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탄두리, 파니르, 도사, 그리고 마살라의 향연
●밀과 고기 위주의 북인도 요리 : 탄두리(화덕), 파니르(치즈), 알루(감자)를 기억하자 = 셀 수 없이 다양하고 복잡한 인도 요리는 크게 ‘북밀’, ‘남쌀’의 2가지 재료를 기준으로 분류할 수 있다.
북인도 대부분 지역은 북서부 타르사막과 열사의 태양이 어우러진 사막성 기후지역이다. 해서 갠지즈 대평원이 쌀이라면, 펀자브(Punjab)주, 하리아나(Haryana)주 등은 세계적인 밀 산지다.
북인도의 대표적인 주식은 밀가루를 원재료로 하는 난(Naan)이다. 밀가루에 효모로 발효한 반죽을 중국집 국수 돌리듯 큰 쟁반모양으로 만들어 탄두르(Tandoor)라 불리는 인도 전통의 흙화덕 안에서 고온으로 단기간 내 구워낸다.
중동, 중앙아시아에서도 난은 대표적인 유목민 주식인데 반죽에 아무것도 넣지 않고 구우면 플레인 난(Plain Naan), 치즈를 발라 구우면 치즈 난(Cheese Naan), 다진 마늘을 더한 것이 갈릭 난(Garlic Naan)이다.
뉴델리를 포함한 대도시 노점이나 일반 대중식당에서 한판에 우리 돈으로 200~1000원대 가격으로 담백하고 쫄깃한 맛을 즐길 수 있는데, 한국인을 포함해 거의 모든 외국인에게 사랑받고 있다.
굽는 용기로 쓰이는 화덕 탄두르는 큰 항아리 내벽에 진흙을 바른 만든 인도의 전통 화덕으로, 이 안에 넣는 내용물에 따라 닭을 넣으면 탄두리 치킨(Tandoori Chicken), 양을 넣으면 탄두리 램(Tandoori Lamb), 만두를 넣으면 탄두리 모모(Tandoori Momo, 인도 말로 Momo는 만두), 그리고 고기 꼬치를 넣어 구우면 탄두리 케밥(Tandoori kebab)이 된다.
버팔로 또는 젖소의 우유를 원료로 하는 인도 전통 치즈인 파니르(Paneer)를 주원료로 하는 요리도 인기다. 담백하고 고소한 구운 꼬치두부 모양의 파니르 티카(Paneer Tikka, 힌디어에서 Tikka는 잘게 자르다는 힌디어)와 죽 형태의 파니르 마카니(Paneer Makhani, Makhani는 힌디어로 버터), 시금치를 넣은 국 모양의 팔락 파니르(Palak Paneer, Palak은 힌디어로 시금치)가 인기로, 고소한 치즈를 주재료로 해 인도 방문 관광객에게는 물론, 해외 인도 식당에서도 인기다.
향신료가 더해진 인도식 구운 만두인 사모사(Samosa), 알루고비(Aloo Ghobi) 등 감자(힌두어로 Aloo는 감자) 메뉴도 무리가 안가는 대표적인 인도 음식이다.
●쌀과 야채 위주의 남인도 요리 : 도사, 비르야니 = 반면 고온에 강수량이 풍부한 남부인도의 요리는 이러한 기후 특성을 반영해 쌀과 과일, 채소 위주의 특성을 지닌다.
쌀가루에 여러 야채와 향신료를 채워 넣고 구워 내오는 큰 누룽지 부침개라 할 수 있는 도사(Dosa)가 대표적인 남인도 음식이다.
내용물에 따라 플레인 도사(Plain Dosa), 파니르 도사(Paneer Dosa), 알루 도사(Aloo Dosa) 등 다양한 부메뉴가 추가된다.
생쌀에 향신료에 잰 고기, 생선 또는 계란, 채소를 토기에 넣어 찐 비르야니(Biryani)도 도사와 함께 남인도의 대표적 쌀 요리다.
말라바 비르야니(Malabar Biryani), 콜카타 비르야니(Kolkta Biryani) 등 지역에 따라 여러 비르야니가 있는데, 중부 인도의 중심 도시인 하이데라바드(Hyderabad)에서 연유한 하이데라바드 비르야니를 최고로 치며, 사람들로부터 가장 사랑받고 있다.
쌀과 함께 안에 넣는 주 내용물에 따라 치킨 비르야니(Chicken Biryani), 프론 비르야니(Prawn Biryani), 무톤 비르야니(Mutton Biryani) 등 수많은 종료가 있다.
●인도 요리 비법, 마살라(복합 향신료) = 북부 히말라야 고원부터 남부 열대 해안까지 우리나라 면적의 33배에 달하는 인도아대륙. 온갖 기후와 수많은 인종, 종교, 문화가 교차하는 이 땅과 14억 인도인 교차해 만들어내는 인도 요리의 다양함과 복잡함은 인도의 인종, 언어보다 훨씬 더 하다.
