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장의 변화와 로컬기업의 급성장으로 인해 중국 내 ‘코리아 프리미엄’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기업의 중국 출장이 막혀있는 동안 중국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되고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우리 기업이 급변하는 중국 소비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고, 과거에 매몰되어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중국 로컬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한국제품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는 형국이다. K-뷰티와 K-패션 등 소비재에서 일부 소재·부품·장비의 중간재까지 그 영역도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과거와 같이 ‘한국제품’이라는 프리미엄 전략으로 중국 시장에 접근하는 것은 이제 의미가 없다.
중국 비즈니스는 과거의 다품종 다기능에서 벗어나 명확하고 선이 굵은 ‘소품종 최적화’로 승부를 걸어야 승산이 있다. 중국 소비자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퍼플카우(Purple Cow)’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퍼플카우(Purple Cow)는 보는 순간 사람들의 시선을 확 잡아끄는, 그래서 사람들 사이에 화젯거리가 되고 추천거리가 될 만한(remarkable) 제품이나 기술, 서비스를 가리키는 컨셉이다.
중국 소비자 코드에 맞는 브랜드 개성(brand personality)을 통해 차별적 가치를 창출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색다른 체험을 제공해 고객을 총체적으로 만족시키는 접근 전략이 시급하다.
이러한 퍼플카우 전략을 가장 잘 활용한 사례가 바로 중국 프로야(珀萊雅, PROYA)의 히트상품인 버블 마스크 팩(泡泡面膜)이다.
버블이 많이 일어날수록 얼굴에 쌓여진 노폐물이 많다는 퍼플카우를 통해 엄청난 매출기록을 올렸다. 피부에 노폐물이 많다는 것을 마스크팩 버블을 통해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전형적인 퍼플카우 전략이다.
[사진1] 퍼플카우 개념(좌)과 프로야 버블 마스크팩(우)
*출처: 바이두
프로야의 흑해 솔트 버블 마스크 팩은 2019년 7월부터 더우인 플랫폼 마케팅을 진행하며 엄청난 수익을 올리며 중국의 대표 화장품 기업으로 우뚝 섰다.
프로야는 버블 마스크 팩의 색다른 체험과 핵심 셀링 포인트를 다양한 디지털 마케팅을 통해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중국 소비자들에게 알려졌다.
SNS 플랫폼+KOL(Key Opinion Leader)의 다이훠(帶貨, 스타나 유명인이 상품 판매에 나서 대중의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 마케팅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사실 프로야는 K-뷰티의 장점을 최적화하며 벤치마킹을 통해 성장한 기업이다.
국내 화장품 R&D 인력과 마케팅 인력을 대거 스카웃 하며 급성장한 기업으로 중국 증시에 상장된 화장품 기업 중 가장 높은 시가총액을 보유하고 있다. 2021년 11월 1일 기준 약 405억 위안(약 7조4000억 원)으로 기존 중국 화장품 선두 기업인 상하이가화를 추월하며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기업이 퍼플카우 전략으로 중국 시장에서 성공한 사례를 살펴보자. 한때 국내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얻었던 한류 아티스트 브랜드인 육심원의 진출 사례다.
육심원은 국내 동양화가의 작품을 기반으로 성장한 K-아트 브랜드이다. 육심원은 패션, 뷰티, 가방, 문구, 액세서리, 리빙 등 다양한 상품을 생생한 캐릭터를 통해 생활 속에서 예술과 개성을 함께 추구하는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여성은 행복해야 한다(All women should be happy)’는 슬로건과 동양화 기법을 통해 생동감 있고 개성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사진2] 중국 육심원 매장과 키키와 코코 이미지
*출처: 바이두
육심원 브랜드의 해외진출은 2013년 미국과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인기를 얻으며 2015년 처음 중국시장에 진출했다.
2015년 중국 상하이, 청두, 텐진 등 진출, 2016년에는 홍콩, 항저우, 하얼빈 등 10개 지역으로 확대해 나갔다. 예를 들어, 2016년 초반 하얼빈 쇼핑센터에 오픈한 육심원 매장의 경우 하루 매출이 6000만 원을 돌파하는 등 높은 인기를 얻은 바 있다.
하지만 2016년 국내 캐릭터 화장품 브랜드 ‘파시’와의 캐릭터 디자인 소송 이슈와 중국 사드 보복 사태가 더해지면서 중국사업도 영향을 받게 되었다. 특히 사드 사태의 후폭풍인 ‘한한령’으로 인한 매출 하락으로 기존 10여 곳의 매장이 지금은 텐진, 시안, 샤먼, 선양 등 절반 정도로 줄었다.
그래도 문구 및 패션의류 등은 지금까지도 중국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특히 아동용 문구류 및 가방은 귀엽고 예쁜 캐릭터인 ‘키키’와 ‘코코’를 통해 중국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행동파이자 말썽쟁이인 ‘키키’와 조용하고 엉뚱쟁이인 ‘코코’라는 성향이 다른 쌍둥이 자매의 스토리 텔링을 통해 중국 여자 어린이들에게 색다른 체험과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육심원의 퍼플카우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 맞는 맞춤형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생일, 별자리 및 혈액형을 책가방 및 문구류에 접목시켜 여자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육심원의 가치형 퍼플카우 전략은 눈에 띄는 상품 디자인을 넘어 맞춤형 체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메고 있는 책가방에 내 생일인 5월 5일과 A형인 혈액형, 쌍둥이자리 별자리까지 적혀 있으니 더욱 소중할 수밖에 없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중국 지인의 딸은 육심원 책가방을 메고 학교에 가서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잘 때도 안고 잔다는 얘기를 필자한테 한 적이 있다. 일반적으로 한국보다 중국 어린이들이 별자리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높다는 특성을 잘 활용한 것이다.
육심원의 성공 사례에서 봤듯이 퍼플카우 전략은 단순히 눈에 확 띄는 제품의 특징이나 디자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추가적으로 무형의 가치와 서비스를 통해서도 구축할 수 있다.
중국시장은 전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제품이 경쟁을 벌이는 글로벌 시장이다. 따라서 차별화되고 화젯거리가 될 수 있는 제품과 기술·서비스의 퍼플카우가 있어야 중국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대사관에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하며, 3,000여 개가 넘는 기업을 지원했다. 미국 듀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환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