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한 소비·새로운 경험·건강한 삶·친환경·간편함 등 트렌드로
타깃 소비자의 입장에서 마케팅 펼쳐야… 제품의 표준화도 중요
중국 식품시장은 코로나19에도 굳건했다. 아예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지만 패션, 뷰티제품 등 다른 소비재에 비하면 타격이 적었다. 온라인으로 구매가 치중되는 패턴의 변화는 있었으나 2019년에 비해 2020년에는 시장이 회복세로 전환, 작지만 성장세를 보였다. 11월 8일부터 11일까지 aT가 ‘2021 K-박람회’와 연계해 개최한 ‘2022년 권역별 식품시장 전망 및 진출전략 웨비나’에서 중국시장에 관해 이야기한 이결 CK부대표는 이러한 중국시장에 나타난 10가지 트렌드와 ▷건강기능성식품 ▷영유아식품 ▷냉동식품 ▷유제품시장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전했다.
중국 식품제조업체들의 매출 추이를 보면 2017년과 2018년 꾸준히 성장하던 것이 2019년에는 하락했다. 그러나 다음해에 바로 반등에 성공, 2020년에는 1.6% 성장했다. 올해 1~7월에는 무려 11.5%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 부대표는 그 배경에 3월 발표한 제14차 5개년 계획이 있다고 봤다. 중국은 향후 5년 동안 녹색 식품과 식품 공급 관련 분야를 강화하고, 식품기업에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최근 중국 식품시장의 10가지 트렌드 = 이 부대표는 “2021년 10월 알리바바 산하 허마프레쉬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중국 식품시장에는 10가지 키워드가 눈에 띈다”며 이를 한 가지씩 소개했다.
첫 번째로 MZ 세대들이 ‘소비를 소중히’ 여기면서 등장한 트렌드다. 소비자들이 식품의 맛과 안전 등에 더욱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유통기한이 짧은 신선식품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시장에 유통되는 우유는 멸균우유가 대부분이었다. 중국의 큰 면적 탓에 유통에 소요되는 기간이 긴 데다 보관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는 멸균우유를 유통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젊은 층들의 교육수준이 높아지자 식품업계에 요구하는 것도 많아졌다. 허마프레쉬는 이러한 수요를 반영, 중국 시민들이 신선식품을 쉽고 편하게 접할 수 있도록 전용매장을 열었다.
신선식품을 맛본 젊은 세대는 자신의 자녀들한테도 신선식품을 먹이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이에 유통기한이 짧을수록 맛있는 식품이라는 인식도 생겨났다. 또한, 허마프레쉬 매장에 있는 식품의 QR코드를 휴대폰으로 스캔하면 이 식품이 어디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생산되고, 어떤 유통채널을 통해 마트에까지 왔는지 알 수 있는데, 소비자들은 이를 통해 식품을 더 안전하게 느낀다. 이뿐만 아니라 조금 비싸더라도 이러한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의견도 늘어나는 추세다.
다음으로 새로운 경험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이에 따라 이국적인 맛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소셜미디어나 인터넷 등으로 외국에 나가지 않더라도 외국 음식이나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다. 자연스럽게 젊은 층 사이에서는 타국 음식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타국뿐 아니라 국내 타지 음식을 찾는 사람도 증가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최근에는 국내여행을 하며 지역 특유의 음식이 무엇인지 찾고 즐기는 사람이 많아졌다.
가벼운 술 문화도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30~40대는 왁자지껄한 모임에서 독한 술을 먹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나’를 위해 즐기는 젊은 층이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을 찾아 나섰고, 이러한 트렌드는 30~40대까지도 확산되는 듯하다. 전문가들은 알코올이 적게 함유된 술, 알코올음료 등이 향후 중국시장에서 유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식음료 유행의 카테고리도 확장되고 있다. 단순히 식품 자체로 보기보다는 다른 분야로 연결되는 추세를 보인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봄’을 떠올리면 분홍색, 벚꽃 등이 생각나는 것처럼 그 음식과 관련한 다양한 생활용품, 화장품 등이 파생되는 트렌드가 대두하고 있다. 이를 접목한 제품으로는 복숭아 우롱 맛 스킨케어, 콜라 맛 치약, 유자향 샴푸, 초콜렛 클렌징 마스크팩 등이 있다.
건강한 삶은 과거부터 계속 추구해온 가치다. 이와 관련해 최근에는 기능성 간식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옛날에는 간식을 건강식품이라고 말하기 어려웠는데, 기술 발전과 연구개발로 인스턴트식품을 넘어선 간식이 다수 등장했다. 이에 소비자들도 기능성 간식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이와 함께 여성과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저당·저칼로리 제품을 선호하는 트렌드도 등장했다.
