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로 가자”

kimswed 2023.05.13 07:20 조회 수 : 67

사우디아라비아의 오일머니가 최근 심각한 체증을 앓고 있는 ‘수출한국호’에 활로를 열어줄 것인가. 지난 5월 8일 사우디아라비아 교통물류부의 살레 빈 나세르 알자세르 장관은 교통물류부, 국부펀드, 항만청, 민간항공청(GACA), 철도공사(SAR) 관계자 38명으로 구성된 대표단을 이끌고 방한했다. 이들의 방한을 계기로 국내 기업들의 사우디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이들의 방한과 상관없이 이미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사우디 및 중동에 대한 진출 러시가 시작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사우디아라비아 교통물류부 살레 빈 나세르 알자세르 장관이 5월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한-사우디 모빌리티 및 혁신 로드쇼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2조 교통 인프라 프로젝트 들고 온 사우디 대표단 = 사우디 대표단은 방한 이튿날인 9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리는 ‘제2회 한-사우디 모빌리티 및 혁신 로드쇼’에 참석했다. 이들의 방한은 지난해 11월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이끄는 한국 대표단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크라운플라자 RDC호텔에서 사우디 교통물류부와 공동 개최한 ‘한-사우디 모빌리티&혁신 로드쇼’의 답방 성격이다. 
 
국내 관련 업계는 이번 행사가 ‘네옴시티’ 등 초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알리는 기회로 보고 준비를 해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한국 해외건설 국가별 누적 수주액 전체 1위인 1565억 달러(2023년 3월 기준)를 기록하고 있는 핵심 국가로, 최근 모하메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 왕세자 겸 총리 주도로 네옴 프로젝트(총 5000억 달러 규모)를 비롯한 초대형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관심이 높다.
 
행사 당일 사우디는 로드쇼에서 공항여객터미널 건설, 물류단지 조성, 고속도로·철도 인프라 건설 등 교통물류 분야 주요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프로젝트 규모는 합쳐서 12조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 의존형 경제 구조에서 탈피하고자 수립한 ‘비전 2030’에 따른 글로벌 물류 허브 구축 전략도 발표했다.
 
사우디는 특히 카심·하일 국제공항과 킹칼리드 국제공항 통합물류처리구역 등 사우디 전역에 걸친 공항 확장 계획을 강조했다. 아울러 아시르-지산(Aseer-Jisan) 고속도로 등 도로 분야 프로젝트 규모가 45억 달러(5조9000억 원)라고 밝히며, 한국 기업의 관심을 기대했다. 알자세르 장관은 “오늘 로드쇼에서 소개한 프로젝트는 극히 일부”라면서 “더 많은 투자 기회가 있을 것이며 한국 기업은 사우디에서 그간 사업을 수행한 경험이 있기에 도전한다면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에 혁신 기술 알린 한국 기업들 = 한국 측은 한국교통연구원에서 스마트 모빌리티에 대해 발표하고, 이어 건설설계, 모빌리티, 건설시공 등 분야별 8개 기업이 혁신 기술과 역량을 알리는 데 집중했다. 특히 한화시스템은 도심항공교통(UAM) 실물 모형인 ‘버터플라이’를, 네이버의 5G 클라우드 기반 브레인리스 로봇 ‘루키’를, 디폰은 스마트윈도 실물 상품을 전시해 사우디 대표단의 눈길을 끌었다.
 
기업별로는 ▷스마트시티 솔루션으로 구현하는 미래도시(삼성물산) ▷현대자동차그룹 스마트시티 소개(현대자동차그룹) ▷쏘카가 바라보는 차량관리시스템의 미래(쏘카) ▷도심항공교통(한화시스템) ▷버티포트 인프라 구축(현대엘리베이터) ▷디지털 트윈, 자율주행, 클라우드(네이버 클라우드) ▷미래 모빌리티가 가져올 도시인프라의 변화 (현대건설) ▷디지털 혁신을 적용한 스마트 공항(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등을 발표했다.
 
국토부는 사우디 측에서 소개한 주요 프로젝트를 업계에 공유해 진출 전략 수립을 돕는다는 계획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한국과 사우디의 협력은 전통적 에너지, 건설 인프라 분야뿐 아니라 스마트시티, IT, 모빌리티 등 새로운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며 “대기업부터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혁신 기술을 보유한 우리 기업들이 사우디 초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원 장관과 알자세르 장관은 이번 로드쇼를 계기로 미래 모빌리티 혁신 분야 협력 양해각서(MOU)와 도로 분야 협력 MOU 2건을 체결했다. 원 장관은 “사우디가 지능형 교통 시스템(ITS)에 큰 관심이 있기에 관련 분야 협력이 진행될 것”이라며 “전기차·수소차·UAM 등 미래 교통수단에 초점을 맞춘 구체적 협력도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원 장관과 알자세르 장관의 양자 회담에서는 양국 간 항공 사업권 확대와 대한항공의 사우디 운항 재개도 논의됐다. 이튿날인 10일 사우디 대표단은 부산 강서구 신항을 방문해 부산항만공사의 신항 홍보관과 터미널 등을 둘러본 뒤 오후 늦게 서울로 돌아와 사우디아라비아 귀국길에 올랐다.
 
