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

kimswed 2022.08.25 06:03 조회 수 : 10746

세계적으로 지속 가능성이 소비자들의 주요 구매 결정 요소로 자리 잡는 가운데 미국 소매업계는 지속 가능성 목표를 제시하고 친환경 포장 도입, 폐기물 감소, 재활용 물질 사용, 에너지 효율 개선 등 다방면에서 실천에 나서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보다 환경 친화적이고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높아지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관심=미국 소비자들은 구매 결정을 내릴 때 지속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친환경적인 생활방식을 지속하고 있다. 마케팅 기업 아코스타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 중 69%는 ‘소비재를 구매할 때 지속 가능성이 다소 혹은 매우 중요한 고려사항’이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미 소매업계는 지속 가능성의 목표를 제시하고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소비자의 쇼핑 습관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를 비즈니스 전략에 포함시키면서 친환경 제품 투자를 늘리고 있다. 미 소비자들은 특히 신선한 농산물과 친환경 청소용품에 관심이 많으며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85%는 ‘미래에도 항상 또는 주로 친환경 제품을 구매할 것’이라고 해 친환경 제품에 대한 충성도가 높게 나타났다.
 
대부분의 미국 소비자는 보다 친환경적인 생활방식을 추구하며 재활용에 대한 관심도 높다. 설문에 따르면 1964년 이전에 출생한 베이비부머들은 재활용을 하는 경향이 높고 1981년에서 2012년 사이에 출생한 MZ세대는 환경에 대한 영향을 고려해 소비습관을 수정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머피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의 80%는 ‘식품 소매업체들이 매출에만 중점을 두는 것을 넘어 직원과 지역사회를 돕기 위한 이니셔티브를 구현해야 한다’고 해 사회를 더 낫게 만드는 데 목적이 있음을 명확히 하는 곳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확인해주었다. 이에 따라 많은 소매업체나 소비재 기업들이 구매, 음식물 쓰레기, 에너지 사용 및 포장 측면에서 지속 가능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품 포장 개선에 힘쓰는 ‘범블비’=참치캔 등 해산물 가공 기업인 범블비는 지속 가능성 목표를 설정하고 매년 진행상황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한다. 주요 내용으로는 2025년 말까지 회사가 공급받는 모든 해산물에 대해 지속 가능성 인증을 받거나 받기 위한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미 몇몇 제품은 목표를 달성했다. 
 
또한 글로벌고스트기어이니셔티브와 협력해 바다에 버려진 낚시기구들을 수집하는 데 힘쓸 뿐만 아니라 시트리스와 손잡고 로스앤젤레스 해안에서 다시마를 복원하고 인도네시아 비아크 섬에서는 1만5000그루의 맹그로브 나무를 심는 등 해양 생태계 복원을 지원하고 있다.
 
한편 범블비는 최근 업계 최초로 멀티팩 캔 제품 포장을 플라스틱에서 FSC(삼림보호위원회)가 인증한 100% 재활용 원료로 만든 종이상자로 대체했다. 이를 통해 연간 약 2300만 개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없애고 재활용이 쉬운 포장으로 전환했다.
 
범블비의 이러한 모습은 일회용 플라스틱의 사용 감소는 물론 소비자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강력한 마케팅 기회를 창출했다. 회사 관계자는 “포장재 전환과 관련해 소비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으며 매장 배치 시에도 선반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이점을 얻었다”고 밝혔다.
 
◆포장재 중량 낮추는 ‘켈로그’=켈로그는 제품 생산에서 포장까지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906년 켈로그의 첫 시리얼 제품 포장은 재활용된 물질을 활용했으며 현재도 동종 식품업체에 비해 플라스틱 포장을 매우 적게 사용하고 있다.
 
수년에 걸쳐 시리얼 박스, 기타 포장재료의 양을 줄이며 과도한 공기 주입을 지양하고 환경에 더 좋은 포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순환경제에 기여하기 위해 켈로그의 모든 목재 기반 시리얼 및 기타 박스는 지속 가능하거나 재활용된 재료를 사용한다. 여기에 더해 2025년 말까지 100% 재사용, 재활용 가능 또는 분해 가능한 포장을 사용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으며 환경 영향이 훨씬 적으면서도 식품을 보호하는 첨단 혁신 제품을 위해 파트너들과 적극 협력하고 있다.
 
켈로그는 과감한 포장재 재설계로 폐기물도 크게 줄였다. 비닐 포장재를 줄이기 위해 식품 용량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시리얼 박스의 두께를 17% 줄였으며 이를 통해 제품을 보관, 배송하는 상자의 크기도 줄어 최대 45만 kg의 포장재를 절약했다. 2020년 켈로그는 완전히 재활용할 수 있는 베어 네이키드 그래놀라 제품 파우치를 출시하기도 했다. 소비자들은 제품을 소비한 후 재활용을 위해 전국 1만8000여 매장에 배치된 수거함에 버릴 수 있다. 
 
