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커피산업의 다크호스, 미얀마

kimswed 2022.09.01 07:58 조회 수 : 10781

다양한 종류의 허브를 재배할 수 있는 환경 덕분에 동남아시아에서는 예로부터 차(茶)를 마시는 문화가 발달했다. 국토 북부 고원지대에서 다양한 작물을 얻을 수 있는 미얀마 또한 오랫동안 여러 가지 찻잎을 재배해 음료로 즐겨왔다. 
 
지금도 영국의 밀크티처럼 연유를 섞어 마시는 방식으로 전통차를 널리 소비하고 있으며 분말이나 티백 형태로 가공된 차들도 대형 마트나 소매점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이처럼 차를 즐겨 마시는 미얀마인들의 풍습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커피 문화로 바뀌었다. 이제 차 대신 커피를 일상적으로 소비하게 된 것인데, 이는 통계로도 명확하게 확인된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1년 미얀마의 커피 매출은 2096억9800만 짜트, 1억1600만 달러에 달했다. 지난 10년간 커피 소비가 정치적, 경제적 상황과 무관하게 계속해서 늘었음을 알 수 있다.
 
2020년 이후의 매출은 코로나19로 인한 외부활동 위축 덕분에 증가했다. 미얀마커피협회 관계자도 “정부의 격리조치 때문에 커피 음용이 유일한 여가활동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가 비상사태로 내수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2021년에도 매출이 늘어났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현지 소비자들의 커피 선호가 경제여건이나 환경 변화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 아닌 하나의 트렌드일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미얀마도 서구적인 생활양식을 받아들이며 ’커피 소비대국‘이 된 우리나라와 비슷한 면이 많아 보인다. 
 
▲이미지=아이클릭아트
하지만 미얀마는 한국과 달리 천혜의 재배조건 갖추고 있는 커피원두 생산국이기도 하다. 일반적인 현지 기후가 고온다습한 열대몬순인 것은 맞지만 북부지방으로 가면 품질 좋은 원두를 재배할 만한 고원지대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 지역의 평균 해발고도는 1000m 이상으로 기온이 상당히 서늘하며 평균 강우량도 1490mm에서 2000mm로 원두 생산에 유리하다. 토양 역시 영양분이 풍부한 적토로 구성돼 있다.
 
미얀마의 커피 재배 역사 또한 상당하다. 미얀마커피협회의 묘 아예 회장은 “서양 선교사들이 재배법을 처음 전파한 1885년 이래 커피의 역사가 이어져왔다”고 자랑스럽게 밝히기도 했다. 
 
물론 당시에는 미에익, 다웨이, 까인 등 주로 남부지방에서 먼저 재배됐기 때문에 서양인들은 병충해와 더위에 강한 로부스타 종부터 들여왔다고 한다. 로부스타 종은 풍미가 다소 투박하고 쓴맛이 나는 인스턴트커피의 주재료로 지금은 남부의 바고와 에야와디 지방에서 주로 생산되고 있다.
 
그러던 것이 1930년대에는 북부 샨 주와 중부 핀우린 지방 등 고원지대로까지 재배가 확대되면서 생육조건이 까다로운 아라비카 품종의 생산도 시작됐다. 
 
아라비카는 향이 풍부하고 고급스러운 신맛이 있어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원두커피의 재료이며 당연히 가격도 더 비싼데 현재는 샨, 친, 까친, 까야, 사가잉 등 서늘한 미얀마 중북부 고지대에서 널리 재배되고 있으며 로부스타 종보다 생산량도 많다. 
 
묘 아예 회장은 “연간 약 8000톤에 이르는 미얀마의 커피원두 생산량 중 아리비카 품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80% 이상일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했다.
 
오랜 역사에 비해 재배방식의 현대화와 산업화는 상당히 늦은 편이다. 특히 원두를 커피로 상품화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은 미국 국제개발처(USAID가 제공하는 지원 프로그램 덕분에 2014년에 들어서야 겨우 갖춰지기 시작했다. 
 
이때 미국은 마약 생산지로 악명 높던 샨 주 일대의 양귀비 재배를 억제하기 위해 커피를 대체 작물로 집중 전파하면서 지역주민들의 생산을 장려한 바 있다. 
 
미얀마커피협회 역시 커피산업의 현대화가 본격화된 2014년에 설립됐으며 2년 뒤인 2016년 정식 협회로 등록됐다.
 
커피의 수출산업화 또한 미국이 지원을 제공한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수출 규모 역시 국내 생산량에 비해서는 아직까지 작은 편이다. 
 
