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지의 나라였던 라오스가 새로운 관광국 또는 사업 개척지로 떠오르면서 많은 한국 기업이 진출하고 있다. 하지만 라오스는 한국의 사업 및 노동 환경과 사뭇 다르기 때문에 진출하기 전에 전반적인 공부는 거의 필수다.
라오스에 관해 처음 숙지해야 할 것은 바로 비자다. 라오스는 2008년 6월부터 한국의 일반 여권 소지자에 한해 단기 비자 면제조치를 취했다. 그래서 한국 관광객들은 단순여행 목적으로 라오스에 입국해도 무비자로 15일간 머물 수 있다.
그러나 투자 및 취업을 위해 장기 체류를 희망한다면 체류 신분에 맞는 비자를 취득해야 하며 여기에는 외교, 공무, 전문가, 초정 등 13가지 종류의 비자 제도가 존재한다. 라오스 이민국 사이트는 이밖에 배우자 비자(SP-B3)를 안내하고 있지만 실제로 발급되지 않고 않다.
라오스에서 중고차 사업을 하면서 현지인과 결혼한 한국인이 지난해 사업을 접으면서 어떤 비자를 받아야 하는지 문의한 적이 있다. 한국의 경우 한국인과 결혼한 라오스인이 한국에 장기 거주하려면 배우자 비자(F61)를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라오스에서도 이런 비자를 받을 수 있는지 현지 이민국에 문의했더니 “아직 시행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런 경우에는 다른 회사의 취업 비자를 받아 거주하라”고 조언했다. 혹시 문제되지 않을까 걱정했더니 이민국 직원은 “취업 비자를 받고 일하지 않는 것은 괜찮지만 노동허가를 받은 회사와 다른 회사에서 일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고 알려주었다.
라오스에서 외국인 투자자나 근로자는 대부분 ‘NI-B2’(외국인 투자자 사업 비자) 또는 ‘LA-B2’(기술 비자, 외국인 노동자 비자)를 취득하며 투자자, 주주, 회사 대표, 기술직 노동자 및 그의 동반가족이 여기에 해당한다.
참고로 근무하는 회사는 라오스 정부가 투자를 허가한 회사여야 한다. 한국인의 경우 15일 무비자 체류와 태국 3개월 무비자 체류허가 제도를 이용해 태국 출국 후 라오스로 재입국해 무비자 신분을 갱신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비자 갱신이 잦으면 라오스와 태국 출입국 사무소에서 경고를 주거나 적법한 비자를 받으라고 하기도 한다.
‘NI-BW’ 단기 비자의 경우 공항 및 국경에 위치한 도착 비자 발급처에서 발급이 가능하며 30일 동안 체류할 수 있다. 비용은 30달러이며 사진 1장이 필요하다. 연장이 필요할 경우 이민국에 신청하는데 서류를 제외한 순수 연장 수수료로 하루 2만 키프가 필요하다.
체류 연장 1회에 30일씩 2회까지 총 60일간 체류기간 연장이 가능하며 연장 없이 체류기간을 초과하면 출국할 때 하루 10만 키프씩 계산해 벌금이 부과된다. 도착 비자를 받을 때 주의할 점은 비자 발급용도를 정확하게 명기해야 한다는 점이다.
보통 한국인은 무비자 입국이 가능해 도착 비자를 신청하지 않기 때문에 발급자가 관성적으로 한 달 체류가 가능한 관광 비자(T-B3)를 발급하는 경우가 있다. 체류에는 별 지장이 없지만 시장조사 또는 관계기관 방문 그리고 체류허가 없이 숙박업소가 아닌 곳을 임대해 거주하는 등의 눈에 띠는 활동으로 인해 경찰의 조사를 받을 경우 적절한 비자를 취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벌금을 물기도 한다.
장기 체류자는 투자자(및 동반가족)나 취업 노동자 상태로 복수 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절차와 비용은 취득하고자 하는 비자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복수 비자를 받으려면 거주허가(Stay Permit)나 노동허가(Working Permit)부터 받아야 한다. 이 단계에서 받은 체류기간에 따라 복수 비자의 기간도 3개월, 6개월, 12개월로 나뉜다.
