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인정공정·경합세번 문제는 확실히 해결해야
V사는 2006년 설립 이후 디지털 도어록에 역량을 집중해 온 기업이다. 2017년 제54회 무역의날에 수출기업으로의 첫발을 내디뎠음을 의미하는 ‘백만불탑’을 수상했으며, 2019년에는 ‘수출유망중소기업’으로 지정됐다.
수출유망중소기업은 수출 500만 달러 미만의 성장 가능성이 큰 수출 중소기업을 발굴해 중소벤처기업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KOTRA, 금융권 등 수출지원기관의 각종 우대 지원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정부의 사업이다. V사의 수출을 통한 성장 가능성이 그만큼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다.
V사는 2015년 업체별 원산지인증수출자 인증을 취득해 5년간 한-아세안 FTA(자유무역협정)와 한-인도 CEPA(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를 활용해 FTA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해왔다. 업체별 원산지인증수출자 자격의 유효기간은 5년이므로 V사는 2020년 자격 갱신을 신청해야 했다.
통상 원산지인증수출자는 원산지관리 및 원산지증명 능력이 있다고 공적으로 인정된 수출자를 의미하는데, 정작 인증 획득 후에는 원산지관리 및 원산지관리 관련 업무에서 손을 놓아버리는 기업들이 종종 있다. 원산지인증수출자 자격을 획득한 후부터 FTA 특례법에 규정된 법규를 준수하기 위해 더욱 철저히 원산지관리를 해야 한다. V사는 지난 5년간 원산지 관리를 철저히 했다고 자부해 왔으나 인증 취득 후 시간이 많이 지났고, 이 기간 회사가 성장하면서 원산지 업무도 확대됐으나 업무 패턴은 초기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었다.
원산지인증수출자 갱신에 앞서 컨설팅을
이에 V사는 원산지인증수출자 갱신 신청에 앞서 원산지관리 업무 시스템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살펴보기 위해 ◯◯FTA활용지원센터에 컨설팅을 신청했다. 컨설턴트는 V사 본사를 방문해 담당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다 원산지관리 허점을 발견했다.
먼저, V사는 그동안 사업이 성장하면서 자사 생산 범위에서 감당하지 못하는 일부 제품의 생산 물량을 협력업체에 위탁해왔다. 문제는 위탁 생산한 물량이 수출국 세관에서 불인정공정으로 간주되고 있던 점이었다.
‘불인정 공정(Non-Qualifying Operation)’은 원산지를 부여하기에 불충분하다고 간주하는 공정을 말한다. 일부 지역무역협정(RTA, Regional Trade Agreement)에서는 모든 상황을 고려하여 원산지를 부여하기에 불충분하다고 간주하는 공정을 열기한 별도의 리스트를 마련해 놓기도 한다. 따라서 이들 협정상 불인정공정으로 간주한 리스트에 해당하는 공정은 원산지를 부여받지 못한다.
V사 디지털 도어락의 HS코드는 제8301.40호다. 주요 수출국이자 한-아세안 FTA 회원국인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의 수입관세율 및 원산지 기준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태국은 이 품목의 기본관세율이 20%이며, FTA 협정세율은 무관세다.
베트남은 이 품목을 한-아세안 FTA와 한-베트남 FTA 모두 일반민감품목(SL, Sensitive List)으로 지정해 기본관세율이 30%다. 한-아세안 FTA에서 베트남은 ‘일반민감품목에 배치한 관세품목의 최혜국대우 실행 관세율을 2017년 1월 1일까지 20%로 인하한다. 이러한 관세율은 2021년 1월 1일까지 이어서 0~5%로 인하된다’라고 했다. 이에 베트남의 관세율은 2021년부터 5%가 되었다.
말레이시아는 기본관세율 25%에 한-아세안 FTA를 적용하면 무관세다. 한-아세안 FTA와 한-베트남 FTA에서 제8301.40호의 원산지 기준은 ▷수출 당사국의 영역에서 완전생산된 것 ▷다른 호에 해당하는 재료로부터 생산된 것 또는 40% 이상의 역내부가가치가 발생한 것 중 하나에 해당하면 된다.
