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실패하는 세 번째 유형은 ‘현지화 전략에 매몰되는 형태’이다. 현지화 전략의 함정에 대한 중요성은 필자의 1회 칼럼에서 강조한 바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현지화 전략에 매몰되어 실패하는 유형에 대해 좀 더 상세히 설명하고자 한다.
국내 매체에서는 중국 사업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지화 전략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중국어에 ‘입향수속(入乡随俗)’ 이란 말이 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는 뜻으로 중국 사업을 할 때는 중국 현지특성에 따라 모든 것을 현지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맞는 말이다.
중국에서 현지화에 성공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KFC다. KFC는 1987년 11월 베이징 1호점을 시작으로 2019년 기준 중국 내 1300여 개 도시 및 향·촌 등 지역에 653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경쟁사인 맥도널드가 2019년 기준 중국 내 약 350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월등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프랜차이즈는 특성상 어느 매장을 가든 같은 메뉴와 맛, 디자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런데 중국 내 KFC는 메인 메뉴를 기본으로 각 지방마다 다른 메뉴를 구비하고 있다. 남방지역의 경우 주식이 쌀을 감안해 죽과 같은 단품 형태가 많고, 북방은 특유한 지역음식에 기반한 단품들이 배치되어 있다. 그러나 입향수속의 함의와 비즈니스 특성, 고객의 변화에 따라 접근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현지화 전략은 단기적인 접근 방법으로 실시간 변화되고 있는 중국시장에서 장기간 살아남기 위해서는 ‘현지화 전략(strategy)’이 아닌 ‘현지화 경영(management)’이 더욱 중요하다. 과거의 성공사례가 지금의 실패사례가 되는 경우는 대부분 단기적인 현지화 전략에 매몰되어 중국 사업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지화 전략과 현지화 경영은 어떻게 다른지 좀 더 자세히 얘기해 보자.
‘현지화 전략’은 단기적인 시장접근 형태로 방법적·부분적 현지화 형태를 의미한다. 현지화 전략에 해당되는 내용을 살펴보면, 생산제조의 현지화, 인적자원의 현지화, R&D의 현지화, 자금조달의 현지화 등이 포함된다. 다시 말해, 우리기업의 중국 진출에 있어 가장 초기적인 접근 노력이 바로 현지화 전략에 해당된다.
한편, ‘현지화 경영’은 현지문화의 적응 및 응용화, 사업 시스템의 표준화, 현지화 브랜드의 통합, 현지화 고객관리, 창의적인 수익모델 창출 등 요소들이 해당된다. 현지화 경영은 크게 브랜드와 포지셔닝, 차별화의 3대 요소가 포함된다. 여기서 단순히 차별화 측면만 강조하고, 다른 핵심요소를 방치하면 바로 현지화 전략의 함정에 매몰되게 되는 것이다.
[그림] 중국사업 현지화 전략과 현지화 경영의 차이
*출처: (사)중국경영연구소
포지셔닝과 브랜드 통합의 기타 요소들도 함께 고려한 장기적인 접근 방법이 바로 현지화 경영인 것이다. 차이나 포지셔닝 전략의 중요성은 이미 지난 중국 지역별 특성과 문화에 따른 시장 접근법 사례에서 언급한 바 있다.
한편, 브랜드의 통합 과정은 크게 3i로 형성된다. 브랜드 완결성(Brand Integrity), 브랜드 정체성(Brand Identity, 브랜드 이미지(Brand Image)의 3i가 잘 배합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
우리기업의 지난 30여 년간 중국진출의 성공 및 실패사례를 분석해 보면, 초창기에는 현지화 전략으로 성공을 하는 것처럼 보이다가 얼마 되지 않아 결국 시장에서 퇴출당해 실패하는 사례들이 적지 않다. 따라서 어제의 성공사례가 오늘의 실패사례로 전략하는 대표적인 유형에 해당된다.
그럼 현지화 전략과 현지화 경영의 개념을 사례를 통해 이해해 보자. ‘농심’ 신라면의 중국 사업 현지화 사례이다. 신라면의 중국진출 성공은 시사점이 매우 크다. 현재 중국 1000여 개가 넘는 영업망을 통해 중국 시골에서도 신라면을 쉽게 만날 수 있다.
5개가 들어 있는 1팩의 신라면 가격이 한국보다 2배가량 비싸지만 중국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2018년 인민일보 인민망이 발표한 ‘중국인이 사랑하는 한국 명품’으로 신라면이 선정된 바 있다. 지난 12회 광군제(11월 11일) 당일 매출만 15억 원 정도로 전년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1996년 초창기 중국시장 진출 때만 해도 농심은 중국 사업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첫째, 중국인들은 매운 것을 잘 먹지 않는다. 그 당시 일반적으로 쓰촨성 등 일부지역을 제외하고 중국인들은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한다는 선입관을 가지고 있었다. ‘중국인들이 처음에는 호기심에 먹겠지만, 결국 현지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실패할 것이다.’라는 의견이 많았다. 중국 현지문화가 매운 것을 먹지 못한다고 해서 얼큰하고 매운 신(辛) 라면을 ‘달다’라는 뜻을 가진 첨(舔) 라면으로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둘째, 중국인들은 라면을 끊여 먹지 않는다. 봉지라면이더라도 끓는 물을 부어서 면을 익혀 먹는 ‘포면(泡面)’이 중국 라면문화인데, 어떻게 신라면, 너구리와 같은 면발이 굵은 라면을 끓여 먹는 ‘자면(煮面)’ 방식으로 중국인들의 식습관을 바꿀 수 있을까, 라는 가장 기본적인 문제점에 봉착하게 되었다. 흔히 얘기하는 현지화 전략으로 접근하기 위해 중국시장에 맞게 신라면의 조리방식과 맛을 현지에 맞게 변형시켜야 하는가, 라는 고민에 빠진 것이다. 신라면의 장점인 쫄깃쫄깃한 면발의 장점을 없애고 가는 면발로 바꿀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림] 농심의 중국 온라인 시장 광고 사진
*출처: 바이두
그렇다면 과연 농심은 어떻게 이러한 중국 현지문화의 장벽을 넘어 성공할 수 있었을까? 결국 농심이 찾은 방법은 ‘가장 한국적인 게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기본적인 경영 방침이었다. 만약 현지화 전략으로 중국시장에 진출했다면 아마 농심은 실패했을 가능성이 매우 컸을 것이다. 라면업계의 절대강자인 캉스푸가 구축해 놓은 중국의 라면 생태계를 바꿀 수 없었을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이어집니다)
박승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