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이란 육류, 해산물, 유제품 및 계란을 포함해 동물성 제품과 부산물을 먹지 않는 것으로 처음에는 다이어트 차원에서 주목받다가 이제는 스킨케어와 화장품을 아우르는 비건 뷰티 트렌드로 발전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도 기존의 동물성 제품 기반 화장품 시장에서 비건 화장품이 틈새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훈풍 부는 비건 뷰티=말레이시아는 2017년 기준 세계에서 세 번째로 채식주의자가 많은 나라다. 다민족 국가로 다양한 종교를 따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고기나 돼지고기 같은 육류 섭취를 자제하는 관습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연스레 비건 소비재 수요가 커지면서 다수의 뷰티 업체들이 비건 뷰티 화장품 브랜드로 변신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연도별 구글 검색 빈도에서도 비건 뷰티가 크게 눈에 띠는데 여기에는 젊은 세대의 윤리적 의식 제고가 자리 잡고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이전 세대와 달리 동물 보호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면서 뷰티 기업들의 윤리적 행위와 생산에 관심을 갖게 된 것. 이들은 단순히 립스틱 쉐이드뿐만 아니라 생산과정도 궁금해하며 구매에 결정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크리스틴 탄이라는 말레이시아의 젊은 인플루언서가 틱톡 채널에 비건 라이프스타일을 올렸는데 조회 수가 10만 명을 기록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현지의 많은 젊은 소비자들은 인플루언서의 영상을 통해 트렌드 변화를 감지하고 소비패턴에 반영하고 있다.
픽셀플레이벤처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샤흐룰 니자르 야햐는 “무슬림 화장품 산업에서 비건 뷰티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할랄 제품의 비중이 높아질 전망”이라며 “비건 뷰티 제품은 본질적으로 할랄 가능성이 높으며 말레이시아 뷰티 제품의 할랄 라벨은 구매에 중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명 비건 뷰티 브랜드들=말레이시아의 많은 기업들도 비건 뷰티 트렌드를 채택하기 시작했다. 글로벌과 로컬 브랜드 모두 비건 뷰티 제품군을 출시하면서 비건 뷰티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더바디샵은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글로벌 기업이자 크루얼티-프리(cruelty-free·동물성 성분을 함유하지 않은) 소매기업으로 유명하다. 현재 제품의 60%에 ‘비건’ 라벨이 부착돼 있어 소비자들이 식물 기반 제품을 쉽게 식별할 수 있다. 이 회사는 2023년 말까지 동물성분을 함유한 모든 제품을 비건 제품으로 대체하기로 결정했다.
그런가 하면 2018년 10월 말레이시아에 진출한 러시는 채식주의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다. 이들은 크루얼티-프리를 유지하면서도 여전히 일부 제형에 꿀과 같은 동물성 성분을 사용했으나 2019년부터 모든 제품에 계란 성분을 제거해 보다 비건 친화적인 브랜드로 변신하고 있다.
비건 뷰티 트렌드 대열에 동참한 말레이시아 토종 기업도 있다. 오키드코스메틱은 저비용, 무독성, 피부 친화적, 할랄 및 비건 화장품을 제공하는 회사 중 하나다. 이 회사에 따르면 제품 홍보에 소셜미디어와 셀럽을 활용하고 있는데 말레이시아에서 강력한 입지를 확보한 글로벌 브랜드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홍보채널의 활용은 필수다.
말레이시아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또 다른 비건 메이크업 브랜드는 벨벳배니티다. 100% 비건 화장품을 취급하는 이 회사는 말레이시아 최초의 독립 립스틱 브랜드로 설립자인 아드리나 나드히라는 “비건 뷰티 트렌드가 세계적인 추세임에도 아직까지 말레이시아에서는 제품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사업 배경을 밝혔다. 벨벳배니티는 그간 1만 건 이상의 주문을 소화했으며 해외시장에 개척에도 나서 미국, 영국, 호주, 인도, 아랍에미리트(UAE), 싱가포르, 브루나이,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다.
●비건 뷰티 판매채널=말레이시아에서 비건 뷰티 제품은 매장 브랜드나 온라인 플랫폼에서 구입할 수 있다. 비건 뷰티 제품을 위한 특정 페이지가 있는 온라인 뷰티 매장도 있다. 예를 들어 패션 전자상거래 사이트 잘로라에는 지속 가능한 패션 및 뷰티 아이템을 표시하는 ‘어스 에디트(Earth Edit)’ 카테고리가 있는데 이곳의 품목들은 지속 가능한 재료, 공정한 생산, 친환경 생산, 동물 친화적, 지역 사회 참여 및 사랑받는 품목의 6가지 주요 기준을 준수해야 하며 고객들은 비건 뷰티 제품을 쉽게 검색할 수 있다.
또한 한국 제품 온라인 쇼핑 사이트 알시아에는 식물성 미용 제품을 찾는 고객을 위한 비건 친화적 페이지가 있으며 관련 한국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1010데이터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에서 비건 뷰티 제품의 온라인 판매는 2021년 기준 전년 대비 83%의 증가율을 보였다.
●시장 진입을 위한 규정과 요건=말레이시아 시장에 진출하려면 화장품 관리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현지에 화장품을 출시하는 회사나 개인은 제품을 제조하거나 수입하기 전에 국가의약품관리청(NPCB)을 통해 의약품서비스국(DPS)에 신고해야 한다. 규제 신고를 위해 제출된 문서는 아세안(ASEAN) 화장품 지침에서 제공하는 기술 문서 템플릿에 따라야 한다.
제출 서류에는 제품 소유자의 승인서와 관련 기술 및 안전 정보가 포함된 제품 정보가 필요하다. 새로운 화장품 승인은 영업일 기준 최대 30일이며 유효 기간은 2년이다. 승인 갱신은 영업일 기준 최대 5일이 소요될 수 있으며 말레이시아에 등록된 회사만 알림자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들 알림자는 제조업체, 수입업체, 도매업체 또는 판매자가 될 수 있다. 또한 특정 규제 요구 사항을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라벨링, 할랄 인증, 문서 및 포장과 관련된 규정이 포함되며 자주 업데이트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 기업 시사점=영국의 시장조사기관 퓨처마켓인사이트(FMI)에 따르면 전 세계 비건 화장품 시장은 오는 2030년까지 급성장할 전망이다. 이는 곧 말레이시아 내 비건 뷰티 시장의 확대를 의미하고 더 많은 한국 비건 뷰티 기업들이 진출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은 2020년 말레이시아 뷰티 및 스킨케어 제품 수입시장 2위 국가다. 말레이시아 내 한류 열풍으로 현지에서 한국 뷰티 제품은 스킨케어와 메이크업의 필수품이다. 이런 분위기를 활용해 한국 기업들이 현지 비건 뷰티 시장에 활발하게 참여할 경우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 현재 말레이시아에서 활약 중인 국내 뷰티 브랜드는 ‘라네즈’, ‘이니스프리’, ‘설화수’, ‘마몽드’, ‘에뛰드하우스’ 등이다.
작년에는 한국의 100% 비건 스킨케어 브랜드 ‘쉬즈랩’이 말레이시아에 진출했다.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말레이시아의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결과 현지 MZ세대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이 회사는 또한 현지의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와 파트너십을 맺어 활동반경을 넓히고 있다.
KOTRA 쿠알라룸푸르 무역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