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라이언스 지오, 인도 디지털화를 15년 앞당기다
 
 
●세계 디지털 결제의 70%가 인도에서 발생 = 현재 상거래에 있어 현금이 아닌 디지털 결제(Digital Payment) 거래 건수가 가장 많은 국가는 어디일까. 놀랍게도 인도다. 
 
ACI Worldwide에 따르면 2022년도 중 인도의 실시간 거래 건수는 480억 건으로 중국(180억 건)의 약 3배이며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을 모두 합친 건수의 6.5배에 달하고 있다. 
 
건수 기준 전 세계 모바일 결제(Mobile Payment)의 70%가 인도에서 발생하고 있다. 
 
2023년도에는 인도 내 모바일 거래 건수가 1000억 건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4억 인도 인구를 감안하면 인도 인구 1명당 1년에 70회, 한 달에 6회에 해당한다. 
 
전체 인구의 60%가 살고 있고 디지털 이용률이 크게 떨어지는 인도 농촌인구 비중과 1인당 평균 국민소득이 2200달러임을 감안할 때 이 1000억 건의 거래 수는 대단히 놀라운 통계다.
 
필자가 수도 뉴델리에서 근무한 지난 3년간 집 앞 허름한 채소가게나 일용품점, 식당에서 직불카드(Debit Card)나 PayTM(한국의 카카오페이와 유사) 같은 모바일 결제 앱을 통한 모바일 결제가 가능했었다. 
 
집 앞 길목에 늘어서 있는 노점상에서 물건을 살 때나 수선점에서 구두를 수선할 때 등이 현금을 지불해야 하는 드문 사례였다. 
 
인도 지폐 위생상태가 일반적으로 안 좋고 거스름돈을 주머니에 보관하는 일도 늘 번거로웠다. 
 
외국인인 필자뿐 아니라 일반 인도 대중들도 비슷해서 현금보다 카드나 모바일 결제를 선호한다. 돈 세는 번거로움을 피하고, 수수료도 낮아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상점 대부분 카드나 모바일 결제를 더 선호했다.
 
●릴라이언스의 모바일 전쟁, 인도경제 디지털화 15년 앞당겨 = 인도의 모바일 결제 확산을 촉발한 직접적인 출발점은 2016년 인도 최대의 기업 릴라이언스(Reliance)가 4G통신시장에 진입하면서 촉발한‘데이터(Data) 전쟁’이었다. 
 
이전까지 인도 통신시장은 토종 대기업 바티 에어텔(Bharti Airte)l과 영국계 보다폰(Vodafone) 합작사인 보다폰 아이디어(Vodafone Idea)를 필두로 14개 기업이 난립하고 있었다. 
 
높은 통화료에 월 통화 시간 몇 분, 데이터 이용 한도 KB 등과 이를 혼합한 수많은 조합상품으로 인도 일반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통화, 데이터 사용량을 확인하면서 마음을 졸이곤 했다.
 
좋은 평가와 나쁜 평가가 공존하는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의 회장 무케시 암바니(Mukesh Ambani)이지만, 그의 사업적 감각과 추진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무케시 암바니는 당시 급속히 팽창 중이던 4G 무선통신 시장에 신규 진출하면서 가입 고객에게 6개월 통화 및 데이터 무료 패키지를 통해 기존의 2G, 3G 고객을 4G 서비스인 릴라이언스 지오(Reliance Jio)로 급격히 흡수하고, 통화료도 기존 2G, 3G 요금의 30% 전후 수준의 월정 요금제로 공급했다. 
 
과점적 구조를 이용, 대중의 무선통화 및 데이터 접근성 및 이용가격을 현저히 제약하고 있던 구조와 파훼법을 꿰뚫어 본 전략이었다. 
 
다른 기업이면 몰라도 인도 최대기업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와 무케시 암바니의 자금력과 사업수완이 버겁고, 급격히 이탈하는 기존 고객 확보를 위해 경쟁 기업들도 릴라이언스 지오의 통화료, 데이터 요금전쟁에 동참하게 만들었다.
 
이를 통해 신생기업 릴라이언스 지오는 통신업 진출 3년 만에 인도 최대 통신·데이터 서비스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현재 릴라이언스 지오의 가입 고객 수는 약 4억 명으로 월평균 이용료는 120루피(약 2000원) 수준인데, 2020년 4분기 매출 약 2조 원, 영업이익 8000억 원을 올린 바 있다. 
 
