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도 비즈니스 10계명
 
인도가 중국, 일본, 우리나라와 근본적으로 다른 첫 번째 출발점은 통일된 역사, 국민국가 역사가 70년에 불과한 국가라는 점일 것이다. 
 
불교를 세계종교로 전파한 기원전 3세기의 마우리아 왕조도, 17세기 중엽 세계 제일의 GDP 규모를 자랑하던 무굴제국도, 심지어 200여년 지배한 영국도 인도 남부는 합병하지 못했었다. 
 
북으로 히말라야산맥, 동서로 울창한 밀림과 산악지대, 양안이 바다로 둘러싸인 고립된 이 인도아대륙 수만 년 역사에 셀 수 없는 수많은 국가, 종교, 언어, 문화가 명멸했고 지지고 볶아 왔다. 
 
대인도 비즈니스가 쉽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서 연유한다. 인도와의 비즈니스에서 지키셨으면 하는 교훈 10계로 다음을 제시해 본다.
 
첫째 : 인도는 크고 복잡한 나라, 도매급 사고는 금물이다.
 
사업 파트너로 인도인을 대할 때, 비즈니스 관계를 모색, 관리해 나갈 때 다 같은 인도인이라는 ‘도매급’ 사고를 버려야 한다. 
 
우리나라 33배 땅 인도는 서북부 구자라트주의 구자라티, 북부 펀자브주의 펀자비, 중남부 카르나타카주의 칸다나어 등 언어를 기준으로 30개 주로 구분돼있다. 각 주의 권한도 미국의 주보다 훨씬 강력하고 광범위하다. 서쪽은 상인, 동쪽은 문인, 남부는 공인, 북부는 정치, 행정인 특성을 보이는 것으로 많이 회자된다. 
 
남서부 케랄라주, 9세기 전후 조로아스터교(배화고) 신념을 지키기 위해 인도로 이주, 정착한 이란계의 파르시 상인, 불살생의 교리에 기반한 자인교 상인집단에 대한 평판은 매우 긍정적이다. 반면, 대인도 침략 경로의 한복판에 있던 북부 출신 상인집단에 대한 일반적 평판은 그리 좋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인도는 한 나라가 된 역사가 고작 70여 년에 불과하고 수천 년 한나라가 된 적이 없었던 지역의 사람들을 인도라는 하나의 틀로 분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의아한 부분이 많은 것이 당연하고, 여지를 항상 남겨두고 접근해야 한다. 
 
둘째 : 인도 상인 집단의 특성을 이해하고 네크워크를 이용하라.
 
진상, 송상, 오오미 상인 등 동북 한중일 3국 대표 상인집단이 다르듯이 지금은 한 나라가 된 인도의 상인집단은 한중일 상인의 차이만큼 각자 달랐다. 
 
통상 4대 인도상인 집단으로 분류되는 마르와리 상인, 구자라티 상인, 파르시 상인, 자인 상인 등은 그 지역, 종교적 기반, 상관습, 상관행과 전통 등이 판이하고 끈끈한 네크워크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대인도 비즈니스 관계에 있어 이들 4개 상인집단의 이름 및 대략적인 특징을 알고 접근하는 것은 이미 경쟁자들보다 대인도 시장에 절반 이상 가까이 가 있는 것이다. 미국, 영국, 중동, 아프리카에도 4000만 명 이상의 인도인들이 진출해 있다. 대아프리카 시장 공략의 지름길이 대인도 상인 네트워크 구축인 경우가 많다.
 
▲인도 고급공무원단 IAS(Indian Administrative Service)는 명함에 반드시 이러한 명칭을 포함한다. 명예와 차별성의 상징이자 영향력 발휘의 주요 경로이기 때문이다. [이미지=필자 제공]
셋째 : 이름, 명함을 분석하라.
 
5,000년 넘은 인도의 카스트제도를 극명하게 나타내는 것은 그 이름이다. 복색, 피부색 등 다른 구별법도 유용하지만 가장 확실한 것은 거래상대방의 이름에 대한 이해를 하나씩 넓혀 가는 것이다. 
 
14억 인도는 4%의 브라만(사제계급)과 2%의 바니아(상인진단)가 지배하는 사회이고 이 힘의 역사는 어느 곳보다 오래되고 현재도 매우 깊다. 인도 상인집단 중에서도 마르와리 및 자인교 상인은 그 성을 보면 열에 아홉은 그 출신을 추적해 갈 수 있다. 
 
인도 카스트 분류에 대한 인식이 확산하면서 글로벌 검색엔진 구글에서 “Indian Caste : 해당 Surname”을 검색하면 최초 화면상에서 대부분의 추적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이를 토대로 분석해 보고, 좋은 의미면 이를 상대방에 표현하면 할수록 결과도 과정도 매우 빨라지고 좋아질 것이다.
 
넷째 : 우리의 시간에 3배를 곱하고 상대하라.
 
