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음식·양말세탁기·아이돌보미 등 다양한 수요
O2O 기반으로 편의성 앞세워 젊은 층 공략 확대
소비자 편의를 극대화한 상품과 서비스가 중국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상하이지부는 ‘최근 중국 란런경제 발전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중국에서 ‘게으른 사람’을 뜻하는 ‘란런(懒人)’ 경제가 뜨고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5억6900만 명이 사용하는 온라인 결제 시스템을 기반으로 대도시와 젊은 소비자, 1인 가구, 모바일쇼핑 인구를 중심으로 란런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품과 서비스를 가리지 않고 인기 = 중국 최대 C2C 온라인 쇼핑몰인 타오바오(淘宝)가 발표한 ‘란런 소비 데이터(懒人消费数据)’에 따르면 2018년 타오바오상의 란런상품 판매 규모는 160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70% 급증했다.
주요 소형가전 매출은 두 배 이상 상승했으며, 양말 세탁기, 창문 자동청소기 등 란런을 겨냥한 상품도 쏟아져나오고 있다. 란런을 겨냥한 1인용 즉석 훠궈 식품은 월매출 15만 건을 기록하는 인기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밖에도 란런 생활용품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2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란런과 관련된 로컬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시장규모도 5644억 위안으로 집계됐다. 란런 대상 서비스로는 고객이 매장을 방문하는 매장형 서비스도 있지만, 어러머(饿了么) 등 와이마이(外卖·음식배달 서비스), 다다(达达) 등 심부름 서비스, 우바따오쟈(58到家)의 가사·세차·아이돌보미 등의 자택 방문형 서비스 업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2015년 자택방문형 서비스는 생활서비스 O2O 시장에서 18.1%를 차지했다. 그러나 2017년부터 가파르게 성장해, 2018년 자택방문형 서비스의 온라인 매출액은 5644억 위안으로 전체 로컬 생활서비스 중 36.1%를 차지했다.
특히 2018년 상반기 중국의 온라인 음식배달서비스 시장규모는 1250억 위안을 초과했으며, 2018년 온라인음식배달 시장규모는 2430억 위안에 달할 전망이다. 2018년 중국의 온라인 음식배달서비스 사용자 수는 3억6000만 명으로 전년 대비 16.4%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젊은 란런인구, 모바일 기반으로 소비 = 이러한 란런경제 현상은 대도시 젊은 직장인의 1인가구가 주도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도시가 많은 광둥성 지역의 80년대, 90년대 소비자들이 그 주축으로 꼽혔다. 또 타오바오에서 1995년 이후 출생자인 ‘95허우’의 란런 소비 증가율은 2018년 82%에 달했다.
란런경제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온라인’, 특히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인데,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젊은 층에서 특히 각광을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인터넷정보센터(CNNIC)가 발표한 42회 <중국인터넷 발전 현황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중국 모바일 사용자 수는 7억8000만 명이며, 모바일인터넷 보급률은 98.3%에 달한다.
2018년 생활서비스 O2O 시장규모는 1조 5620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56.3% 증가했다. 이는 2015년에 3281억, 2016년 5825억이었던 것이 2017년 9992억 위안에 달하며 급성장해온 결과다.
이와 같은 O2O 구도는 온라인 간편결제 인프라를 통해 구현돼왔다. 중국인터넷정보센터(CNNIC)에 따르면 2018년도 상반기 중국 인터넷결제 사용자 수는 5억6900만 명으로 2017년 말 대비 7.1% 증가했으며, 인터넷결제 사용률이 68.8%에서 71.0%로 증가했다. 그 중 모바일 페이 사용자 수는 5억6600만 명으로 2017년 말 대비 7.4% 늘어났다.
◇‘란런’ 마케팅으로 성공한 중국 기업들 =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유통과 무인결제시스템은 이미 란런소비에서 중요한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신유통 1번지’ 허마셴셩은 소비자 편의를 극대화한 방식으로 란런 소비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우선 란런친화적 상품을 판매한다. 간편한 조리과정을 위해 반조리식품이나 손질 완료된 신선식품이 그것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완료한 신선식품은 즉석에서 조리도 가능하다. 구매 과정도 간편하다. 제품의 QR코드를 찍어 모바일 장바구니에 담으면, 실제 장바구니에 담는 노동은 직원들이 한다.
배송 서비스에도 세심한 신경을 썼다. 온라인에서는 반경 3km 이내의 배송지까지 1일 1회 무료 배송을 제공하며, 결제 후 30분 이내부터 시작해 30분 단위로 배송시간을 지정해 배송받을 수 있다.
오디오북 플랫폼 ‘란런팅수(懒人听书)’의 경우는 아예 타이틀부터 란런을 내세웠다. 2018년 중국의 오디오북 시장규모는 41억5000만 위안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44.3%의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란런팅수의 모바일앱 다운로드 수는 3억4000만 건에 달한다.
중국 최대 부동산 앱인 우바통청(58同城)에서 나온 우바따오쟈는 2000만 이상의 가구를 대상으로 온갖 종류의 방문생활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사노동, 수리, 이사, 아이돌보미, 세차, 마사지 등 맞춤형 심부름 서비스를 위해 30여 도시에 160만 명 이상의 서비스 직원을 관리하고 있다.
그밖에 스타벅스를 위협하는 커피체인 루이싱커피(瑞幸咖啡, Luckin coffee)도 란런경제 공략을 통해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모바일 어플로 구매 시 제조 완성 예상 시간을 제시하는 배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역협회 심준석 상하이지부장은 “2050년에는 중국의 1인 가구가 1억3000만 가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란런경제가 소비패턴의 주축이 될 것”이라면서 “개인정보 유출 및 방문 서비스 안정성 등에 대한 소비자 우려가 많은 만큼 이런 점을 해결한다면 우리 기업들도 중국 란런경제 선점경쟁에 나서볼 만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