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누비는 ‘평생 직장’

 

디에이치코리아_임동현 대표

농산물

 

 저희 회사에서는 국내에서 생산한 농식품을 온라인 몰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일부 품목은 해외로 수출하기도 합니다. 아직 창업한 지는 2년밖에 안 된 초보 기업입니다. 사실, 그동안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오다 보니 지난 2년을 돌아볼만한 여유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저의 무역업 창업 과정을 복기(復棋)해보면서 2017년 한 해를 의미있게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돈키호테보다 더 무모한 시작
 저는 지금으로부터 2년 전, 2015년 11월에 창업했습니다. 몇 년간 무역회사를 다니면서 해외에 쌓아온 인맥이 풍부하다는 자신감과 한국 상품이 해외에서 인기가 높다는 각종 뉴스를 접했기 때문에 수출 비즈니스에 과감하게 뛰어들었습니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알게 된 몇몇 파트너사의 아이템 중에서 특히 화장품과 유아용품을 수출 유망 상품으로 선정하여 인도네시아 친구의 소개로 연결된 바이어와의 미팅을 하고자 자카르타로 출장을 떠났습니다. 만일 인도네시아인에게 한국 상품을 내밀기만 한다면, 너도 나도 덥석 사겠다고 계약서에 사인하고 송금까지 할 것이라는 헛된 꿈을 꾸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제가 알고 있던 것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화장품은 BPOM에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만일 BPOM의 허가를 받더라도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각종 마케팅, 유통 비용은 거대한 산처럼 느껴졌습니다. 3박4일 출장 기간 동안 여러 명의 바이어와 접촉을 해보았으나 적극적으로 수입해서 인니 시장에 정착시키겠다는 의지를 가진 파트너를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한국에 돌아온 이후에는 무리하게 해외 출장에 나서기보다는 정부와 지자체에서 개최하는 ‘수출상담회’에 참
가하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인도, 필리핀, 몽골, 중국, 일본, 남미 등 세계 일주를 하고 남을 정도로 많은 해외 바이어를 만났습니다. 그들의 상품에 대한 반응은 대체적으로 “그레잇”, “원더풀”, “굿”, “씨유 순으로 대표되는 긍정적인 음성 신호였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미팅에서 열성적인 관심을 보였던 바이어들조차 명함 1장만 남긴 채 대부분 연락이 두절되었습니다. 매우 부끄러운 사실이지만 창업 이후 1년 동안 수출 성적표는 거의 ‘제로’였습니다. 자본금마저 점점 바닥에 가까워지자 비즈니스 모델을 냉철하게 보지 않는다면 살아남을 수 없겠다는 심각한 위기감에 빠져들었습니다.

 

길을 잃고 돌아온 원점
 겪고 있던 어려움을 해결할 묘책은 쉽게 떠오르지 않았고 선배에게도 조언을 구해 보았으나 뾰족한 수는 없었습니다. 복잡한 상황은 잠시 접어두고, 상상을 하면서 실마리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내가 무모하게도 혼자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려다 길을 잃었는데 어떤 조치부터 해야 할까’ 조용히 마음속으로 떠올려 보았습니다. 결론은 ‘일단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가고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체력과 장비, 길잡이(또는 지도)를 철저하게 준비해서 다시 도전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수출 사업을 원점에서 다시 기본부터 시작하기 위해 첫 번째 프로젝트로 무역업의 대표적인 길라잡이 ‘한국무역협회’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한 번에 큰 실적을 낼 수 있는 B2B 수출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으므로 우선 협회에서 운영 중인 ‘Kmall24’에 상품들을 입점 시켜 소량으로 판매 가능한 B2C부터 시작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인터넷 웹브라우저를 열면 처음 보이는 페이지를 협회 홈페이지로 설정해가면서 수출관련 정보를 샅샅이 찾아보았고, 회사 여건에 적용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활용하였습니다. 거기에 때마침 사무실로 쓸 공간으로 무역협회건물 2층 벤처 플라자에 입주하게 되면서 수출사업 인큐베이팅에 본격적인 시동을 거는 계기가 마련됐습니다.
 두 번째 프로젝트는 내수의 목적으로 ‘N사 스토어팜’, ‘L사 닷컴’ 등 국내 온라인 몰에 입점하여 판매를 개시하였습니다. 매출도 매출이지만 앞서 온라인 몰을 운영하면서 생긴 노하우를 ‘Kmall24’와 같은 해외 직판몰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기본부터 다시 시작하는 프로젝트를 1년 간 꾸준하게 밀고 나갔습니다. 그리고 서서히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제멋대로 흩어져 있던 점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하나의 짧은 선이 되고, 그러한 선들이 모여 그리고자 했던 스케치가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농식품 수출로 시동을 걸다
 B2B 채널을 통한 수출 사업 전진도 있었습니다. EC21에 등록한 회사 소개와 상품 정보를 본 ‘진성’ 바이어로부터 문의가 들어왔습니다.
 인도네시아로부터 날아온 건은 샘플 발송 및 상품 테스트까지 마쳤지만 아쉽게도 담당자의 출산 휴가로 인해 흐지부지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단순히 샘플을 수출하는 데에 그쳤지만 그 과정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현지 시장정보, 바이어 니즈에 관한 정보는 소중한 자산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돌아오는 2018년에는 다음 단계로 컨테이너 단위의 본격적인 수출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저는 무역회사를 창업하기 이전에 농식품 분야의 무역회사를 오래 다녔습니다. 학업 또한 ‘농식품’ 관련 학과와 ‘국제통상학과’를 동시에 전공하여 농식품 전문 무역회사 창업의 비전을 10년 넘게 다져 온 것 같습니다. 초창기 무역 시작단계에서는 큰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눈물 나는 고생을 했습니다.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끼며 모르는 것들이 훨씬 많다고 생각합니다. 주관적인 판단이긴 하지만, 어렴풋이 ‘앞으로 사업을 진전시키려면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감각이 조금씩 느껴지고 있습니다. 2018년에는 미등을 켜고 더듬더듬 가더라도 농식품 수출 사업에 제대로 된 시동을 켜고 출발을 하려고 합니다.
 세계 시장이 급변하기 때문에 힘들고 어렵다고 다들 말하지만, 반대로 변화하기 때문에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기회가 생긴다고 봅니다. 변화의 틈새에서 활짝 핀 꽃과 같이, 디에이치코리아 수출 무역사업의 만개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무역사업을 시작하는데 있어 정신적인 버팀목이 되어준 우리 가족들, 무역 실무 및 각종지원을 통해 사업에 알짜배기 도움을 주고 있는 한국무역협회, 마음이 힘들 때 소주 한 잔 흔쾌히 마셔주는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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