실제 글로벌트레이드아틀라스의 자료에 나타난 2021년 미얀마의 커피원두(HS코드 090111) 수출액은 197만 달러로 이웃 국가인 베트남의 0.1%에도 미치지 못했다. 
 
물론 코로나19와 국가 비상사태로 인한 물류난 때문에 수출이 어려웠다고 볼 수도 있으나 해외 판매가 활발했던 2018년의 수출액도 552만 달러에 그쳤다. 
 
2021년에는 프랑스가 전년보다 2배 이상 많은 60만 달러의 원두를 구입했고 일본 역시 54만 달러를 수입하는 등 일부 국가와의 거래가 늘었지만 전반적인 수출은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한국으로의 수출은 최근 5년간 가장 적은 1만1000달러까지 축소됐다.
 
커피협회 묘 아예 회장 역시 “미얀마의 원두 수출이 연간 500~600톤에 불과하다”며 현재 국내 추정 생산량인 8000톤에 비해 상당히 적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농촌 지역은 팬데믹과 국가 비상사태의 영향을 덜 받았기 때문에 작년에도 원두 생산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정치 불안으로 외환 거래가 어려웠고 수출용 컨테이너 선박 확보에도 애로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미얀마의 커피 수출은 원두를 직접 판매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원료를 완제품 커피로 상품화하는 시스템이 최근에야 구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얀마 기업들이 판매 중인 자국 제품은 26종이나 되지만 이 중 수출 경쟁력을 갖춘 브랜드는 많지 않다. 현지 소비자들도 맛과 품질이 좋은 수입 커피를 더 선호한다. 
 
특히 태국과 중국에서 수입되는 인스턴트커피의 인기가 많은데 미얀마 경제가 튼실했던 2018년에는 태국산이 529만 달러 수입되기도 했다.
 
수입 제품은 도심지역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에서 주로 판매되는데 ’G7‘, ’카오숑‘, ’맥커피‘, ’버디‘, ’골드로스트‘, ’올드타운‘, ’네스카페‘ 같은 인스턴트 브랜드들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한류 덕분에 한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졌다. 인스턴트 제품임에도 프리미엄 상품으로 인식돼 현지인들 사이에 선물용품으로 사랑받고 있다.
 
현지 업계 종사자들은 자국 커피산업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한계점 또한 냉정하게 지적하고 있었다. 원두를 재배해 완제품을 생산하는 유아앙 지역의 한 현지 기업 관계자는 “미얀마산 원두가 해외 전문가들로부터 스페셜티 등급으로 평가받고 있다”면서 “우리 제품도 외국 소비자들에게 선물용으로 조금씩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도 선진기술의 도입이 시급함을 강조했다. 그는 “아직까지도 미얀마에는 인스턴트커피를 자체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이 없다”며 “토종 업체들은 수입한 커피분말을 재포장해 판매하는데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만달레이 커피그룹의 예민 회장 역시 “최근 해외에서 미얀마 커피의 맛을 알아주면서 수출도 늘고 있다”면서도 가공기술의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예민 회장은 “미얀마 기업들이 우수한 미얀마산 원두를 사용하고도 로스팅 기술 부족으로 품질을 떨어뜨리고 있으며 이 때문에 해외시장에서 통용될 만한 최종 생산품은 전체의 20%에 불과하다”며 아쉬워했다.
 
미얀마 커피 업계도 생산 및 가공 기술 부족으로 제조과정에서 부가가치를 잃는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얀마커피협회는 재배 및 가공 기술을 전수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현지 제조업체들도 기술 교육과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현지 업계는 선진기술을 갖춘 해외기업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희망하고 있으며 특히 우수한 생산기술과 브랜드 파워를 갖춘 한국 기업과의 협력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얀마커피협회 묘 회장은 “코로나19로 중단되기 전까지 매년 해외 전문가를 초청해 진행했던 원두 등급 평가행사를 올해부터 재개할 계획”이라며 한국의 전문가를 꼭 초청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하기도 했다.
 
국제 제재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미얀마와 당장 비즈니스 협력을 모색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미얀마의 커피산업이 무한한 잠재력을 갖추고도 알맞은 협력 상대를 찾지 못한 채 정체돼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미얀마는 ‘커피벨트’에 위치한 국가로서 천혜의 생산조건을 갖췄고 실제로 우수한 원두를 재배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커피산업의 부족한 측면을 보완해주는 훌륭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문인력 교류나 기술협력 방안 등은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는 사안 중 하나다.
 
KOTRA 양곤 무역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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