필자가 1년여 근무했던 인도 북서부 구자라트(Gujarat)주의 요리는 그 달콤함과 채식 위주 식단으로 유명해 구자라트 요리의 모토는 ‘달콤한 구자라티(Sweet Gujarati)’다.
사막성 건조 기후와 채식 전통의 정통 힌두교도, 자이나교의 본산 구자라트의 기후, 종교 특성이 빚어낸 결과다.
남부 타밀나두(Tamil Nadu)주나 인근 카르나타카(Karnataka)주의 주식은 도사(Dosa)로 표현되는 쌀에 기반을 둔 요리가 특징이다.
반면, 라닥(Ladak), 북동부 세븐스타(Seven Sisters) 주 등 북부 히말라야 연변에 위치한 히말라야 벨트 지역은 동양계 주민특성을 반영된 모모(Momo : 티벳식 만두)나 뚝바(Thukpa :티벳식 국수)가 주식 중의 하나다.
그러나 남북, 동서를 막론하고 인도 요리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주재료는 복합 향신료인 마살라(Masala)다. 마살라는 지역, 시대를 불문하고 인도 요리라면 어떤 형태로든 들어간다는 점에서 인도 요리의 가장 큰 특성이다. 인도 요리에 대한 혐오 내지 거리낌, 반대로 인도 요리 극성 매니아층의 연원이 바로 이 마살라다.
인도산 향신료의 대표주자인 후추(Black Pepper)는 유럽의 주식인 염장고기의 노린내를 제거하고 고기 맛을 더해, 15세기 전후 후추가격이 금 가격의 10배에 달했던 때가 있었는데, 이 때 후추는 왕실과 귀족의 전유물이었다.
15~16세기에 걸친 포르투갈, 스페인, 네덜란드의 아시아 항로개척 역사는 이 인도산 후추를 차지하려는 목적에서 촉발되었다.
인도 대중의 대표적 음료 마살라 짜이(Masala Chai)도 차짜이)에 넣는 향과 향료 배합비율이 천차만별이어여서 이 가게, 저 가게 맛이 다르다.
인도산 카다몬(Cardamon)은 샤프란과 함께 역사상 가장 비싼 인도산 향신료였고, 치매 등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진, 커리의 주원료인 인도산 강황(Tumeric)도 인도를 대표하는 향신료다.
인도의 복합 향신료인 마살라는 배합되는 향신료 종류, 그리고 가짓수가 집집마다, 식당마다 다르다. 같은 배합이라도 각 향신료의 배합비율에 따라 각양각색의 맛과 향을 낸다.
해서 인도에서는 시어머니가 마음에 드는 며느리에게 조상 대래로 물려받은, 그리고 자신이 개발해 더한 마살라 조제법을 전수해 주는 것은 집안의 큰 행사이자 권력이다.
●요리에 종교가 더해지는 인도 = 이 복잡한 조리법에 종교란 요소가 가미되는 것이 인도 요리다. 힌두교도 중 정통성 내지 자신의 신분적 우월성을 대변하는 것이 채식 전통이다.
최상층 사제계급인 브라만(Braman)은 물론, 중상층 평민 힌두교도(또는 그렇게 보이기를 원하는 힌두교도)에게도 채식은 대표적인 그 상징물이다.
자이나교는 태생적인 교리 특성상 채식, 그것도 당근, 양파 등 생명의 근원과 관계되는 뿌리식물까지도 터부시하는 극단적인 채식 내지 비건(Vegan) 전통을 고수한다. 많은 힌두교 상인이, 그리고 자이나교 상인이 해외출장 중 음식을 준비해 간다.
육식 요리가 많고 정통 힌두, 자이나교가 많은 북부에서 이러한 비건 내지 채식 전통이 매우 강하다.
인도 제조업의 중심지라는 경제적 유인에도 불구 인도에 진출하려는 외국계 기업이 구자라트를 가장 꺼리는 대표적인 이유가 델리 뺨치는 고온 건조성 기후와 공식적인 금주, 그리고 이러한 온통 채식뿐인 주변 식당 여건이다.
인도 각 지역에서 만나는 수많은 힌두 상인들 중 채식만을 고집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사제 브라만과 채식에 집착하는 대부분의 힌두상인(Baniya), 특히 자이나교 상인에게 “육식을 하느냐”고 물어보는 것은 결례를 넘어, 자칫하면 사업을 망치는 길일 수도 있다.
느끼하고 비위에 맞지 않는, 그리고 너무나 복잡해 보이는 인도 요리. 그래서 현지 출장이나 여행을 꺼리는 사람에게 인도 요리 중 난(빵), 탄두리(화덕), 파니르(치즈), 도사(쌀 부침개)의 4가지 종류와 그 뜻, 그리고 인도 요리의 특성인 마살라(복합 향신료)를 기억하라고 권한다.
이 네 가지 음식은 어느 정도 우리 입맛에 맞아, 이 요리라면 한 달여를 인도 현지에서 살아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인도와 인도인, 인도 상인이 훨씬 더 가까이 다가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