같은 품목의 인도 기준관세율은 12.5%다. 한-인도 CEPA 협정에 따른 양허유형은 ‘E-8’이다. 한-인도 CEPA 협정문에 따르면 양허유형 E-8로 규정된 원산지 상품에 대한 관세는 협정 발효일을 시작으로 8단계에 걸쳐 매년 균등하게 철폐되어, 이행 7년 차 1월 1일부터는 그 상품에 무관세가 적용된다. 따라서 현재 무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원산지 기준은 ▷수출 당사국의 영역에서 완전생산 된 것 ▷다른 소호에 해당하는 재료로부터 생산된 것. 다만, 35% 이상의 역내부가가치가 발생한 것에 한정한다, 중 하나에 해당하면 된다.
불인정공정과 경합세번을 해결하라
세관에서 불인정공정을 제기했다는 것은 비원산지 재료가 사용된 불완전 상품이라 하더라도, 역내의 생산과정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상품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정도의 공정이나 가공’이 역내에서 수행되어 실질적 변형이 발생하였다면 FTA 특혜를 받을 수 있는 원산지 상품으로 인정하는 ‘충분가공원칙’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FTA 협정에서 정한 제8301.40호의 원산지 기준 가운데 하나인 역내부가가치를 조항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것으로, 원산지관리에 허점이 발생했음을 의미한다.
컨설턴트가 조사해 보니 V사와 위탁생산 협력업체와의 계약 관계가 원청-하청 임가공이 아니라 구매자-판매자로 의심이 되어 세관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V사 측에 원재료 구매 내역과 가격, 원산지관리와 제품조립 및 생산에 대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으며, 협력업체와는 임가공계약을 체결했음을 근거로 협력업체가 생산한 제품도 V사가 생산한 것과 동일하다는 내용을 소명해 불인정가공 문제를 해결했다.
다음으로는 디지털 도어락 내부에 장착되는 주요 원재료 가운데 하나인 PCB(인쇄회로기판, Printed Circuit Board)의 경합세번 문제였다.
‘경합세번’은 특정 품목의 품목분류가 애매하여 2개 이상의 세번으로 분류가 가능한 세번을 의미한다. 가령, ‘도라지 뿌리’는 관세율표상 품명 중 ▷신선 또는 건조한 향료용, 의료용 등 식물 및 부분품 ▷신선 또는 냉장한 식용의 뿌리 ▷건조한 기타의 채소 등으로 모두 분류가 가능하다.
PCB의 정확한 코드는 제품의 형상, 기능, 용도 등을 검토해야 하는데 V사 디지털 도어락 내부에 장착되는 PCB는 도어락의 전류 흐름을 제어하여 잠금·열림기능을 수행하는 중요 부품이기 때문에 도어락의 기능을 수행하는 부분품으로써 분류할 수도 있었다. 이러면 PCB의 HS코드는 제8301.60호에 해당하여 디지털도 어록의 원산지 기준인 4단위 세번변경기준(CHT)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V사가 구매한 PCB는 역외산이라 부가가치기준도 미달해 이대로 결정 되면 FTA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품목분류 사전심사’의 중요성
컨설턴트는 V사 직원과 함께 해당 PCB를 분석했다. 그 결과 반도체기술과 막회로 기술이 들어간 복합구조 칩 집적회로로 분류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경합물품의 품목분류를 확실히 하려면 관세청의 품목분류 사전심사를 통해 유권해석을 받는 것이 좋다. 품목분류는 세계관세기구(WCO)에서 제정해 전 세계에서 HS코드 6단위까지는 동일하게 사용하지만, 무역 당사국의 관점에 따라 동일물품에 대해 서로 다른 품목분류를 하는 사례가 많다. 따라서 품목분류 사전심사를 통해 얻은 유권해석 증빙서류는 입국 세관의 문제제기 때 법적 근거로 제시할 수 있다.
컨설턴트와 V사는 관세청에 ‘품목분류 사전심사’를 의뢰했고, 해당 PCB 세번은 제8542.31호로 확정 받아 원산지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V사의 수출이 증가하면서 제품에 바이어가 추천한 PCB를 장착하기 위해 이를 수입해야 하는 경우도 빈번해졌다. 정확한 PCB 세번 덕에 회사는 원산지, FTA와 상관없이 바이어의 요청에 맞는 제품을 생산·공급할 수 있게 되어 2020년 8월 1만5000대의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이밖에 V사는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아 FTA 업무 프로세스를 재정비한 뒤 업체별 인증수출자인증을 갱신했으며, 위탁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불인정공정 제기와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협력사(원자재 공급처 및 제품조립업체)를 대상으로 한 FTA 교육도 실시하는 등 FTA를 통한 상생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FTA활용정책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