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100조 엔 이상의 거대 시장이 예상되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 즉 전동수직이착륙기(eVTOL) 도입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eVTOL의 서막을 알릴 곳은 2025년 4월 개막하는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현재 일본의 eVTOL는 어느 수준까지 와 있고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목표는 상용 운항=일본 정부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 본체의 안전기준, 운항 안전기준, 조종자의 기술증명 등의 제도와 단기적 이용사례, 중장기적 도입 흐름 등에 대해 검토해왔다. 이를 토대로 작년 3월 ‘제8회 하늘의 이동혁명을 향한 관민 협의회’에서 로드맵을 개정했다. 
 
이를 통해 2025년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에서 하늘을 나는 자동차의 상용 운항 실현과 제도 정비, 엑스포와 이후 사업화를 위한 기술 개발을 진행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의 목표는 eVTOL의 단순한 데모 비행이 아니다. 박람회장을 중심으로 여러 노선에서 상용 운항을 실현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엑스포장 주변의 유람 비행과 수요가 높은 공항-엑스포장 연결 노선 등이 거론되고 있다.
 
오사카부의 eVTOL 도입을 위한 움직임은 상당히 본격적이다. 오사카부의 계획에 따르면 오사카·간사이 엑스포는 eVTOL 비즈니스의 시작점에 불과하다. 오사카부가 작년 3월 발표한 ‘오사카판 로드맵’에 따르면 2025년경의 도입기에는 라이선스를 취득한 파일럿이 조종하며 한정된 노선에서 정기 운항한다. 2030년경의 확대기에는 자동화 비율이 높아지면서 파일럿이 탑승하지 않는 원격 조종이 도입되고 2035년 이후의 성숙기에는 인간이 조종에 관여하지 않는 자율 비행의 고밀도 운항이 실현된다.
 
eVTOL의 자율 비행이 실현되면 도심에서의 에어택시 운행이 가능해져 시장이 폭발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작년 5월 야노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세계 eVTOL 시장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eVTOL 시장 규모는 146억 엔에 불과하지만 2030년에는 6조3900억 엔, 2035년에는 19조5800억 엔 그리고 2050년에는 122조8950억 엔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현재 글로벌 자동차 시장 규모가 400조 엔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eVTOL는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요금은 택시 수준?=eVTOL에 큰 기대가 모이는 이유는 ‘전동’, ‘수직 이착륙’, ‘자율 비행’이라는 3가지 특징을 갖기 때문이다. 전력을 동력원으로 하는 eVTOL는 엔진을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기존 헬리콥터에 비해 부품 수가 적고 양산화가 전제이긴 하지만 본체와 정비 비용도 저렴하다. 훗날 자율 비행이 실현되면 파일럿이 불필요하므로 운항비용 역시 낮아진다. 그리고 큰 프로펠러를 돌려야 하는 헬리콥터와 달리 eVTOL는 여러 개의 작은 프로펠러로 비행하기 때문에 소음도 크게 줄어들고 수직 이착륙 형태이므로 이착륙장(V포트)의 설치도 한결 자유롭다.
 
eVTOL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본체, 인프라, 서비스 3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하드웨어(HW) 면에서는 충전설비 등을 갖춘 V포트의 정비가 불가결하며 이는 지역 조성으로 연결된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개발자, 상사, MaaS(Mobility as a Service) 사업자 등 다양한 사업자의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일본항공(JAL)은 2021년 10월 ‘하늘을 나는 자동차의 첨단 조사 연구’에서 운영체제 및 사업모델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오사카국제공항(이타미 공항)에서 시내 중심부인 난카이 전철 난바역까지의 루트와 미에현 토바시의 여관거리와 토시지마 간 직선 루트에서 1인당 운임과 예상 이용자, 필요한 본체 수 등을 시산했다.
 
파일럿을 제외하고 4명이 탑승하는 대형기의 경우 손익분기점 운임은 이타미공항-난바역 구간에서 도입기에는 1만100엔, 성숙기 5800엔 수준이다. 교통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이 구간을 택시로 이동하면 30~50분이 걸리고 운임은 6000엔 정도다. 반면, eVTOL는 10분 이내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 운임이 정말로 실현된다면 수요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JAL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예상하지 못한 부분도 있겠지만 채산성에 대해 어느 정도 정확도 높은 숫자를 산출해낸 것은 의미가 크다”면서 “비즈니스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상용 운항의 과제는 ‘내공증명’=오사카·간사이 엑스포를 주최하는 2025년 일본국제박람회협회는 2021년 8월 설명회에서 “하늘을 나는 자동차는 엑스포장 북서쪽에 위치한 지역에 사업자의 협력을 얻어 이착륙 시설, 정비 보관고 등을 갖춰 여러 종류의 유람비행, 공항과 시내 이동 등을 실현할 계획”아라고 발표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는 운항 및 이착륙장 사업 협찬사를 모집한 뒤 이들 출전 업체를 중심으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면 본체는 운항 사업자가 선정하고 비행 가능 거리와 사업단계, V포트 정비상황 등에 맞춰 관계 부처와 조정하면서 루트를 정해 나가는 것이다.
 
