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에는 200만 원밖에 없고 영어와 일본어는 가능하니까, 이를 바탕으로 할 수 있는 게 무역업이라 생각해 시작하게 됐습니다.”
박태준 준호코리아 대표는 지난 2004년 무역회사를 설립한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박 대표는 한국과 일본에서 분자미생물학을 공부한 과학도다. 일본에서 공부를 마치고 귀국한 후 새로운 경험을 해보자는 생각에 97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마케팅을 공부했다.
박 대표는 “일본에서 공부를 마친 후 향후 계속 공부를 할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터닝포인트가 필요했다”며 “현실에 맞는 실용학문적인 공부를 해보자는 생각에 미국으로 가 마케팅 공부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공부를 마치고 2004년 한국에 돌아왔을 때 박 대표의 나이는 39세. 수많은 곳에 이력서를 제출했지만, 직장 경력도 없고 나이도 많은 박 대표를 뽑아주는 곳은 없었다.
“‘월급’을 주는 곳에 들어갈 수 없으면 내가 회사를 차려 ‘월급’을 받자는 생각에 창업을 결정했습니다. 프랜차이즈 창업도 생각했지만, 200만 원으로는 불가능했죠. 일본과 미국 유학생활로 언어가 가능하니까, 컴퓨터 한 대를 구입해 전 세계와 네트워크를 가지고 접근할 수 있는 것이 무역업이라고 판단해 현 회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설립된 준호코리아는 지난 2013년 ‘미래코리아’라는 무역회사를 설립해 회사를 분리했다. 두 회사 모두 무역업을 영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를 분리한 것은 세금 문제 때문이다.
“준호코리아 매출이 40억 원이 넘어서면서 세무서에서 ‘검사가 필요한 회사로 계속 나온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준호코리아가 개인회사여서 매출이 크니까 그렇다고 하더라구요. 탈세 등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는데, 세무서에서 시스템적으로 검사 요청이 계속된다고 해서 주식회사로 미래코리아를 설립해 회사를 분리하게 됐습니다.”
현재 준호코리아 연 매출은 20억 원 정도, 미래코리아는 3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2015년 무역의날에는 3백만불 수출의탑을 수상했다.
그러나 박 대표가 회사 설립 초기부터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다. 회사 설립 후 3년 동안 매출은 ‘제로’였다고 한다. 수출 성과는 내지 못했지만 바이어를 만나기 위해 해외 출장을 가야했기 때문에 빚만 1억 원 정도 쌓였다.
고생 끝에 맺은 첫 수출 계약은 영국에 물티슈 수출이었다. 하지만 당초 1000만 원 정도 수입이 생길 것으로 기대했지만 마이너스로 이어졌다. 바이어와 약속한 납기를 맞추기 위해 제품을 비행기로 공수해 결국 500만 원 손해를 봤다.
박 대표는 “3년 만에 이뤄낸 첫 수출부터 바이어와 납기 약속을 어길 수 없어서 손실을 감안하고 비행기로 수출을 하게 됐다”며 “바이어와 약속하면 끝까지 간다 것이 지금의 나와 준호코리아가 있는 배경”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박 대표는 ‘신뢰’를 가장 중요한 경영방침으로 내세우고 있다. 진호코리아는 현재 생활잡품, 식품, 기초화장품, 건축자재 등 1000여개에 제품을 15개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남의 바이어를 뺏어온 적도 없을 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 등 거대한 시장을 제외하고는 한 시장에 2개 바이어를 두지 않고 있다. 물론 동일 제품에 대해서는 한국에도 한 회사와만 거래하고 있다.
박 대표는 “거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며 “해외시장도 신뢰를 갖고 기다리면 결과물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어를 통해서 제품을 팔지 못했다고 해서 관계를 단절시키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관계 유지를 통해 도전하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신뢰를 바탕으로 영업을 하면서 14~15년 된 바이어들도 수두룩하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특히 해외 바이어와 신뢰를 쌓는 것은 중소기업일수록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바이어와 신뢰를 쌓는 것이 단번에 되는 것은 아닌 만큼 너무 급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박 대표는 “ 중소기업은 ‘스텝 바이 스텝’ 플랜을 갖고 3년 이상 기다리겠다는 생각이 필요하다”며 “품질, 가격 등 경쟁력을 갖췄다면 해외 바이어와 신뢰를 쌓아가야지 너무 급하게 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나온 제품이 국내에선 완벽해도 각 국가별로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현지 사람을 만나 제품을 변경할 수 있어야 한다”며 “바이어와 신뢰가 쌓이면 제품 아이디어를 주기도 한다. 그만큼 바이어와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소기업이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성공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개발자 정신만큼 서비스 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제품을 구매할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변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시장에 ‘영원한 내 바이어’는 없다. 주는 것이 없으면 바이어는 찾지 않는다”며 “하지만 서비스에 만족해 관계자 좋아지면 지금 당장 아주 필요한 것이 아니어도 사줄 수도 있다. 제조업도 기본 베이스는 서비스업이다”고 말했다.
박태준 대표는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은 계속해서 좋은 상품을 빨리 개발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며 “많은 중소기업들이 저와 우리 회사를 발판 삼아 보다 쉽게 해외에 진출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거뒀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