인도의 우주관, 시간관은 우리와 다르다. 우리는 일직선이고 순차적인데 인도인의 그것은 둥글고 원이고 순환적이다. 힌두어에서 “Kal”은 어제를 뜻하기도 하고, 내일을 뜻하기도 한다. 모래와 그저께도 같은 힌두단어를 사용한다. 문맥의 전후 관계를 따져 보아야 그 시점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이는 인도인의 시간관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다. 따라서 서두르지 않는다. 1인당 평균 국민소득 2300달러대임을 감안하더라도 인도인의 시계는 우리보다 3배는 느리게 가는 것 같다. 인도 관공서를 가보면 문서가 산더미처럼 싸여있다. 기다리다 지치고 잊어버릴 때인 6개월 뒤, 1년 뒤 처리 접수장을 받는 경우가 아직도 많고 많다.
 
따라서 대인도 비즈니스에 있어 서두르면, 재촉하면 안 된다. 성질 급한 우리가 지게 돼 있다. 현지 지사에 파견된 직원들의 대본사 보고기한에 3배를 곱해 놓고 기다리면 결과도 좋고 정신건강에도 항상 좋았다.
 
다섯째 : 인도는 수직적(Top-Down) 사회임을 명심하라.
 
카스트 전통이 가해져 직장 내 서열, 사회적 권위에 대한 인도 일반인의 복종과 순응도는 매우 높다. 관공서든 회사든, 기관이든 그 자리가 주는 힘과 영향력은 우리 및 서구 사회 대비 매우 크고 깊다. 
 
따라서 가능한 한 높은 직급의 사람과 연결이 되도록 하는 것은 시간과 감정 비용을 줄이는 지름길이다. 관리자(Top)에 대한 연결고리가 있다는 것이 중간과정의 흐름을 훨씬 부드럽고 빠르게 하는 경우가 흔하다.
 
여섯째 : 독점권은 안된다, 적어도 4개 권역으로 나누어라.
 
인도 상인들을 만나면 자신의 현 업종과 관계없는 사업 범위에 대한 인도 사업권이나 에이전트를 원하는 경우가 무수히 많다. 인도 대부분 기업이 일족 기업 형태로 한 기업 내 사장, 임원, 감사 등을 일족이 나누어서 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를 포함해 대부분 에이전트 또는 판매대리점으로 대인도 독점권을 요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때 독점권을 주는 순간 내가 갑에서 을로 위치가 바뀐다. 인도는 드넓고 지역적 특성과 언어 등이 천차만별이라 한 기업, 상인집단이 인도 전역을 담당할 수 있는 경우는 극히 예외적이다. 독점권을 주는 순간 이를 되파는 경우가 흔하다. 
 
일곱째 : 주도권을 항상 쥐어라. 외상거래는 금물이다.
 
3000년 이상 상업과 교역에 종사해 온 인도 상인집단의 공통적 특징은 교역의 전 단계, 과정에 걸쳐 자신에 유리한 여러 대안, 경우의 수를 제시하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따라서 거래의 전 단계에 걸쳐 내가 인도 거래선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을 꼭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인도 상인집단이 나쁘거나 신용도가 낮다는 의미가 아니다. 수천 년 동안 한 나라가 아닌 인도아대륙 내 국제사회 환경 속에서 확립된 자체 상관습이다. 좋은 의미든 아니든 이것이 실제 현실이다. 
 
따라서 D/A(Document Against Acceptance)와 같은 외상거래는 가능한 피하는 것이 좋다. 인도 전역에 대한 독점권도 이런 맥락과 상통한다. 
 
여덟째 : 문서화, 마지막 보루다.
 
역사적으로 확립된 관료제 전통, 그리고 영국 식민지배 시절의 문서화 전통 등의 영향으로 인도 일반 대중 및 비즈니스계의 문서에 대한 공신력은 매우 크다. 
 
현지 진출, 투자 시, 계약 시 합의 문서에 대한 인도 상대방 측의 검토절차가 매우 까다롭고, 회신이 늦는 경우를 많이 접한다. 법적 구속력이 거의 없는 MOU 등을 검토하는 데에 있어서도 세부 문구와 구체적인 경우의 수를 깊이 검토하는 것이 인도 현지 관행이다. 독소조항을 삽입해 놓는 경우도 많다. 
 
아홉째 : 이인제인(以印劑印)과 Incentive 시스템을 활용하라.
 
인도인, 특히 북인도 인력의 관리 능력은 정평이 나 있다. 동부 아프리카에 인도계 해외동포(NRI)가 많은 이유는 영국 지배과정에서 확인한 북인도인의 관리 능력을 아프리카 현지 인력 관리과정에 이식시킨 결과다. 
 
대영제국의 인도 지배 당시 지금의 인도 땅보다 2배 넘는 지역을 영국에서 파견한 3000여 명으로 행정, 재정적 요충지에 포진시키고 그 이하 유능한 인도 관리인을 통해 성공적으로 관리, 경영한 역사가 있다. 
 
