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와 고대 문명의 교차로, 하늘 아래 첫 마을
사파 (Sa Pa)
흐몽 (HMong), 야오 (Dao), 따이 (Tay), 야이 (Giay), 싸뽀 (Xa Po) 등 약 다섯 개의 소수민족 (인구 4만 여명)이 모여 사는 고산도시 사파(해발 1,600m)는 1922년에 세워진 오래된 고원 휴양도시(hill station)로, 베트남 북서지방 제일의 관광지이자 독특한 소수민족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각종 트레킹 루트의 베이스가 되는 곳이기도 하다.
북 베트남에서의 유명한 관광지 중 해변을 말할 때 우리는 단연 하롱베이를 꼽는다. 그러나 산지를 말할 때는 사파만한 곳이 또 있을까? 사파야말로 지리적인 위치·환경·기후와 그 경관은 특유한 문화의 총관적인 텍스트를 제공한다. 사파는 홍하의 발원지인 중국의 운남 성과 국경을 형성하고 있는 라오까이 (Lao Cai)로부터는 38km, 베트남의 수도인 하노이와는 333km 떨어져 있는 곳에 위치해 있으며, 해발 1,500m 높이로서 베트남에서 가장 높은 산맥인 호앙링성 산맥 안에 속해 있고 이 산맥 위에 인도차이나에서 가장 높은 ‘판시팡’이라고 불리우는 산 (3,143m)이 우뚝 자리 잡고 있다.
** ‘크루베이’의 살아있는 풍경화가 여기 있다!
사파는 높은 산위에 위치해 있기에 북부 평야와는 달리 평균온도가 상당히 낮으며, 사계절이 분명한 온대성 기후를 가지고 있다.
사파에서 하룻밤만 자고 나면 하루에 일 년 사계절을 동시에 경험하게 되는데, 이것이 여행객들에게 대단한 매력을 주고 있다. 라오까이에서 차를 타고 구불구불 이어지는 아름다운 골짜기를 약 40분 정도 올라가면 사파에 도착한다. 이렇게 높은 곳에 마을이 형성되어 있었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사파의 정상에 이르면 이번엔 북서쪽으로 또 다른 아름다운 골짜기(구릉지)를 내려다보게 된다. 계곡 사이로 흐르는 맑은 개천과 계단식 논들, 다채로운 소수 민족들의 모습, 그리고 그들이 사는 전통적인 가옥인 냐성 (Nha San)이 군데군데 있는 것이 ‘크루베이’의 살아있는 풍경화를 보는 듯하다.
또한 근·현대 프랑스식 건축물과 유럽식 교회당, 그 앞을 서성대는 한 무리의 고대인들! 사파야말로 다양한 문화들을 태동시키는 매우 생동감이 있는 문화의 풍경을 담고 있다.
사파는 이 세상과 동 떨어진 장소 같으면서도 이 세상과 붙어있는 이중적인 성격을 가진 장소이다.
** 남쪽에는 달랏, 북쪽에는 사파
사파는 20세기 초(1918년) 프랑스가 베트남을 지배하고 있을 당시 프랑스의 관리에 의해 발견되었다.
사파의 기후가 좋은 연고로 프랑스가 남쪽엔 달랏 (Da Lat)을, 북쪽에는 사파 (Sa Pa)를 휴양지로 지정하여 개발하기 시작했다.
사파가 90년대 중반부터 베트남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로 급부상하게 된 이유는 마을 주변에 드넓게 형성된 신비롭고 스펙터클한 자연경관이 입소문을 통해 외국 여행자들에게 알려지면서부터다. 또한 형편없던 주변 도로가 업그레이드되고, 잊혀진 프렌치 스타일의 옛날 호텔들이 개보수를 거쳐 새롭게 단장한 것도 외국 여행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큰 몫을 했다.
** 사파 여행의 적기는?
사파에 올라가려면 4월이나 5월이 가장 좋다. 조금 늦다면 6월도 괜찮을 것이다.
가을도 좋은데 가을에는 간혹 가랑비가 내리고, 겨울에는 흐린 날이 많아 사파여행이 망쳐 질 수 있다. 아니면 한 여름인 7월 8월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여름에는 비가 자주 내린다. 물론 장마비가 아니고 잠깐 스쳐 지나가는 비라 상관없다.
