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한국 라면의 활로는?

kimswed 2023.04.10 07:04 조회 수 : 63

미얀마는 인스턴트라면 소비량이 급증하는 국가다. 세계라면협회에 따르면 2021년 미얀마인들은 약 760만 개의 인스턴트라면을 소비해 5년 전인 2017년보다 29% 늘었다. 
 
동남아시아 국가 중 베트남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특히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은 2020년과 군부 쿠데타에 따른 국가 비상사태로 경제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던 2021년에도 인스턴트라면 소비는 꾸준히 증가했다.
 
미얀마에서 인스턴트라면 소비가 증가하는 원인은 2010년대 경제개방 이후 나타난 생활방식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먼저 인스턴트식품을 주로 소비하는 도시지역 인구가 늘고 있다. 통계조사기관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2010년 1448만70000명이던 미얀마의 도시 인구가 10년 뒤인 2020년에는 1706만8000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도시화율도 28.6%에서 31.4%로 높아졌다. 도시 인구가 늘면서 현대화된 생활방식에 맞춰 간편한 인스턴트식품을 소비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종사자의 증가도 인스턴트식품 수요 확대 요인이다. 미얀마는 원래 농업 인구가 전체 노동인구의 70% 이상일 정도로 농촌경제가 중심인 국가다. 
 
그러나 2000년대부터는 농촌 인구가 도시로 상경해 제조업체에 취업하는 이촌향도 현상이 두드려졌고 경제개방 이후에는 서비스업 비중이 커지면서 이 분야 종사자도 늘기 시작했다. 특히 미얀마 제조업을 대표하는 봉제공장에는 지방 근로자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이런 변화는 통계수치에도 나타난다. 미얀마 기획재정부가 자국 통화로 집계한 산업별 생산액 자료에는 2006년 38.4%이던 농업의 비중이 2020년에는 13.2%로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온다. 
 
반면 같은 기간 제조업의 비중은 12.8%에서 25.5%로 급증했다. 서비스업도 35.8%에서 40.5%로 높아졌다. 노동인구가 1차 산업에서 2, 3차 산업으로 옮겨가고 있다.
 
급격히 증가한 2, 3차 산업 종사자들은 근로활동 특성상 인스턴트식품 소비성향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공장 근로자들은 농업과 달리 규칙적인 생산활동에 생활 리듬을 맞춰야 하므로 쌀밥과 여러 반찬을 곁들인 전통 식사를 하기가 어렵다. 
 
현대화된 방식으로 일해야 하는 서비스업 종사자나 사무직 근로자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대부분 대형 유통망이 발달한 도시지역에 소재하기 때문에 인스턴트식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현지인들은 인스턴트식품 중에서도 라면을 특히 선호한다. 중국 남부와 인접한 다른 아시아 국가의 주민과 마찬가지로 미얀마인들도 면 요리에 좀 더 친숙하기 때문이다.
 
미얀마인들은 오래전부터 메기 등 민물 생선을 육수로 사용한 ‘모힝가’와 카레를 첨가한 코코넛국수를 즐겼다. 끓인 물과 면, 스프만으로 비슷한 맛을 낼 수 있는 인스턴트라면은 이런 전통 국수의 훌륭한 대체재가 될 수 있었다. 맛과 품질이 다른 즉석식품보다 낫다는 점도 인스턴트라면을 찾는 원인 중 하나다.
 
현지 기업들도 바뀐 식문화를 고려해 전통 식품을 인스턴트제품으로 만들어 내놓고 있지만 원래의 맛을 재현하지 못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제조공정도 인스턴트라면처럼 표준화돼 있지 않아 품질도 낮은 편이다.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인스턴트라면이 높은 인기를 얻게 됐다. 특히 한국 라면은 가격이 매우 높음에도 우수한 품질과 맛으로 도시지역 중산층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한국산라는 이유만으로 한국 라면을 프리미엄 식품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 브랜드들이 알려지면서 인지도가 올라갔다.
 