세계관, 문화, 언어, 종교가 판이한 인도인을 밀착 관리하는 것은 실제로 가능하지도 효율적이지도 않다. 정확한 상벌, 인센티브 시스템을 적용해 인도인을 통해 거래선을 찾고, 관리하고, 회사를 관리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성과가 많은 경우가 수없이 많다. 이 경우 굳이 우리의 시간에 3배를 곱할 필요가 없다. 우리 시계보다 빠른 경우가 많다. 
 
열 번째 : 인도 고급공무원단 관리의 중요성을 명심하라.
 
우리나라에도 고시제도의 뿌리와 영향력의 크지만, 인도의 그것은 우리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넓고 깊다. 해마다 인도 전역에서 100만 명 이상이 지원해 30여 개 직군에 150만 명 전후가 지원해 이 가운데 700~800명이 최종 합격하는 구조다. 
 
일단 합격하면 IAS(Indian Administrative Service), IPS(Indian Police Service), IRS(Indian Revenue Service), IFS(Indian Foreign Service) 등 각 직종 구분마다 해당 분야별로 배치되어 중앙부처 기준 과정부터 시작해 차관까지 대부분의 관직을 이들이 준독점한다. 
 
의원내각제의 인도여서 지방정부 및 연방정부 장관은 선거직 정치인으로 채워지지만, 실질적인 정책 도입, 관리는 이들 고급공무원단이 주도한다. 개인적 친분을 넘어 이익집단화 정도가 깊다는 비판이 있을 정도로 상호 간 상부상조 관행도 뿌리 깊다. 
 
가장 많고 영향이 큰 IAS를 기준으로 중앙, 지방정부에 걸쳐 약 5000명이 있는데 이들 공문의 경우 반드시 명함에 IAS, IPS란 명칭을 반드시 포함한다. 명예와 차별성의 상징이자 영향력 발휘의 주요 경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인도 거래, 투자 시 이들 고급 공무원과 각별한 신뢰, 감정 관계를 공유할 경우 대인도 비즈니스는 10배 빠르고 10배 시원한 느낌일 것이다.
 
▲김문영은 1998~2002년, 2018~2021년 인도에서만 8년 동안 근무한 인도 전문가다. KOTRA 서남아지역본부장을 지냈으며 현재 우송대학교 SolBridge 국제경영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3,000년 카르마가 낳은 인도상인 이야기(2021)’가 있다.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날짜
753 “사우디로 가자” kimswed 67 2023.05.13
752 김문영의 인도경제, 인도상인 이야기(35) kimswed 69 2023.05.09
751 일본, ‘하늘을 나는 자동차’ 본격 시동 kimswed 73 2023.05.01
750 중국, Z세대가 만든 보양간식 열풍 kimswed 64 2023.04.27
749 중국, 주목할 만한 소비 트렌드 kimswed 64 2023.04.26
» 김문영의 인도경제, 인도상인 이야기(34) kimswed 68 2023.04.24
747 브래키팅(Bracketing)’을 줄이려는 노력들 kimswed 63 2023.04.19
746 네덜란드, 확산하는 ‘그린 커머스 kimswed 70 2023.04.13
745 김문영의 인도경제, 인도상인 이야기(33) kimswed 57 2023.04.11
744 미얀마, 한국 라면의 활로는? kimswed 64 2023.04.10
743 알제리, 한국 위상 높아지는 의료시장 kimswed 854 2023.03.27
742 차세대 성장원 'K-마이스' 리더들 kimswed 1064 2023.03.25
741 네덜란드는 어떻게 반도체 기술 강국이 됐나 kimswed 1641 2023.03.20
740 김문영의 인도경제, 인도상인 이야기(31) kimswed 2262 2023.03.14
739 김문영의 인도경제, 인도상인 이야기(30) kimswed 4290 2023.02.25
738 제조 소기업에 5000만 원까지 지원 kimswed 4411 2023.02.21
737 김문영의 인도경제, 인도상인 이야기(29) kimswed 5418 2023.02.11
736 몽골, ‘건강 먹거리’ 한국 김 인기 급상승 kimswed 5232 2023.02.10
735 중소기업에 몽골 진출 길잡이 kimswed 5004 2023.02.10
734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중국 소비시장은 kimswed 5047 2023.02.03
733 일본의 식품 소비 트렌드 kimswed 5153 2023.02.01
732 김문영의 인도경제, 인도상인 이야기(28) kimswed 5098 2023.01.29
731 샐러리맨 30년 현직 CEO가 전하는 ‘슬기로운 직장생활’ kimswed 6711 2023.01.14
730 김문영의 인도경제, 인도상인 이야기(27) kimswed 7688 2023.01.06
729 건강을 위해 차(茶)를 마시는 독일 사람들 kimswed 7538 2023.01.04
728 고령화로 의료시장 기회 kimswed 7987 2022.12.29
727 김문영의 인도경제, 인도상인 이야기(26) kimswed 9141 2022.12.17
726 데이터 기반 경제로 디지털 산업 미래 대비해야 kimswed 9598 2022.12.07
725 이제 인도 시장으로 가야할 때 kimswed 9709 2022.12.03
724 파키스탄, 전자상거래의 해가 뜬다 kimswed 10788 2022.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