2022년도 인도 무선통신 이용자의 월평균 데이터 이용량은 20GB에 근접해 있다. 릴라이언스 지오 이전까지 통신 소외계층이던 인도 농촌 농부도 작물 파종 전 기후정보, 수확 전 가격정보에 접근해 언제, 어느 가격에 팔지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인도의 젊은이들도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저렴한 가격으로 일상에서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교통정보를 확인한다. 전략컨설턴트 업체 레드시어의 자료에 따르면, 인도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이용 시간은 7.3시간으로 미국 7.1시간, 중국 5. 3시간을 넘어섰다. 
 
또 에릭슨과 CNNIC의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중 전 세계 데이터 이용량 중 유럽, 북미, 일본 및 기타 선진권이 약 25%, 중국이 27%, 인도가 21%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인도가 전 세계 데이터 소비량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인도 디지털화를 주도하고 있는 Reliance Jio
●인도 115개 유니콘 대부분 데이터 관련 기업, PayTM 가입자 수 4억5000만 = 인도 유니콘과 엑시트 테크기업 리포트(India Unicorns and Exits Tech Report 2022)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인도 내 유니콘(기업평가 10억 달러 이상 벤처기업) 기업 수는 115개사(시장평가액 약 3500억 달러)로 미국 661 개사, 중국 312개사에 이은 세계 3위다. 
 
이 115개사 대부분이 핀테크, 전자상거래 등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산업·금융 디지털화에서 파생된 기업들이다. 
 
이중 선두권으로 2022년 말, 220억 달러로 평가되는 인도 온라인 교육 선도기업 ‘Byju’의 가입자 수는 1억2000만 명을 넘어섰다. 
 
인도 제1의 모바일 결제 앱으로 성장한 ‘PayTM’의 2023년 3월 말 상장 시장가치는 약 52억 달러이고, 4억5000만 등록자를 확보하고 있다. 
 
2022년 말 기준, 인도 토종 배달앱 ‘Swiggy’의 시장가치는 107억 달러, 숙박대행 앱인 ‘OYO’의 시장가치는 코로나19 여파로 많이 떨어진 후에도 90억 달러를 넘는다. 
 
●모디 정부의 Digital India, 인도 경제, 행정 개조의 핵심 툴 = 2014년 모디 신정부 출범 직후 발족한 ‘디지털인디아(Digital India)’ 및 관련 프로젝트도 인도 경제의 디지털화를 가속하는 핵심 수단이다.
 
재청구 우려로 몇 년 치 전기사용료 영수증을 보관해야 했던 지난 20여 년 전의 인도는 지금 없다. 
 
전기요금도 서비스 기업 사이트에 내 ID로 접속해, 확인 절차를 거친 후 몇 번의 버튼만 누르고 결제하면 다시 청구되는 사례는 없다. 
 
인도에 물품을 수출할 때, 출입국 등록을 할 때, 세금을 낼 때 인도 일반 대중 대부분은 온라인이나 웹사이트 접속을 통해 해결한다. 인도 고속도로 곳곳에 우리나라의 하이패스와 같은 장비의 설치가 급속히 늘어가고 있다.
 
이는 산재해 있는 전통시장은 물론, 정보를 모르거나 설치 가입비가 부담돼 외면했던 인도 영세 가게에서도 이뤄지는 일이다. 세금을 회피하고픈 분야를 뺀 인도의 전 경제, 행정, 사회 분야에 걸쳐 디지털화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인도 경제의 디지털화는 아직 매우 부족하고 불편한 인도의 물리적 인프라를 보완하는 가장 경제적이고 신속한 대체 수단이 되어 가고 있다. 
 
외국계 진출기업은 물론 인도 대기업이 일선 현장에서 부닥쳐야 했던 수많은 인도 담당 공무원의 재량권과 부패 여지는 이 디지털화로 줄어가고 있고, 처리시간과 절차도 몰라보게 개선되는 추세에 있다. 
 
2014년 모디 정부 출범 당시 124위에 달했던 세계은행의 ‘사업용이성(Ease of Doing Business)’지표에서 인도의 국가순위가 2020년 63위로 급속히 개선된 데에는 이러한 인도 경제의 디지털화와 이에 따른 경영환경 개선이 큰 역할을 했다.
 
