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엣미디어_양 선 욱 대표
한국의 영상산업과 기술은 세계적 수준이다. 한류의 첨병인 영화, 드라마가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한국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이고 경쟁도 치열하다. 영상 콘텐츠 업계에서 해외시장을 주목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비엣미디어(HANVIET MEDIA)의 양선욱 대표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양 대표는 오랫동안 동남아시아 영상산업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세계 영상산업의 주변부에 머물러 있던 동남아시아 영상시장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다. 다양한 언어와 인종, 종교의 배경을 지닌 동남아시아 각국은 경제적 성장과 개방화에 따라 영상산업의 발전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성장 잠재력도 컸다. 세계 각국의 주요 투자자들의 동남아시아 영상산업 시장에 대한 투자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여기에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른 신규 매체의 등장과 기존 미디어와 통신의 융합은 이 지역 영상물 콘텐츠 시장의 확대를 가져왔다
베트남에서는 외국인 명의 미디어사업 불가
양 대표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 같은 영상물 콘텐츠가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을 보면서 영상물 제작사인 프로덕션도 해외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을 하였다. 한국보다 영상제작 기술 숙련도가 높고 포화상태인 선진국보다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동남아시장에서 기회를 찾기로 했다.
2005년 본격적으로 중국, 베트남, 태국에 대한 시장조사를 시작한 끝에 베트남이 한국의 정서와 비슷한 점이 많아 낙점됐다. 2006년 초 베트남으로 진출을 결심하게 되었고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그러나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인 만큼 외국인의 투자진출에는 많은 장벽이 있었다. 시장조사 단계에서 이미 알고 있었고 각오도 했지만, 현지 법인설립부터 난관에 부닥쳐야 했다.
당시 베트남은 외국인이 직접 투자로 사업을 할 수 있는 분야가 매우 한정적이었다. 특히, 문화, 미디어사업 분야는 정부의 감시, 감독이 철저한 분야로 법인설립 시 법적으로 외국인은 단 1%도 지분을 가질 수 없었다. 다시 말해 100% 현지인의 지분으로만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연고지가 전혀 없는 타국에서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이 100% 타인의 명의로 사업을 한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하지만, 양 대표는 평상시 알고 지내던 한국인 선교사의 제자 중 한 명의 명의로 사업허가를 내고 ‘HANVIET MEDIA’를 설립했다. 그리고 광고, 홍보영상 제작 및 이벤트를 주 업무로 사업을 시작했다.
양 대표는 과감히 현지인 명의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명의를 빌려준 현지인이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산주의 국가인 베트남에서 기독교인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많은 불이익과 차별이 따른다, 예를 들어 베트남에서 기독교인은 정치인이나 군인, 경찰은 물론 공무원이 될 수 없다. 양 대표는 출세의 길을 포기하고 차별을 감수하면서살아가는 이 기독교인을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세계 영상시장의 변화와 한류가 만든 기회
이 무렵 세계 영상시장에 엄청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수준 높은 영상물을 제작하기 위해 값비싼 하드웨어 장비(카메라, 영상 편집장비 등) 구입에 많은 자본을 투자해야 했고 장비를 다룰 수 있는 인력이 매우 한정적이었다. 컴퓨터그래픽(CG)라고 불리는 최첨단 특수효과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 몇 나라에서만 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제작 환경이 디지털화 되면서 영상물 제작 환경에 획기적인 변화가 도래했다. 전 세계적으로 하드웨어의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게 되면서 영상장비들이 많이 보급되었다. 뿐만 아니라, 과거에는 CG를 배울 수 있는 곳이 한정적이었지만, 인터넷이 보편화 되면서 유튜브 같은 SNS를 통해서 누구나 쉽게 CG를 배울 수 있게 되었고 첨단 CG를 제작할 수 있는 인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되었다.
이제 영상물 제작 환경이 하드웨어로 경쟁하는 시대가 아닌 소프트웨어 즉, 장비를 다룰 줄 아는 사람들의 경쟁시대가 되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한국의 영상물 제작기술은 빠르게 발전했다. 급기야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한국 드라마가 동남아시아, 중국,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고 한류 바람이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했다. 이 같은 변화는 한비엣 미디어에도 기회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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