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디아의 산실, IIT와 IIM
●인도판 KAIST & MIT : 인도 공과대학 IIT(Indian Institute of Technology) = 구글(Google) CEO인 순다 피차이(Sundar Pichai), 세계 10대 IT 서비스기업인 인포시스(Infosys) 창업자이자 영국 총리 리시 수낵(Rish Sunak)의 장인 나라야나 무르티, 국제통화기금(IMF) 수석경제학자왕 인도 중앙은행 총재를 역임하고 2008년의 세계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라구람 라잔(Raghuram Rajan), 미국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공동창업자 비노드 코슬라, 인도 최대의 전자상거래 기업 플립카트(Flipkart)를 창업해 미국 아마존에 170억 달러에 판 차신 반살(Sachin Bansal)과 비니 반살(Binny Bansal), 시장 평가액 70억 달러의 인도 최대 배달기업 조마토 창업자 디핀더 고얄(Deepinder Goyal), 자산 가치 50억 달러의 인도 최대의 콜택시 기업 올라캡(Ola Cab)과 인도의 전자상거래 3대 기업 스냅딜의 창업자 로히트 반살(Rohit Bansal)….
국제적으로 큰 명성을 얻고 있는 이 인도 명사들의 공통점은 국립 인도 공과대학 IIT(Indian Institute of Technology) 출신이라는 점이다. 그 졸업생을 의미하는 IITian은 실력을 검증받은 고급두뇌란 의미의 고유명사가 돼 가고 있다. 우리나라 KAIST가 이 IIT를 모델로 삼은 게 아닐까 싶다.
IIT의 연원은 195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47년 신생국가로 독립한 인도의 초대총리 네루는 낙후된 인도 인프라 개발을 지원할 공과대학 설립을 추진했다. 미국 MIT를 모델로 하되 졸업 시 즉각 현장에 투입될 실무 위주의 공과대학이 목표였다.
1951년 동부 우타르프라데시 칸푸르(Khanpur)에 설립된 이래, 뭄바이(서부), 마드라스(남부), 칸푸르(북부), 델리(수도)에 IIT가 1960년까지 순차적으로 개교했고, 이후 인도 전역으로 퍼져 현재 23곳이 인도 전역에 분포돼 있다. 연간 학부생 1만여 명, 대학원생 8000명, 박사과정 3000명 정도를 뽑는다.
23개 IIT 중에서도 델리, 첸나이, 뭄바이, 칸푸르 IIT의 명성이 높은데, 인도 전체의 대학 신입생 3000만 명 중에서도 IIT는 의대, 법대에 앞서는 최고의 지망대다.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전해지는 수많은 선배 IIT 출신들의 성공 신화, 수십억 달러 부자로 변신한 선배들의 진로를 좇아 제2의 피차이, 나라야난, 반살을 꿈꾸는 학생들이 IIT로 몰려든다.
인도 정부의 IIT 지원도 각별해, 매년 IIT에 배정되는 연간 예산이 12억 달러를 넘는다. 인도의 빈약한 재정 수준과 2200달러 수준의 1인당 국민소득을 감안하면 엄청난 지원이다. 해서 인도 IIT는 학생들은 물론 교수진, 교과과정, 연구시설까지 최고를 자랑한다.
국립대로 일반 합격생(인도의 국립대 진학 경로는 일반 카스트와 차별 카스트 SC, ST가 다르다) 4년간 학비는 우리나라 돈으로 약 150만 원(9만 루피)이지만 정부 및 내외부 장학금 경로도 많아 일단 입학하면 경제적 압박 없이 공부와 연구에 매진할 수 있다. 3, 4학년 때 개최되는 취업설명회 때 IIT 캠퍼스에서 Google, MS, Intel 등 세계적 기업 인사담당자를 만나는 것은 일상이다.
●Global 경영인 산실, 인도 경영대학 IIM((Indian Institute of Management) = 마스터카드의 전 CEO이자 최근 세계은행 총재로 지명된 아제이 방가(Ajay Banga), 전 인도 중앙은행 총재 라구람 라잔, 펩시코의 전 CEO인 인드라 누이(Indra Nooyi), 인도의 제1 여행가이드 앱 마케미트립(Makemytrip)의 창업자 딥 칼라(Deep Kalra), 뭄바이 증권거래소 CEO인 아쉬시 찬드란, 인도 최대 유통기업 릴라이언스 유통 CEO 댐더 몰….
이들은 인도 엘리트의 산실이자 IIT와 쌍벽을 이루는 인도 경영대학 IIM(Indian Institute of Management) 출신이다. 이공계에 IIT가 있다면 문과와 경영 쪽에는 IIM이 있다. 아직 인도 내 법조인, 의사보다는 공학 계열에 대한 인기가 매우 높아 학생들 대부분 이과는 공대, 문과는 경영대 쪽에 몰리고 그 선두에 IIT와 IIM이 자리 잡고 있다.
