한민국 여권 소지자의 경우 관광목적으로 비자 없이 15일간 체류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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