오는 7월에는 서울에서 사우디 ‘네옴시티’의 비전을 소개하는 전시회가 열릴 예정이다. 정부는 이를 모빌리티·스마트시티 분야에서 사우디 여러 부처와 협력하는 계기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사우디에 이미 진출한 기업들… MOU도 봇물 = 이번 사우디 대표단의 방한과 상관없이 최근 우리 기업들의 사우디 진출 소식이 부쩍 늘고 있다. 네이버가 대표적이다. 사우디 정부기관은 최근 6개월 동안 6차례나 네이버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3월에는 채선주 대표 등이 직접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아 자치행정주택부 및 투자부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차원의 국가 디지털 전환을 골자로 한 MOU를 체결했다. 이번에 방문한 알 자세르 사우디아라비아 교통물류부 장관도 네이버 제2사옥인 1784를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일정 관계상 로드쇼에서의 만남을 가졌다.
 
인공지능(AI) 기반 보안 전문기업 슈프리마는 사우디아라비아 초대형 미래도시 건설 프로젝트인 ‘네옴시티’ 관련 대규모 사업을 수주했다고 5월 3일 발표했다. 네옴시티 건설 현장에 설립되는 네옴병원에 출입통제 솔루션을 대규모로 공급한다는 내용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펄 카타르 인공섬 레지던스 사업 수주에 이어 또 한 번 중동에서 대형 사업을 따냈다. 네옴병원은 사우디 왕족과 ‘VIP’ 등을 위한 약 10만㎡ 규모의 대형 병원이다.  
 
같은 날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서울 중소기업유통센터에서 PMI-KSA(Project Management Institute-Kingdom of Saudi Arabia)와 함께 ‘한-사우디 비즈니스 상담회’를 개최했다. 
 
중진공은 바드르 버르세이드(Badr Burshaid) PMI-KSA 회장의 방한 일정에 맞춰 사우디 프로젝트와 연계 가능한 스마트시티, 인공지능 등 최첨단 기술을 보유한 한국 중소기업을 소개하는 한-사우디 비즈니스 상담회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사우디 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중소벤처기업 총 24개사가 참석한 가운데 사우디 프로젝트 설명회와 1:1 비즈니스 미팅이 진행됐으며, 한국 중소기업 9개사가 PMI-KSA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성과도 냈다.
 
협약식 이후 김태준 ㈜에이버추얼 대표는 “이번 MOU 체결을 통해 인공지능(AI) 공기청정순환기, 방역로봇 등 특수 살균 플랫폼 디바이스를 사우디 시장에 선보일 좋은 기회를 얻었다”고 밝혔다. 
 
프롭테크 분야의 대표 주자인 알스퀘어는 프롭테크 기술을 공유하고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기 위한 협약을 PMI-KSA와 체결했다. 
 
홈즈컴퍼니도 사우디의 주거지 개발 및 부동산 중개에 필요한 기술 협력을 위해 PMI-KSA와 업무 협약을 맺었다. 아키드로우 역시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자동 실내장식 솔루션을 중동 지역에 선보이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 업체는 실내 공간의 사진을 올리면 생성형 AI가 수십 초 만에 필요한 실내장식 디자인을 제시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공간 관리 스타트업 베스텔라랩도 PMI-KSA와 대규모 주차 관리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 업체는 실시간으로 비어 있는 주차 공간을 찾아서 안내하는 ‘워치마일’ 서비스를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호텔 운영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스타트업 온다는 PMI-KSA와 손잡고 사우디 호텔의 디지털 전환 사업을 추진한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스타트업 H2O호스피탈리티는 사우디아라비아 투자청과 호텔들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 업체는 중동 진출을 본격화하기 위해 리야드에 현지 법인까지 세웠다. 로봇 스타트업 웨이브라이프스타일테크는 사우디아라비아 투자청과 주방 로봇 도입을 위한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이밖에 애니메이션 ‘아기상어’로 인기를 끈 스타트업 더핑크퐁컴퍼니도 지난 3월 사우디아라비아 투자청과 업무협약을 맺고 가족용 콘텐츠를 개발하기로 했다. 
 

 

CJ대한통운은 사우디아라비아 민간항공청과 협약을 맺고 글로벌 쇼핑몰 ‘아이허브’의 중동지역 국제 배송을 전담할 글로벌권역물류센터(GDC)를 구축하는 내용의 협약식을 5월 11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가졌다. 이 자리에는 마지드 알 카사비 사우디 상무부 장관 등도 참석해 정부 차원의 협력과 지원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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