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2021년 출생아 수가 81만1000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한 데 이어 작년에도 80만 명을 밑도는 등 저출산 기조가 계속되고 있다. 일본의 출생아는 2016년 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 밑으로 떨어진 후 6년 연속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육아용품 및 서비스 시장이 확대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저출산 기조 거스르는 시장=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일본의 육아용품 및 관련 서비스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 증가한 4조3120억 엔으로 2014년부터 성장세가 꾸준했다. 저출산 가속화와 코로나19에도 관련 시장이 건재한 배경에는 여성의 사회 진출 증가, 외국인의 인바운드 소비 확대, 조부모 세대의 고급 유아용품 구입 증가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여성의 활발한 사회 진출로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는 가운데 육아와 집안일 부담을 덜어주는 상품 및 서비스 수요가 커지면서 분말 우유, 유아용 간편식 등 육아 부담을 덜어주는 상품 판매가 늘고 있다. 또한 맞벌이 부부 비중이 높은 도시를 중심으로 유아 안전관리 서비스 등 보육시설 관련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면서 어린이집 관련 육아용품 및 서비스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외국인 소비자의 인바운드 소비도 일본 육아용품 및 서비스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방일 외국인 관광객은 급감했지만 해외 소비자들 사이에서 일본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온라인 쇼핑몰을 통한 해외 직접 구매가 늘었다.
구매력이 큰 일본 베이비붐 세대가 조부모 세대가 되면서 손주를 위해 고급 유아용품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도 시장 성장을 이끄는 요인 중 하나다. 부모와 조부모, 외조부모의 주머니를 열게 한다는 ‘식스 포켓’(six pocket·6명의 어른들의 지갑)이 그것이다.
실제로 최근 일본의 주요 유아용품 기업들은 구매력 큰 조부모 세대를 타깃으로 고가격대의 프리미엄 유아용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일본의 한 백화점 마케팅 담당자는 “저출산으로 외동이 늘고 1인당 들일 수 있는 금액이 커지면서 부모와 조부모 세대는 물론 삼촌이나 고모 등 전 가족이 유아용품을 구입해 선물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신활동 제품·서비스 수요 증가=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일본인의 평균 초혼 연령은 여성 29.4세, 남성 31.1세로 10년 전의 여성 28.3세, 남성 30.1세보다 1살 정도 늦어졌다. 만혼에 따라 여성의 평균 초산 연령도 2007년의 29.4세에서 2017년에는 30.7세로 높아지는 등 출산 고령화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만혼에 따른 고령 출산으로 불임, 난임 환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일본의 불임 치료비 조성 건수는 2007년 4만4395건에서 2017년에는 13만9752건으로 3.2배 증가했다. 불임 치료를 받는 여성이 늘어나는 가운데 일과 치료의 양립이 어려워 직장을 그만두는 ‘불임퇴직’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불임퇴직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2083억 엔에 달한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신 준비 단계부터 산모의 건강을 돌봐주는 제품과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임활’(임신활동)을 겨냥해 임신 준비기부터 출산 및 육아기에 이르기까지 단계적으로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단계별 니즈에 맞춘 제품과 서비스=임활 관련 셀프케어 서비스로는 여성의 월경 추적 앱이나 예비 산모를 위한 영양 레시피 제공 등이 있다. 임신기 산모를 지원하는 서비스로는 모체 및 태아 건강 모니터링, 임산부의 통원 부담을 낮춰주는 온라인 진료 등이 있다. 이외에 난자 동결 치료, 불임 치료비의 복리후생 제공 등 불임 치료 전문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외출 자제로 통원에 제약이 생기면서 임활을 원격 지원하는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일본 시코쿠의 카가와대학 벤처기업인 멜로디인터내셔널은 태아 심박 수와 자궁 수축을 시간 경과에 따라 기록해주는 초소형 모바일 카디오토그램(CTG) 디바이스를 활용해 임신 22주부터 출산 후 7일 미만의 임산부 및 태아의 건강 상태를 원격으로 진료하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 등으로 통원이 어려운 임산부는 물론 의료 접근성이 떨어져 의사의 진료를 받기 힘든 임산부를 원격으로 지원한다.
이 제품은 기존의 CTG 디바이스와 달리 전원이 불필요한 충전식이기 때문에 이동성과 휴대성이 뛰어나 구급차나 구급 헬리콥터, 전원 설비가 없는 곳에서도 태아 심박 수를 측정할 수 있다. 기기를 대여해 임산부가 자택에서 혼자 측정할 수도 있다. 또한 멜로디인터내셔널의 지역 제휴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심박 수 측정 결과를 외부에서도 열람할 수 있으며 제휴 클리닉이나 조산원과도 데이터 연동이 가능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우리 기기를 활용하면 임산부의 통원 및 정신적 부담이 경감되는 것은 물론 의료업계 종사자들의 과중한 노동 부담도 덜어줄 수 있어 수요 확대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KOTRA 도쿄 무역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