다음은 ‘친환경’이다. 다른 산업 분야와 마찬가지로 식품산업에도 친환경 개념이 도입된 것이다. 중국 내 1인당 소비 능력이 향상되면서 사람들은 ‘나만을 위해’ 소비하는 것을 넘어 환경적인 요소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에 유기농 제품 등의 소비가 늘었다.
요리가 간편화된 점도 눈에 띄는 변화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자 직접 요리하는 홈쿠킹족이 늘었다. 이들은 이를 SNS에 공유하며 친구나 지인들과 공유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집에서 요리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밀키트 수요도 증가했는데, 이는 전통요리, ‘맛집’ 메뉴가 보편화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하기 어려웠던 전통요리 등이 밀키트 제품으로 나오면서 사람들이 손쉽게 요리하고 맛볼 수 있게 됐다. 이 부대표는 “코로나19로 밀키트시장의 성장이 가속화했기 때문에 코로나가 잦아들며 조금 매출이 떨어지긴 했으나, 이미 문화가 한 번 형성됐기 때문에 옛날에 예측하던 밀키트시장 성장속도보다는 훨씬 빨라진 것이 사실”이라며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중국의 밀키트시장을 중요시 봐야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네 개의 유망시장 = 이 부대표는 이 10가지 트렌드 외에도 ▷건강기능성식품 ▷영유아식품 ▷냉동식품 ▷유제품시장에 관심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중국의 건강기능성식품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며, 현지 건강식품업체도 계속해서 생겨나는 중이다.
건강식품 중에서도 면역력 제품, 비타민, 피로 개선 제품, 칼슘 보충 제품 등이 인기 있으며, 그 중에서도 면역력 제품은 코로나19로 인해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다. 2012~2020년 분류별 성장률로 봤을 땐 운동영양 관련 제품이 가장 높았고, 체중관리, 어린이 건강식품, 비타민 및 식이보충제, 허브 전문 식품, 알레르기 제품 순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24세 이하와 45~54세의 수요가 가장 많았는데, 이 부대표는 “MZ세대가 30대보다 건강을 중요하게 여기고, 자신뿐 아니라 부모님까지 같이 챙기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며 “만약 건강식품으로 중국시장에 진출하고자 한다면 20대와 40~50대를 공략하는 것이 좋겠다”고 전했다. 다만 “40~50대는 자기가 직접 구매하기도 하지만 자녀들이 부모에게 효도선물로 많이 사준다는 사실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시별로는 대도시의 경우 브랜드 의존도가 높은 편으로, 한국 기업은 중소도시 소비자를 공략하는 것이 유리해 보인다. 중소도시 소비자들은 브랜드의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으면서 가격에 민감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
유아용품시장도 규모가 계속해서 커지는 추세로, 특히 분유, 이유식, 영양제, 간식에서 높은 성장세가 나타나고 있다. 간식과 영양제의 경우 영유아 조미료와 함께 커뮤니티와 전문가 추천을 통해 많이 구매하며, 브랜드보다는 품질, 영양성분을 주로 고려한다. 또한,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 간식과 이유식의 경우 중국 현지의 신규 브랜드보다 해외브랜드를 더 선호하고 영양제의 경우 현지 브랜드와 해외브랜드가 거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간식, 이유식, 영양제를 취급하는 한국 업체들은 중국 영유아시장을 면밀히 살펴보고 진출을 시도해볼 만하다.
냉동식품의 경우 ‘맛이나 영양성분을 손실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지만 급속냉동식품의 경우 얘기가 다르다. 이 부대표는 “젊은 층은 이미 맛과 영양을 보존할 수 있는 급속냉동식품에 대해 알고 있다”며 “지금이 급속냉동제품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에 적합한 시기”라고 말했다.
유제품은 앞으로 약 2년 동안 진출 전망이 밝다. 중국에서는 연말과 설날 시즌에 유제품 수요가 급등한다. 친척 집에 방문하면서 우유나 과자, 간식, 영양제 등을 들고 가는 문화 때문이다. 설날이 지나면 부족현상이 완화하는데 작년에는 그 이후에도 수요가 여전히 높았다. 현재 중국은 젖소 수가 많이 부족하고, 젖소를 키우는 데에 2년가량이 소요되므로 약 2년 동안은 중국 유제품시장을 공략하기에 아주 유리한 조건이 갖춰진 셈이다.
이 부대표는 “중국 식품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신규 소비자, 즉 MZ 세대들의 소비습관을 잘 살피고 이에 맞춘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며 “타깃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채널, 신규 채널을 홍보에 활용하는 것도 필수”라고 조언했다. 이어 “밀키트나 냉동제품의 경우 표준화 작업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며 “소비자를 중심으로 모든 마케팅 활동을 편다면 중국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민유정 07yj28@kit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