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문화

kimswed 2007.07.08 07:49 조회 수 : 3206 추천:769



베트남 전통 자수화 짠테우 (Tranh Thêu)

“베트남 전통자수 공예가들의 작업은 본질상 ‘신의 창조행위’와 다를 바 없다.”



음을 가다듬고 호흡을 고른다. 조상들의 기품과 성품을 담아내고 혼이 살아 누대로 이어지기를 바라면서. 무념무상으로 수놓기 시작한다. 혼란한 마음을 가라앉히면 굳어 있던 손이 풀리고 바늘과 사람의 호흡이 하나로 어우러져 한 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자리를 찾아 땀땀이 꽂혀간다. 천사의 옷에는 솔기가 없다는 말처럼 어디 한군데 흠잡을 곳 없는 완벽한 바느질, 아니 그림이다. 한 땀 한 땀 수를 놓아 갈 때마다 소담스런 꽃들이 그 자태를 뽐내고, 유연하게 빼 올린 긴 목의 봉황이며 구름 위의 세상이 손끝을 통해 피어난다. 그들에게 바늘은 붓이며 천은 캔버스요, 알록달록 오색실은 물감이 된다. 그들에게 바느질은 하나의 간절한 신앙이고 그는 고행의 길을 가는 구도자와 다름없다. . .이처럼 자수가 예술작품으로 승화되려면 단순한 기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깊은 신앙심과 혼이 깃들어야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베트남 전통 자수화는 17세기 레꽁한 (Le Cong Hanh)이 중국으로부터 자수 기술을 습득하여 베트남 고유의 자수기법과 결합, 독창적이고도 창의적인 작품을 개발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전국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후에 (Hue)는 윙 (Nguyen) 왕조가 이곳에 고도를 건설할 무렵부터 장려되어 왔는데 바오다이 황제의 어머니인 호앙티꾹 (Hoang Thi Cuc)은 자수의 달인이었고, 남프응 (Nam Phuong) 황후 역시 프랑스 유학시절 그곳에서 서양의 자수기술을 습득한 이후 그것을 전통자수기법과 잘 조화시켜 독특한 궁전 자수화를 창조해냈다. 후에 여성의 세밀하고 아름다운 미적 감각이 충분히 가미된 후에 자수화 (이중 가장 인기 있었던 것은 실크자수였음)는 윙 왕조의 황족들이 사족을 못 쓸 정도로 좋아했던 특산품이었다.

한편 1990년 이후 보방구엉 (Vo Van Quun)과 호앙티쑤언 (Hoang Thi Xuan)이라는 걸출한 예술가들이 등장하기 시작하자 실크자수의 황금기가 도래했다. 이때 이후 그동안 범람했던 중국풍의 화풍이 서서히 사라지고 베트남 고유의 민족 문화적 특색을 고스란히 간직한 전통적인 자수화들이 대거 등장하게 된 것이다. 베트남인들의 순수하고 소박한 마음, 심지어 농촌 삶의 소박함까지 담은 완전히 베트남 적인 그런 자수였다.

베트남 자수화는 마치 그 속에서 대상물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다이나믹한 생동감과 뛰어난 상상력, 그리고 어디서 시작했고 어디서 끝이 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고 세미한 것이 그 특징이다. 하지만 자수화 중에서도 가장 다루기 어려운 영역이 바로 초상화다. 아무리 손기술이 좋은 장인이라도 초상화 한 작품을 제대로 만들려면 최소한 3개월은 걸린다. 자식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눈길, 낚시에 몰두하는 노인의 느긋한 얼굴 표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해내는 것은 웬만한 손기술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풍경화와 달리 초상화에서는 수정이란 단어 자체가 용납되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고도의 집중력과 세심한 배려가 요구된다. 이렇게 탄생된 작품 하나하나에는 가정과 이웃을 향한 희망, 사랑, 믿음, 우정 등이 고스란히 수놓아져 있다. 그렇다고 자수 풍경화의 경지가 그보다 한 단계 낮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물소 등에 올라 한가로이 피리를 부는 목동, 해변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뛰노는 아이들, 뙈약 볓에서 농사짓기에 몰두하는 농민 등을 담은 생명력과 정감이 넘치는 각각의 풍경화 속에도 고향을 향한 무한한 사랑과 애정, 그리움을 가득 들어있다.

베트남 여성들의 뛰어난 손기술, 고귀한 정신세계를 고루 담은 베트남 전통자수화, 수년에 걸쳐 마음과 정신을 함께 연마해나감으로써 완성되는 짠테우야말로 베트남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대표할만한 고귀한 문화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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