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홍배 변호사
김사장님은 친구가 운영하는 푸자푸자비나 회사에 2십만 달러를 빌려주면서, (1) 외국인(또는 외국인 회사)이 베트남에서 토지를 소유할 수 있는지, (2) 베트남에도 한국과 같은 등기제도가 있는지, (3) 채권자인 자신이 푸자푸자비나로부터 토지를 담보로 받을 수 있는지, (4) 외국인인 자신이 베트남 회사의 지분을 담보로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하여 질문하였다.
외국인과 토지사용권
여러분도 잘 알고 계시겠지만, 베트남에서 토지소유권은 전 인민의 소유에 속합니다. 그러나 위 말은 상당히 추상적이어서 감이 잡히지 않으므로 토지소유권은 국가에 귀속된다고 하면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은 가장 중요한 생산수단인 토지를 국유화하였고, 실제 토지를 이용하는 국민들은 국가로부터 일정한 제한(용도와 기한)을 수반하는 토지사용권만을 부여받게 됩니다.
베트남에서 토지사용권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먼저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토지사용권은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국가”로부터 그리고 “국가”와의 관계에서 창설되는데, 크게 3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번역에 따라 다른 용어를 사용할 수 있겠지만, 토지할당(Allocation)과 토지임대(Lease) 그리고 시효취득(Recognition) 3가지입니다.
시효취득은 원래 토지를 사용할 권원이 없는 자이지만, 일정기간 분쟁없이 안정적으로(stably) 토지를 사용한 자에게 당해 토지에 대한 권리를 인정되는 제도로 한국에도 동일한 제도가 있습니다. 외국인이 시효취득을 한 사례도 없겠지만, 법문상으로도 외국인과 외국조직은 시효취득을 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한편 토지사용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는 국가로부터 토지할당을 받거나 토지임대계약을 체결하는 것인데,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토지임대만을 기억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외국회사가 베트남에서 생산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 국가로부터 토지를 임대받을 수 있는데, 푸자푸자비나는 국가와 토지임대계약을 통하여 5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토지사용권을 받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참고로, 국가와의 관계에서 이렇게 창설된 토지사용권은 양도행위를 통하여 개별 경제 주체들 사이에서 이전될 것입니다.
베트남의 등록제도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베트남에는 등기제도가 없지만, 등록제도가 있어서 토지사용권을 담보로 제공하는 저당권제도가 존재하고, 일반적으로 토지사용권을 채권채무관계에 대한 담보로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조세, 건축행정 등 행정목적의 토지대장 내지 건축물대장 등 공부제도가 존재하고, 사법목적의 권리의무 관계를 규율하는 등기제도가 이와 별도로 존재합니다. 그래서 전자는 행정부에서 편제 관리하고, 후자는 사법부에서 편제 관리하므로 토지나 건물의 “권리관계”를 확인하는 것은 법원에 가셔서 토지(건물)등기부등본을 확인해야 합니다. 그러나 베트남에서는 사법부에서 운영하는 이러한 등기제도가 없고, 아직 행정목적의 공부제도가 당해 등록 자산의 권리의무 관계를 확인하는 제도와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으므로, 토지사용권의 권리관계 역시 행정부의 등록공부를 통해 확인해야 합니다.
일단은, 푸자푸자비나가 임대받은 토지를 임대료 등을 납부한 후 자연환경국(DoNRE)에 등록하여 토지사용권을 취득하고, 토지사용권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으며, 푸자푸자비나가 외국인 회사라고 하여 토지사용권을 취득하는데 어떤 제약이 존재하지 않으며, 등기제도가 없다 하여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토지사용권과 저당권
토지사용권을 등록하고 토지사용권증서를 발급받아 보관하고 있는 자는 자금조달시 자신이 보유한 토지사용권과 그 토지상에 존재하는 자산을 담보로 제공할 수 있으며, 장래 건축될 건축물도 담보로 제공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토지와 공장, 설비를 같이 담보로 제공하는 한국의 공장저당 같은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토지사용권 저당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반드시 토지사용권 저당계약서를 공증받아야 하며, 공증받지 아니한 토지사용권 저당계약은 효력이 발생하지 않으며 저당권등록을 할 수도 없습니다. 등기제도가 존재하지 않는 베트남에서는 저당권자가 저당권을 등록한 토지사용권증서를 보관하게 되고, 채무자가 그 채무를 모두 이행할 때에는 그 토지사용권증서를 채무자에게 반환하게 됩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김사장님은 자신을 담보권자로 하는 저당권을 설정받을 수 없게 됩니다. 왜냐하면, 베트남에서 허가를 받은 금융기관이 아니고서는 외국인 투자기업은 토지사용권과 토지 위에 존재하는 자산을 담보로 제공할 수 없다고 해석되기 때문입니다. 한국계 은행의 베트남 지점은 베트남 내에서 허가받은 금융기관으로 저당권자가 될 수 있지만, 한국 소재 한국의 각종 은행을 비롯하여 외국인 개인 채권자 역시 담보권자가 될 수 없으므로 김사장님은 푸자푸자비나의 토지사용권을 담보로 받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사실 이러한 결론에 대하여는 비판이 많이 있습니다. 외국투자기업을 다른 로컬 회사와 차별하게 되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한다는 것입니다(변칙적 방법을 동원할 수는 있을 것이나 법적 보호를 받기에 불충분할 것입니다). 그리고 저당권 제도는 담보권자가 토지(토지사용권)가 가지고 있는 객관적인 교환가치만을 취득하게 되고 채무자는 당해 토지를 계속 사용하게 되므로 부도 발생시에도 외국인 채권자는 낙찰금에서 자기 채권만을 확보하면 되고 토지사용권을 취득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외국인이 국가와의 임대계약을 체결하는 이외의 방법으로 토지사용권을 취득할 수 없다는 베트남 토지제도와 충돌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개정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한국의 등록질과 지분담보
한국의 회사법은 지분(주식회사의 경우 주식)의 등록질 제도가 존재해서, 지분(주식)에 대한 질권설정 계약을 체결하고, 이러한 담보계약을 사원명부(주주명부)에 기재하면 채권자는 지분(주식)과 관련된 일체의 자산으로부터 우선변제를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베트남 기업법에서는 지분질권계약을 사원명부(주주명부)에 기재하는 방식의 한국의 등록질과 같은 제도가 없다는 것입니다. 김사장님의 경우와 같이, 유한책임회사의 경우에는 주권이 아닌 출자지분증명서만이 존재하는데, 이때 출자지분증명서는 유가증권으로 보기도 어려워 위 증서를 점유하는 방식으로 질권설정을 하더라도 우선변제권이 발생한다고 보기가 어렵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김사장님의 경우에는 담보제공자와 사이에 지분 담보계약을 체결하고, 베트남 관할기관에 가셔서 담보계약의 내용을 등록하여야 하며, 한국과 같이 사원명부에 지분담보계약을 기재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법무법인 정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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