상용 운항 실현을 위한 과제는 많은데 본체의 내공증명 취득, 파일럿의 라이선스 정비, V포트 정비, 각종 제도 정비, 사회 수용성 획득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에서도 본체의 내공증명 시기가 포인트다. 법률상 내공증명을 취득한 본체가 없으면 데모 비행은 가능하더라도 상용 운항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약 300개사가 600여 종류의 eVTOL을 개발하고 있으나 2025년 엑스포 개최 전까지 내공증명 취득이 가능한 본체는 사실상 매우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가장 강력한 본체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곳은 독일 볼로콥터와 조비에이비에이션, 미국의 버티컬에어로스페이스다.
 
일본 기업 중에서는 스카이드라이브가 엑스포 운항을 목표로 상용기 ‘SD-05’를 개발하고 있다. 이 기종은 2020년 8월 데모 비행을 선보인 1인승 샘플기 ‘SD-03’의 후속기로, 같은 멀티콥터형을 2인승으로 확장한 비행체다. 스카이드라이브는 2021년 10월 일본산 eVTOL로는 처음으로 형식증명 신청을 국토교통성에 제출했으며 2025년 초 취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도쿄대학의 스타트업 테트라에이비에이션도 엑스포에서의 상용 운항을 목표로 하는 회사 중 하나다. 이 회사는 취미로 경비행기를 즐기는 미국 부유층을 타깃으로 1인승 eVTOL ‘Mk-5’를 미국에서 개발, 2021년 7월부터 40만 달러에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Mk-5’의 기본 설계를 토대로 2인승으로 확장한 본체 개발을 계획하고 있어 내공증명을 취득한다면 엑스포 상용 운항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멀티콥터와 배터리의 한계=eVTOL 상용 운항 실현의 열쇠는 항속거리와 배터리 충전시간이다. 이들이 eVTOL를 사용하는 에어택시 비즈니스 설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eVTOL에는 고정 날개를 가진 타입과 고정 날개가 없는 멀티콥터 타입이 있다. 일반적으로 고정 날개 타입은 순항 시 고정 날개의 양력을 사용할 수 있어 비행효율이 높아 멀티콥터보다 항속거리가 길다. 
 
예를 들어 볼터콥터가 개발한 멀티콥터형 ‘볼로시-티’의 항속거리가 35km인데 반해 조비에이비에이션의 추력편향형 ‘S4’는 약 240km로 큰 차이가 있다. 때문에 멀티콥터형은 수요가 많은 공항-도시와 도시 간 이동에서는 활용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KOTRA가 인터뷰한 eVTOL에 정통한 J사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5인승 추력 편향형의 개발 경쟁이 가장 활발하다”면서 “멀티콥터형의 2인승으로는 루트가 한정되고 파일럿 이외에 1명밖에 태우지 못하기 때문에 수익화가 어렵다”고 말했다.
 
배터리 충전 또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에어택시를 수익화하기 위해서는 V포트에 착륙한 본체를 빨리 충전해 가동율을 높여야 하지만 현재 기술로는 충전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의 전지기술로는 eVTOL의 사업성을 담보하기가 힘들어 최근에는 가스터빈과 배터리의 하이브리드로 동력 시스템을 개발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혼다가 대표적이다.
 
혼다가 개발하는 eVTOL은 하이브리드식으로, 가스터빈으로 발전기를 돌린다. 큰 출력이 요구되는 수직 이착륙 시에는 가스터빈 발전기와 배터리 전력을 조합해 사용하고 고도를 확보해 순항할 때는 발전한 전력을 배터리에 축적하면서 모터를 구동시킨다. 혼다는 2030년을 사업화 목표시기로 정하고 올해 안에 미국에서 샘플기를 띄운 뒤 2025년 미국에서 하이브리드 엔진의 본체를 비행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우리 기업 시사점=영국 롤스로이드는 2030년까지 세계적으로 약 7000대의 eVTOL 본체가 운항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항공기와는 차원이 다른 비행기기 수로, 도요타자동차와 스즈키 등 양산 기술에 강점이 있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국내외 eVTOL 업체와 협력해 사업에 참가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2024년 파리 올림픽 상용 운항을 목표로 하는 움직임도 있지만 준비에 걸리는 시간 등 때문에 세계 최초의 본격적인 상용 운항은 오사카·간사이 엑스포가 될 가능성도 있다. ‘사람을 태우고 하늘을 난다=위험하다’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에어 모빌리티의 안전성과 편리함을 세상에 선보이는 중요한 첫 걸음이 되는 것이다.
 
KOTRA 도쿄 IT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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