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업체 B사는 중국 칭다오에서 지난해 6월 4일 선적해 8일 평택항에 입항했다. 어음기간(Usance) 한도 문제로 15일에 신용장(L/C)을 개설할 수 있다. 입항 후에도 신용장을 개설 할 수 있는지, 이런 거래형태가 가능하다면 개설 시 어떤 조항을 넣어야 클린 네고(Clean Nego, 무하자 매입)가 될 수 있는지 한국무역협회 Trade SOS에 문의했다. 참가로 수출자와는 협의가 된 상태이다.
선적된 후에도 신용장 개설은 가능하다. 신용장 통일규칙(UCP) 제14조(서류심사의 기준) 제 I항은 “A document may be dated prior to the issuance date of the credit but must not be dated later than its date of presentation. 서류는 신용장 개설일 이전에 작성된 것일 수 있으나 제시일자보다 늦은 일자에 작성된 것이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신용장 개설 이전에 작성된 서류는 수락하나 제시 기일 이후에 작성된 서류는 수락하지 않으므로 선적된 후에도 신용장의 개설은 가능하다.
다만 동 C항에는 선적일 후 21일이 지난 후에 서류를 제출하거나 유효기간 이후에 제출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조항에 맞출 수 있는지 검토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 즉 6월 4일 선적했다면 선적 후 21일인 6월 25일 이전에는 수익자가 매입은행에 선하증권 등 운송서류를 제출해야 하므로 이 기간을 넘길 우려가 있다거나 혹시 서류를 제출 후 보완해야 할 경우 등을 감안해 “선적 후 21일 지난 서류도 수락한다(The documents issued later than 21 days after the date of shipment are acceptable”을 신용장 조건에 규정해야 한다.
이번 상담에서는 Usance L/C(기한부신용장) 개설 건으로서 수입업체가 신용장 개설한도 부족 등으로 신용장 개설 신청이 늦어진 경우이므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만일 일람불신용장(Sight L/C)의 경우라면 굳이 신용장 결제방식으로 거래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즉 물품이 이미 도착한 후에 일람불신용장을 개설해 결제하는 것은 수입자로서는 신용장 개설에 따른 금융비용 등이 T/T 송금 방식에 비해 훨씬 많이 소요되며 이미 물품이 도착했으므로 적기납품 등의 이점과도 관련이 없게 된다.
또 수출자로서도 물품을 이미 선적한 상태에서 신용관계가 형성된 수입자와 굳이 신용장 결제방식으로 거래함으로써 금융비용 증가, 요구서류 작성의 번거로움 등의 부담할 필요가 없으므로 송금방식에 의해 거래할 것을 권유한다.
B사와 같이 물품은 급히 매입해야 하고 신용장 개설은 여건이 되지 않은 경우 우선 주문서(P/O)를 통해 수출자에게 선적하도록 하고 나중에 신용장을 개설할 수도 있다.
이렇게 신용장이 개설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출자가 선적한다는 것은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므로 신용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어려운 행위이다. B사와 같이 기한부신용장의 경우에는 사정에 따라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형태의 거래라고 생각해 긴급하게 수입해야 하는 경우 유용하게 이용할 수도 있다. 다만 만일 일람불신용장의 경우라면 이미 선적된 물품에 대한 결제조건은 금융비용이 훨씬 작게 소요되는 전신환 송금방식을 이용함으로써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양승연 전문위원
<주간무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