현재 모디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주민등록증에 해당하는 ‘아다르 카드(Aadhar Card)’ 전자화와 모바일 데이터 간 연결 프로젝트가 진전되고, 제공 서비스가 확대되면 인도 일반 국민과 기업의 생활, 기업환경은 획기적 변화를 겪을 것이다.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모바일 사용자 및 인터넷 사용자 수가 10% 늘면 1인당 소득이 각각 0.81%, 1.38%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21년 말 기준 인터넷 보급률(100명 당 이용자 수)은 인도 43명으로 중국의 73명 대비 약 60% 수준이다. 모바일 가입자(100명 당 가입자)도 82명으로 중국 122명의 약 67% 수준까지 올라와 있고 이 격차는 급속히 좁아질 것이다. 
 
2021년 중국의 1인당 GDP가 1만2556 달러까지 올라간 것에 비하면 인도는 2257달러로 중국의 5분의 1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런 격차를 감안하면 인터넷 및 모바일 이용률에서 중국의 3분의 2 수준까지 도달해 있다는 것, 디지털 결제 건수가 중국의 3배에 달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인도의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디지털 인디아는 인도 경제, 행정, 사회발전의 핵심 수단이다.
 
김문영은 1998~2002년, 2018~2021년 인도에서만 8년 동안 근무한 인도 전문가다. KOTRA 서남아지역본부장을 지냈으며 현재 우송대학교 SolBridge 국제경영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3,000년 카르마가 낳은 인도상인 이야기(2021)’가 있다.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날짜
753 “사우디로 가자” kimswed 67 2023.05.13
752 김문영의 인도경제, 인도상인 이야기(35) kimswed 69 2023.05.09
751 일본, ‘하늘을 나는 자동차’ 본격 시동 kimswed 73 2023.05.01
750 중국, Z세대가 만든 보양간식 열풍 kimswed 64 2023.04.27
749 중국, 주목할 만한 소비 트렌드 kimswed 64 2023.04.26
748 김문영의 인도경제, 인도상인 이야기(34) kimswed 68 2023.04.24
747 브래키팅(Bracketing)’을 줄이려는 노력들 kimswed 63 2023.04.19
746 네덜란드, 확산하는 ‘그린 커머스 kimswed 70 2023.04.13
» 김문영의 인도경제, 인도상인 이야기(33) kimswed 57 2023.04.11
744 미얀마, 한국 라면의 활로는? kimswed 64 2023.04.10
743 알제리, 한국 위상 높아지는 의료시장 kimswed 854 2023.03.27
742 차세대 성장원 'K-마이스' 리더들 kimswed 1064 2023.03.25
741 네덜란드는 어떻게 반도체 기술 강국이 됐나 kimswed 1641 2023.03.20
740 김문영의 인도경제, 인도상인 이야기(31) kimswed 2262 2023.03.14
739 김문영의 인도경제, 인도상인 이야기(30) kimswed 4290 2023.02.25
738 제조 소기업에 5000만 원까지 지원 kimswed 4411 2023.02.21
737 김문영의 인도경제, 인도상인 이야기(29) kimswed 5418 2023.02.11
736 몽골, ‘건강 먹거리’ 한국 김 인기 급상승 kimswed 5232 2023.02.10
735 중소기업에 몽골 진출 길잡이 kimswed 5004 2023.02.10
734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중국 소비시장은 kimswed 5047 2023.02.03
733 일본의 식품 소비 트렌드 kimswed 5153 2023.02.01
732 김문영의 인도경제, 인도상인 이야기(28) kimswed 5098 2023.01.29
731 샐러리맨 30년 현직 CEO가 전하는 ‘슬기로운 직장생활’ kimswed 6711 2023.01.14
730 김문영의 인도경제, 인도상인 이야기(27) kimswed 7688 2023.01.06
729 건강을 위해 차(茶)를 마시는 독일 사람들 kimswed 7538 2023.01.04
728 고령화로 의료시장 기회 kimswed 7987 2022.12.29
727 김문영의 인도경제, 인도상인 이야기(26) kimswed 9141 2022.12.17
726 데이터 기반 경제로 디지털 산업 미래 대비해야 kimswed 9598 2022.12.07
725 이제 인도 시장으로 가야할 때 kimswed 9709 2022.12.03
724 파키스탄, 전자상거래의 해가 뜬다 kimswed 10788 2022.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