복수 비자는 언제나 체류허가(거주허가, 노동허가)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비자 연장을 위해서는 체류허가부터 연장해야 한다. 또한 체류 개월에 따라 발급 비용이 다른데 3개월은 30만 키프(37.5달러), 6개월은 60만 키프(75달러), 12개월은 120만 키프(150달러)다. 여기에 신청서 서식 구입비, 기타 수수료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투자자 및 동반가족의 경우 우선 ‘NI-B3’(단기 비자)를 취득해 30일 동안 임시 체류하고 사업자 등록 완료 후 30일 동안 투자를 허용하는 ‘C-B1’(초청 비자)를 취득한다. 이후 거주허가를 받고 복수 비자를 신청하면 기간에 따라 ‘NI-B2’를 획득하게 된다.
취업 노동자의 경우에는 사업장에서 라오스 노동부에 외국인 노동자 할당(Quota)을 신청하거나 기존 할당을 갱신한 후 ‘LA-B2’(기술 및 외국인 노동자 비자)를 받을 수 있으며 노동허가와 거주허가 발급을 완료하면 LA-B2 복수 비자로 전환할 수 있다.
보통 한국인은 이런 과정을 노무 컨설팅 업체에 위탁하곤 하는데 몇 년 전 이 모든 과정을 직접 진행한 적이 있다. 노동자 할당을 받기 위해 서류를 제출했는데 회사 도장을 삐딱하게 찍었다는 이유로 서류가 반려됐다. 이후에도 갖가지 이유로 몇 차례 서류가 반려됐고 어렵사리 접수는 했지만 승인이 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회사 측에서 연락해 언제쯤 되는지 물었더니 “밥이나 한번 먹자”는 답이 돌아왔다. 현지 직원에게 물으니 실제로 밥을 먹자는 것이 아니라 돈을 달라는 이야기라고 귀띔했다. 그렇게 ‘수업료’를 지불하고 나서야 이틀 만에 승인이 났다. 이런 현실을 이제는 덤덤하게 받아들이게 됐다.
한편 2013년 개정된 라오스 노동법상 인력 채용 시 현지인에게 우선권이 돌아가기 때문에 외국인 인력은 현장 노무직 전체의 15%, 사무직은 25%를 초과할 수 없다. 그러나 필요에 따라 정부의 승인을 받으면 초과 고용이 가능하다.
고용계약은 정기 혹은 비정기로 구분되며 사용자는 고용 시 법에 따라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계약 종료는 사전통지 절차를 거치며 노동자가 전문 인력일 경우 계약종료 사실을 45일 전에 통지하고 이외에는 최소 30일 전에 통지해야 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라오스 노동법에도 노동시간, 휴식, 임금, 차별 금지 등의 세부 내역이 존재한다. 하지만 라오스 정치상황을 감안할 때 노동자의 단체행위에 많은 제한이 있고 노동자들이 관련법을 잘 몰라 권리를 챙기지 못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인력을 운용하는 데 수월한 부분이 있을 수 있으나 숙련 인력을 쉽게 잃을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실제로 2015년 중국인이 운영하는 소금 공장에서 3개월가량 임금 체불이 발생했다. 중국인 직원에게는 임금을 주었지만 라오스 인력의 임금이 밀리자 노동자들이 업무를 중단하고 임금 지불을 요청했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파업과는 달리 이미 회사로부터 마음이 떠난 직원들이 모여 항의를 하는 정도였다. 라오스 관계당국이 조정에 나서 업주는 임금을 지불했지만 직원들 대부분이 회사를 그만두는 바람에 회사는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만약 직원들이 노동법에 대한 이해가 높았다면 굳이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도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라오스는 5개국과 국경을 접한 지리적 이점이 있고 ‘풍부한 기회와 성공의 땅’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앞세워 외국인 투자자 유치에 열 올리고 있다. 하지만 현지 시장의 전반적인 이해에 더해 라오스는 개방의 역사가 짧고 대부분의 시장이 발전과정에 있기 때문에 완벽한 진출 방안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럴수록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면서 라오스 시장을 이해하는 것이 최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