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으로 탄소 배출 감축 필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글로벌 기업들이 재생농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재생농업이란 토양을 개선하고 비옥하게 유지하며 농작물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수자원 보호와 생물 다양성 복원, 대기 중 이산화탄소 흡수원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기업과 브랜드에 바라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규제도 강화되면서 패션, 식품 브랜드를 중심으로 재생농업에서 그 해답을 찾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는 재생농업을 ‘올해 주목해야 할 11가지 주요 기술 트렌드’의 하나로 꼽기도 했다.
 
경제 매체 패스트컴퍼니에 따르면 산업형 농업이 유발하는 탄소가 세계 배출량의 30%에 이르고 전체 담수 사용의 70%를 차지한다. 또 생물 다양성 손실의 60%가 산업형 농업 때문에 일어나고 있다.
 
야심 찬 지속 가능성 목표를 설정한 기업들이 탄소 배출을 줄이고 제품 생산에 필요한 면이나 곡물 등 농작물 생산에 따른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는 재생농업 방식을 앞다투어 채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재생농업은 경운 작업 최소화, 화학비료와 살충제 사용 지양, 경작지 나무 심기, 초지를 구획별로 나눠 풀이 자라는 시기에 따라 방목 시기를 달리하는 윤환 방목 등을 통해 토양을 개선하고 침식을 방지한다. 
 
CB인사이트는 이 같은 이유로 재생농업이 모멘텀을 얻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미디어가 재생농업을 언급하는 횟수가 급증했다. 2018년 3분기 30건에 불과했던 것이 작년 3분기에는 642건으로 20배 이상 증가했다.
 
재생농업은 면화나 곡물 의존도가 높은 패션, 식품 브랜드들이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환경 보호에 앞장서는 기업으로 알려진 아웃도어 패션업체 파타고니아는 오는 2030년까지 100% 재생농업으로 생산한 면화 사용 목표를 발표하고 재생농업 유기농 인증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농가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파타고니아에 따르면 현재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식품이나 면화를 생산하는 농가는 2500곳이 넘는다. 또 작년에는 재생농업으로 생산한 면화를 이용한 제품을 시장에 처음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패션 신발 및 양말 브랜드 올버드도 2025년까지 신발 제조에 사용하는 울을 재생농업으로 생산해 조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식품기업 네슬레는 재생농법을 활용해 코코아를 재배하는 서아프리카 지역 농가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재생농업 방식을 시도할 곡물과 시리얼, 커피 농가를 모집 중이다. 제너럴밀스는 오는 2030년까지 100만 에이커 규모의 농지에 재생농업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며 펩시코 역시 2030년까지 700만 에이커 규모를 재생농업 방식으로 경작해 최소 300만 톤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펩시코는 특히 재생농업 활성화를 위해 세계적인 곡물 기업 아처대니얼미들랜드(AMD)와 손잡고 캔자스, 미네소타, 아이오와, 일리노이, 인디애나, 네브라스카에 위치한 6만 개의 콩, 옥수수, 밀 농가에 재정적 인센티브와 기술 지원을 하고 있다.
 
펩시코의 짐 앤드류 최고지속가능성(CSO) 책임자는 패스트컴퍼니와의 인터뷰에서 “재생농업은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사안”이라며 “식량안보와 기후 변화 속 늘어나는 인구의 식량난 해소에 영향을 미치며 식량안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가장 큰 지렛대”라고 강조했다.
 
유통기업 중에서는 2016년 월마트가 오는 2050년까지 최소 20가지 주요 상품의 지속 가능한 소싱을 약속한 바 있다. 월마트는 목표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5000만 에이커의 경작지를 재생농업을 통해 보존, 관리, 재생할 것을 약속하면서 “협력업체, 공급업체와 함께 목표 달성을 위한 실질적인 방법을 찾아나가는 한편 소비량이 많고 소비자 건강과 영양에 기초가 되는 밀, 옥수수, 콩, 쌀 같은 곡물 재배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려는 재생농업의 수요는 커지고 있지만 기존 상업적 농업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져 실제 농가에서는 도입을 놓고 고심 중이다. 취지는 좋지만 투자 대비 수익성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재생농업이 생소한 미국 소비자들이 이런 방식으로 재배된 제품에 더 비싼 값을 지불할 준비가 돼 있는지 여부에 대해 환경 보호론자들 역시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재생농업의 이런 한계는 농업 정보기술(애그테크·agtech)이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기업과 협업해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를 실현하는 단체인 IDH는 재생농업으로의 전환을 위한 핵심 기술과 적용 분야를 다음과 같이 꼽았다. 
 
통신 채널을 사용한 생산원칙 표준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사전 예측을 적용한 생산 리스트 완화, 소싱의 경제성 개선을 위한 디지털 통합과 시장 연계 도입, 데이터 기반 금융 및 결제를 통한 경제적 탄력성 구축, 가격 프리미엄을 제공하는 글로벌 바이어와 연결될 수 있는 디지털 추적 솔루션, 작물 상태 및 토양 구성과 휴경지 변화 등을 살펴 경로를 수정하는 원격 모니터링 기술 등이 그것이다.
 
농가에 도입돼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영국 정부로부터 100만 달러의 시드 펀딩을 받은 베르나는 지리공간 데이터를 분석해 재생농업에 최적화돼 있고 투자 대비 수익성이 높은 토지를 식별해주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캘리포니아주를 기반으로 한 트위스티드필드는 자율주행 로봇을 활용해 정밀 파종, 제초, 수확 등을 자동화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2021년 출범해 작년 9월 600만 달러의 시드 펀딩을 받은 클림은 재생농업으로 전환하려는 농부들에게 금융과 트레이닝 지원을 연결해주고 기업들과 일하면서 농업 분야 공급망도 점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은 글로벌 재생농업 시장이 2022년의 87억 달러에서 오는 2027년까지 연평균 14% 성장해 168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토지 황폐화와 침식을 막고 생물의 다양성을 추구하며 홍수, 가뭄 등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재생농업은 식량안보의 중요성과 상업적 농업의 탄소 배출 문제가 대두되면서 수요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컨설팅 기업 A사의 ESG 관계자는 “기업에 대한 ESG 규제가 강화되고 기업 내부적으로도 높은 수준의 ESG 목표를 설정함에 따라 공급망의 탄소 배출량도 관리 대상이 됐다”며 “농작물과 면화 등의 주요 바이어인 식품과 패션 업계가 관심을 보이는 것은 대세적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KOTRA 뉴욕 무역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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