한국 라면을 전문적으로 유통하는 현지 기업 대표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한국의 ‘불닭볶음면’이 큰 화제를 모은 덕분에 미얀마에서도 짧은 기간에 상당한 매출을 기록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삼양라면은 현지 인플루언서들을 적극 활용한 소셜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를 널리 알리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와 국가 비상사태로 경제가 위축된 2021년부터는 환율의 영향으로 현지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수입 라면들이 경쟁력을 잃고 있다. 해외상품 중에서도 가격이 가장 높은 편인 한국 라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실제로 한국의 라면 수출액은 현지 정부가 봉쇄령을 내려 인스턴트식품 소비가 크게 늘었던 2020년 527만4000 달러로 최고치를 찍었지만 미얀마의 경제 위기가 본격화된 2021년에는 413만2000달러로 21.7% 감소했다. 
 
특히 2021년에는 현지 통화가치가 급락하면서 한국은 물론 중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일본 등 다른 국가들의 라면 수입도 일제히 급감했다.
 
심지어 미얀마 라면 수입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인 태국 제품 수입도 소폭 감소했다. 태국 라면은 국경무역을 통해 육로로 운송할 수 있는 등 경쟁력이 뛰어나지만 환율 압박과 구매력 감소의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반면 저렴한 가격이 최대 장점인 인도네시아 라면은 2021년 미얀마 수출액 578만2000달러로 단숨에 2위로 올라섰다. 참고로 미얀마의 2020년 인도네시아 라면 수입액은 186만 달러에 불과했다.
 
한국 라면의 수출 감소는 2022년에도 이어졌다. 2022년 1~9월 미얀마로 수출된 인스턴트라면은 171만2000달러였는데 이는 2021년 실적의 42.8%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2022년 전체 실적은 전년보다 감소하게 된다.
 
실제로 최근 한국 라면은 현지화 가치 하락 및 환율 상승으로 가격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다. 
 
우선 미얀마 현지에서 생산되는 마미, 마마, 윰윰 등 로컬 브랜드들은 환율 변동에서 자유로워 여전히 개당 400짜트 내외의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수입산 가운데 가격이 가장 저렴한 인도네시아 라면도 경제 위기 이전인 2020년보다 약 3배 오른 1000~1500짜트에 판매되고 있다. 현지화 가치가 폭락하기 전부터 1500짜트 넘은 가격에 판매되던 한국 제품들은 3000~4000짜트의 높은 소비자가를 보이고 있다.
 
한편 일부 현지 기업들은 미얀마 소비자들이 여전히 한국 라면을 먹고 싶어하는 점을 이용해 각종 모방 상품을 내놓고 있다. 저렴한 가격이 최대 강점인 이 제품들은 한국 라면과 비슷한 맛이 나도록 만들어졌을 뿐만 아니라 포장 디자인도 유사하다. 
 
심지어 한국 제품이 아님에도 브랜드명을 한국어로 정하고 포장지에도 한글을 표기하고 있다. 한 인도네시아 기업은 ‘핵불닭볶음면’을 모방한 라면을 수출하고 있는데 이 제품의 판매가격은 1050짜트로 한국 라면보다 저렴해 ‘핵불닭볶음면’을 사기 어려운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KOTRA 무역관은 “미얀마의 환율 불안과 수입물가 상승은 우리 기업이 통제하기 어려운 요소들이지만 미얀마 인스턴트라면 시장은 잠재력이 크고 현지인들도 우리 제품을 여전히 선호하는 만큼 가격 경쟁력 하락에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다 저렴한 소포장 상품의 출시가 대표적이다. 미얀마와 동남아 브랜드들은 한국 라면의 평균 사이즈(150g)보다 작은 소포장 상품(80g)을 주로 내놓고 있다. 현지인들의 구매력이 떨어지는 것도 원인이지만 식사량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삼양라면도 이런 현지 사정을 고려해 소포장 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삼양의 ‘미니 사이즈 라면’은 개당 1600짜트로 한국 라면을 원하는 현지인들에게도 좋은 대안이 되고 있다.
 
미얀마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한국의 다른 인스턴트제품들도 소포장, 가격 인하 전략을 검토해볼 만하다. 특히 한류 문화를 접한 젊은 현지인들이 체험 소비를 목적으로 우리 식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높은 만큼 용량과 가격을 조정해 시장에서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KOTRA 양곤 무역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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