켈로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비자들이 그래놀라 포장을 설치된 수거함에 버리는 사진을 찍도록 권장해 소비자들 사이에 더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또한 켈로그의 채식 제품 전문 브랜드 ‘모닝스타팜’은 재밀봉 가능한 봉지 포장으로 재설계해 제품 보호도를 높임으로써 음식물 쓰레기를 줄임과 동시에 포장재 중량을 38%나 줄였다.
 
◆지역 재활용 지원하는 ‘클로락스’=이 회사의 목표 중 하나는 2030년까지 재활용되지 않은 플라스틱과 섬유 포장을 50% 줄이는 것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 플라스틱을 80% 줄인 다목적 리필 가능 청소기 스타터 키트, 재활용 및 식물 기반 플라스틱 60%로 만든 립밤 튜브, 회수된 플라스틱 50%로 만든 쓰레기봉투, 100% 재활용 판지로 만든 포장 등 제품 포트폴리오를 혁신하고 있다. 2019년에는 식물 기반 물질로 만들어 퇴비화가 가능한 물티슈를 출시해 2021년 미국 환경청(EPA)으로부터 인간의 건강과 환경에 대한 기준을 만족하는 친환경 제품 인증 ‘세이퍼 초이스’를 받기도 하였다.
 
2020년 클로락스는 25% 더 농축된 표백제 포뮬러를 활용해 제품 수명 전반에 걸쳐 자원을 절약했다. 더 작은 병으로 판매되기 때문에 물과 원료를 덜 사용하고 제조 및 유통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이 줄어 매년 수백만 리터의 물, 약 200만 kg의 포장용 종이, 680만 kg의 플라스틱을 절약할 수 있었다.
 
클로락스의 ‘버츠비’ 브랜드는 포장에 평균 50% 이상 재활용 재료를 사용하고 과대 포장을 방지하며 재활용이 어려운 혼합 재료 포장을 제한하고 혁신적인 재활용 재료를 사용한다. 예를 들어 버츠비 화장 티슈는 티셔츠 제조과정에서 발생한 나머지 재료를 이용해 만들어지며 포장도 밀봉을 위해 플라스틱 덮개가 아닌 스티커를 사용한다. 또한 테라사이클과 함께 소비자가 버츠비의 포장을 재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실시해 소비자들로부터 13만 개 이상의 제품 포장재를 수거했다.
 
한편 클로락스의 ‘글래드’ 브랜드는 경쟁 브랜드에 비해 7~22% 적은 플라스틱으로 쓰레기봉투를 생산하는 기술을 갖추고 있다. 글래드의 쓰레기봉투는 재활용 플라스틱 20%와 제조공정에서 발생한 나머지 재료를 재사용한 플라스틱 30%로 만들어진다. 
 
글래드는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적 파트너십에 대한 투자와 함께 환경 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2030년까지 달성할 구체적인 목표도 설정했다. 한 예로 재활용 기술 스타트업 리사이클롭스와 협업해 재활용 선택권이 없는 1000개 도시, 10만여 가구에 효율적이고 편리하게 재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음식물 쓰레기 감축에 노력하는 ‘자이언트’=자이언트는 펜실베이니아, 메릴랜드, 버지니아 등 미 동부 지역에서 활동 중인 슈퍼마켓 체인으로 지속 가능성을 기업의 핵심 가치로 선정했다. 자이언트의 니콜라스 버트람 사장은 “지구를 위해 옳은 일을 하는 것은 큰 책임이며 또한 큰 기회”라며 “더 지속 가능한 쇼핑 바구니는 탄소 배출을 줄이고 토양 건강을 개선하며 삼림 벌채를 완화하고 생물 다양성을 증가시켜 지구를 치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최근 해리스버그과학기술대학교의 첨단 농업 및 지속 가능성 센터에 100만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이 센터는 첨단 식품 및 농업을 통한 지속 가능성 및 공급 현지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자이언트는 책임감 있는 제품 선택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해산물 부서는 냉동 새우와 참치 통조림을 포함해 자체 브랜드(PL) 품목으로 100% 구성되며 육류 부서는 식물 기반 육류 대체 제품을 계속 확장 중이다. 환경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재생 유기농업 관행을 촉진하기 위해 유기농업 연구기관 로데일연구소와 협력하고 있다. 2020년에는 펜실베이니아 칼라인에 있는 본사에 태양광 필드를 건설했는데 설치된 태양 전지판은 청정에너지 발전으로 탄소 발자국을 줄인다는 의미 외에도 꿀벌 및 수분 매개자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도록 설계됐다.
 
포장재를 줄이는 것도 자이언트의 주요 목표다. 2018년 회사는 제품 및 포장에 지속 가능한 관행을 도입하고 자사 브랜드 제품의 플라스틱 및 포장 폐기물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약속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자사 브랜드 포장의 모든 플라스틱을 100% 재사용, 재활용 또는 퇴비화가 가능한 물질로 전환할 계획이다.
 