IIM 역시 인도 중앙정부가 설립·운영하는 국립 경영대학으로 IIT와 마찬가지로 초대총리 네루가 주도해 1961년 동부의 IIM 콜카타와 북서부의 IIM 아마다바드가 설립된 이래 확장을 거듭해 현재 인도 전역에 20개의 IIM이 산재해 있다.
IIM 인도르 등 몇 곳이 5년 학사·석사 통합과정을 운영하지만, IIM은 기본적으로 석사 과정부터 운영한다.
특히 인도의 상인 사관학교로 불리는 인도 북서부 경제수도 아마다바드와 경제수도 뭄바이, 아시아의 실리콘 밸리이자 인도 스타트업의 성지인 벵갈루루 IIM의 명성이 높다.
미국, 영국 등 서구에서도 이곳 IIM 출신들에 대한 평가가 매우 높아 대부분 미국, 영국의 최상위 대학들에 학생, 교수로 연결되고 또 주요 다국적 기업의 경영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IIM 동문 간 네트워크, 재학생-졸업생, 졸업생 간 친목, 협업, 공조도 매우 끈끈하고 강력하다.
●인도판 대치동 KOTA : IIT Dream을 꿈꾸는 20만 명이 매년 몰려드는 학원도시 = 인도 북서부 파키스탄과 접경한 라자스탄(Rajastan)주는 인도에서도 가장 황량한 사막성 주다. 인도 상권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인도 마르와리(Marwari) 상인의 본고장이 바로 이곳이다.
이 라자스탄주 남쪽 변경 해발 300m 지역에 위치한 이 KOTA는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인구 10만 명에 불과한 평범한 소도시였다. 그러나 이곳 KOTA는 현재 매년 인도 전역에서 20만 명이 유입되는 인도판 대치동 학원도시가 되었다. 곳곳에 산재한 수천여 학원 간판에는 “Your Ticket to your dream IIT”라는 문구를 쉽게 볼 수 있다.
인구 100만도 안 되는 소도시가 교육도시로 출발하게 된 계기는 우연의 산물이다. 당시 인도 대기업 JK신시틱스의 KOTA 지부에 근무하던 V. K 반살이 인도 제1 상인집단인 마르와리 전통에 따라 자신의 사업모델을 찾는 중간과정에 자신의 모교인 IIT 입학 과정용 현지 과외를 하게 되었다. 그의 학생 중 하나가 1985년 IIT에 입학했다. 시골 벽지에서 IIT 합격생을 배출했다는 소식에 주변 지역에서 수강생이 몰렸고, 마침내 그의 이름을 딴 Bansal Class PVT Ltd란 학원 기업을 차려 도제식 학원시스템을 도입했다.
몰리는 수강생에 인도 내 여타 입시학원들이 이곳 KOTA로 몰려들게 되었고, 지금은 매년 수천 명의 IIT 합격생을 배출하는 곳으로 자리 잡았다. 10만이 안 되던 이곳 인구는 전역에서 유입되는 학생들과 학원 관계자, 부대 서비스 종사자가 함께하는 인구 150만 명의 중견 도시로 도약했고 최근까지도 이 도시의 인구는 매년 2~3%씩 지속 증가추세에 있다.
이곳에 있는 학원들은 대부분 현지 고등학교와 협약을 맺어 고3 과정을 연계해 운영하는데 학교 출석은 형식적이다. 재수생도 몰려든다. IIT 등의 경우 시험응시가 2회로 제한되어 있고, 당락에 따른 보상이 하늘과 땅 차이여서 새벽 6시부터 시작되는 스파르타식 교육, 모의시험 과정을 1년여 반복한다. 머릿속에 오직 합격이라는 한 단어만 들어있는 시간이다.
일반 학원의 연간 수업료가 700만 원 전후로 인도 일반가정 2년 치 생활비를 넘는 매우 부담되는 수준이다. 그러나 인도 카스트 시스템의 질곡을 평생을 걸쳐 짊어졌던 대다수 부모는 기꺼이 자신과 가족의 희생을 담보해서라도 이런 모험을 자식들에게 권유하고 강요한다.
인도 공과대학, 인도 경영대학의 인재와 교육시스템, 학내 창업 열기에 더해지는 것이 카스트 요소다. IIT, IIM 출신 성공한 사업가 대부분은 인도 전통 카스트 계급 중 직장보다는 사업을 선호하는 상인계급에 해당하는 바니야(Baniya) 출신이 많다. 수천 년 내려온 비즈니스 DNA와 IIT, IIM의 교육이 결합해 인도판 글로벌 기업인, 글로벌 경영인, 글로벌 경제인을 배출하고 있다.
인도와 비즈니스를 할 때, 인도에 대해 더 알고자 할 때 이 IIT, IIM 그리고 이곳 출신인 IITian, IIMian을 기억해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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