적기(適期)에 사파에 오르면 시시때때로 변화되는 날씨를 만끽하며 저녁에는 숯불 위에 파는 군고구마, 옥수수, 고치구이, 대나무 밥 등이 여행객들에게 물씬 낭만을 제공한다. 특히 교회당 주변에 늘어져 있는 야간 먹거리 시장은 사파의 경관에서 빠뜨릴 수 없는 또 하나의 풍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 사파여행의 백미, 산악 트레킹
사파의 겨울철 최저기온은 종종 0℃까지 내려간다. 이러한 서늘한 날씨는 복숭아나 자두와 같은 과일을 재배하거나 약재에 쓰이는 화초 등을 가꾸는 데 상당히 유리하다.
사파를 찾은 상당수의 여행자들은 산악마을을 따라 트레킹을 즐기기 위해 이 먼 곳까지 찾아온다. 즉 트레킹을 통해 독특하고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감상하고, 소수민족들이 모여 사는 마을들을 방문하기 위해서이다. 마을마다 지닌 독특한 문화와 소수민족들의 다채로운 삶의 방식들을 직접 보고 체험해볼 수 있다는 점은 베트남의 다른 곳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이곳만의 독특한 장점이다.
짙은 안개 속에서 질퍽한 시골길을 걷다가도 서너 명 무리를 지어 전통의상을 입고 지나가는 소수민족들을 마주치게 되면 눈웃음치며 인사를 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절로 미소가 나오게 된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사파에는 당일코스부터 1주일 넘는 코스까지 다양한 트레킹 코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대부분의 짧은 트레킹 코스는 가이드와 함께 인근 마을들을 둘러보며 시골길을 걷는 것인데 시골마을에 들러 집안을 둘러볼 기회도 갖게 되고, 때로는 기대치 못했던 환대를 받을 수도 있다.
대부분의 트레킹은 사파 주변 마을에 위치한 실버 폭포, 탁박 (Thac Bac)을 가로지르는 꺼우마이(Cau May, 구름다리) 등을 둘러보는 일정을 포함한다. 좀 더 일정이 길고 체력적으로 힘든 코스를 택한다면 인근의 판시판 산 주변의 고산마을까지 방문하는 트레킹을 선택할 수도 있다.
** 살아있는 소수민족 박물관
사파는 소수민족 마을로 유명한 곳이다. 사파 지역의 가장 대표적인 소수민족은 흐몽 (Hmong) 족과 야오(Dao)족 등이다. 19세기 중국에서 내려온 흐몽 족은 베트남에서 가장 큰 소수민족 중 하나로 고산지대에 살면서 과일이나 약초 등을 재배하고 소나 돼지, 닭과 같은 가축을 기르며 생계를 유지한다. 흐몽 족에는 블랙, 화이트, 레드, 그린, 플라워 등으로 명명된 여러 개의 그룹이 있는데, 이들은 서로 미묘한 차이를 보이며 각기 다른 관습과 문화를 지니고 있다. 이들 중에서 특히 블랙 흐몽 족이 일반인들의 눈에 가장 쉽게 식별된다. 이 그룹의 여성들은 원통 모양의 모자를 쓰고, 각반을 다리에 착용하고 있으며, 남색으로 염색된 아마포 의상을 즐겨 입기 때문. 또한 이들은 다른 종족보다 더 큰 크기의 은장신구를 몸에 많이 치장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와 함께 약 47만 명으로 추정되는 야오 족은 전통적인 중국 의학 술까지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들 소수민족은 대다수가 매우 가난하지만, 최근 관광객들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하는 방법을 터득하면서 생계를 그럭저럭 꾸려나가고 있다. 하지만 엄청나게 몰려드는 관광객들의 영향으로 이곳의 소수민족들이 고유문화를 잊고 이들이 접촉한 제3세계의 문화를 동경한 채 조만간 고향을 떠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게다가 사파에서 가장 유명한 풍속중의 하나인 사랑시장 쩌띤(cho tinh)도 요사이 원래의 모습을 점점 잃어가고 있어 안타깝다.
>> 사파 가는 법 : 사파는 하노이에서 350km, 라오까이에서 36km 북쪽에 있다. 사파로 가려면 일단 하노이에서 밤기차 (신 카페 요금 22$, 저녁 9시 30분에 출발, 8-9시간이 지나 아침 6시에 도착)를 타고 라오까이까지 간 다음 거기서 대기하고 있는 관광버스 (2만 5천동)를 타고 다시 구불구불한 산길을 한 시간 반 정도 더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