자이언트는 특히 스티로폼 포장에서 재사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포장으로의 전환을 시험하기 위해 한 해산물 공급업체와 제휴했다. 재사용 가능한 플라스틱 상자에 담겨 물품이 배송되면 매장은 재사용을 위해 상자를 공급업체에 다시 돌려보내는 방식인데 추후 다른 품목으로 확장될 계획이다. 육류 부서는 이미 스티로폼 용기 대신 재활용 트레이를 사용하고 있으며 공급업체와 협력해 보다 지속 가능한 포장 형태를 연구 중이다.
 
자이언트의 매장과 창고는 폐기물 배출 및 음식물 쓰레기 감소를 위한 엄격한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모든 시설은 쓰레기 매립지로 향하는 폐기물을 최소 90% 이상 줄이기 위해 재활용, 기부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작년에는 모든 매장이 음식물 쓰레기 제거를 위해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플래시푸드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다. 또한 매장과 창고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나 냉매 전환 등을 통해 에너지 효율 극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급업체와 함께 지속 가능성 실천하는 ‘리들유에스’=식료품 소매업체 리들유에스는 지속 가능성을 브랜드의 중심에 두고 인증을 받은 신선 및 냉동 해산물만 판매하기로 약속했다. 이에 따라 공급업체들은 리들의 표준을 충족하기 위해 해양관리협의회, 국제양식협회, 세계양식책임의회와 협력하고 있다. 리들은 매장에서 보다 지속 가능한 제품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남획 방지, 유기농 양식 및 생산, 지속 가능한 수확, 공정무역에 대한 표준 및 모범사례를 담은 이니셔티브를 제정했다.
 
리들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투굿투웨이스트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 기준에 미달하는 농산물과 정육 제품을 대폭 할인하고 매장 입구 근처에 눈에 띄는 자리에 제품을 전시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노력을 통해 재활용을 장려하고 있는데 하우투리사이클과 협력해 소비자들이 더 쉽고 편리하게 재활용할 수 있도록 모든 포장 구성요소를 폐기하는 방법에 대해 자세한 내용이 담긴 라벨링을 부착했다.
 
◆우리 기업 시사점=공급업체의 지속 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천하는 또 다른 미국 업체로 스프라우츠가 있다.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책임감 있게 재배된 식품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한 목표의 일환으로 지난 6월 ‘지속 가능성 공급업체 서밋’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식료품, 농산물, 냉동식품, 대용량 식품, 육류 및 해산물, 비타민 및 보충제 등에 걸쳐 스프라우츠 브랜드 품목의 확장을 지원할 새로운 공급업체 발굴에 나섰다. 스프라우츠의 장기적인 성장전략은 고객, 직원, 지역사회 및 지구를 돌보는 동시에 비즈니스를 개선하는 지속 가능성 노력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KOTRA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윤리적으로 조달된 재료, 지속 가능한 포장, 개선된 동물 복지를 우선시하는 공급업체와 제조업체를 찾고 있으며 이와 같은 움직임은 소매업계에서 널리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소비자들이 점점 더 가치관을 공유하는 브랜드에 관심을 보이면서 기업들은 지속 가능성 정책의 중요성과 영향을 인지하고 있다. 지속 가능성은 개인마다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있는데 시장조사기관 센서매틱이 수행한 설문에 따르면 ‘폐기물 감소’(68%), ‘재활용 프로그램 참여’(63%), ‘환경 친화적 물질 활용’(60%), ‘탄소 방출 축소 및 에너지 효율 개선’(56%)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또한 이들은 지속 가능성을 위해 소매업자들이 노력할 부분으로 ‘지속 가능한 포장으로의 전환’(62%), ‘재고 관리 개선’(54%), ‘에너지 효율 개선’(46%), ‘재활용 프로그램 도입’(41%) 등을 꼽았다.
 
미국 소비자들은 지속 가능성을 위해 단순히 소비행태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불편도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공급망 플랫폼 기업 블루욘더의 지속 가능한 쇼핑습관 관련 조사에 따르면 ‘지속 가능성을 위해 5일 정도 배송이 늦어져도 괜찮다’가 29%, ‘일주일 혹은 이상 지연돼도 괜찮다’는 28%였다. 지속 가능한 포장 사용을 위해 64%는 ‘더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했고 인센티브가 있다면 지속 가능성을 위해 86%가 ‘배송 지연을 감수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은 소비자들의 지속 가능성 습관에 영향을 미쳐 팬데믹 시작 이후 절반에 가까운 44%의 소비자가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쇼핑에 관심이 더욱 증가했다’고 밝혔다.
 
한국 제품을 구매 중인 미국의 한 소매업계 바이어는 KOTRA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공급업체 선정 시 그린(Green), 환경 친화적(Eco-Friendly), 재활용(Recycle) 물질, 재활용 가능한(Recyclable) 포장 등의 특성을 가진 지속 가능한 제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혀 실제로 제품의 지속 가능성이 미국 시장 진출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KOTRA 달라스 무역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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