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뉴얼 경영 전도사, ‘마이스 프랜차이즈’의 꿈을 꾸다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는 ‘IT강국’ 꼬리표가 따라 다녔다. 전국에 초고속인터넷망이 깔리고 PC와 스마트폰이 보급됐다. 정부와 업계의 공의 크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업계가 마이스 업계다. 높아진 국가 위상을 외국인에게 잘 포장해 소개했다. 오성환 대표가 이끄는 이오컨벡스도 빼놓을 수 없다. 2005년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APEC) 정상회담에서 ‘IT강국 코리아’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데 기여했다.
●만찬을 ‘월드컵 경기장’에서 = 1998년 설립된 이오컨벡스가 두각을 나타낸 계기는 2003년 부산 국제컨벤션협회(ICCA) 총회를 진행하면서부터다. 100개국 이상에서 약 500명이 참가한 컨벤션업계 대표 행사다.
이오컨벡스가 행사를 담당하게 된 것은 오성환 대표의 참신한 아이디어 덕을 봤다.
2003년은 우리나라를 전 세계에 알린 ‘2002년 한일 월드컵’이 개최된 이듬해이다. 해외에 나가서 한국인이라고 밝히면 ‘코리아 월드컵 4강’이라며 엄지 척을 받곤 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만찬 행사를, 당시만 해도 이례적인 부산 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기획했다.
축구장 잔디 위에서 참가자들이 직접 축구공을 차는 이벤트도 마련했다. 축구에 각별한 애정을 가진 유럽 등 상당수 회원사가 크게 호평했다.
오성환 대표는 “부산시가 상당히 공을 들였던 행사로 만찬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 담당 국장으로부터 ‘뭐 하는 회사냐’는 질문을 받았다”며 “행사를 맡은 게 계기가 돼 부산에서 사업을 해보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직후 부산 벡스코에 ‘부산이오컨벡스’라는 법인을 설립했다.
●정상들에게 ‘IT강국’ 위상을 알려라 = 2년 후인 2005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APEC) 정상회의도 이오컨벡스의 이름을 알리는데 기여했다.
당시 정부는 우리나라의 IT강국 위상을 세계에 알리고 있던 상황. 20개국 이상의 정상들에게 이를 보여주기 위해 벡스코 2전시장에 국내 IT기업들의 전시공간을 마련했다. 그리고 정상들이 이곳에서 1시간 동안 한국의 IT기술을 보고 체험하도록 준비했다.
오 대표는 고민했다. 정상들이 1시간 동안 부스를 돌아볼 수는 없었다. 게다가 전시장은 최첨단 기술들이어서 어찌 보면 딱딱하고 지루할 수 있었다. 그래서 기획한 것이 전시장 중앙에 4000㎡ 규모의 라운지다.
라운지 안 바깥은 편하게 쉴 수 있는 테이블들을 배치하고, 중앙에는 디지털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디지털 연못’을 구현했다. 10여 개의 대형 모니터를 연결해 만든 디지털 연못에는 물고기들이 하나의 모니터에서 다음 모니터로 끊김 없이 헤엄치는 모습을 구현했다. 지금은 흔한 기술이지만 당시에는 마냥 신기했다.
오 대표는 “정상들이 기업들 부스를 돌고 라운지에 모여 환담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IT기술에 대한 대화를 이어가도록 했다”고 소개했다.
오 대표는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된 에피소드도 전했다. 전시장에서 만찬장으로 이동하는 곳 바닥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가상의 디지털 물고기를 밟으면 도망가는 IT모션 반응기술을 전시했는데, 노 대통령께서 정상들 앞에서 한참 동안 시연해 큰 웃음을 선사한 것.
외국 정상들은 노 대통령의 자연스러운 디지털 반응에 놀라워하면서도 한국의 앞선 IT기술을 다시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매뉴얼 경영’으로 완성도를 높여라 = 이오컨벡스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매뉴얼’이다. 명칭도 있다. ‘Io Sono PCO’. Io Sono는 이탈리아어로 ‘나는(I am)’이란 뜻이며 PCO는 ‘국제회의기획자’다.
마이스 분야에 뛰어들기 이전에 대기업에서 근무한 오 대표가 이전 근무 경험을 살려 직접 매뉴얼을 만들었다.
창업 3년차인 2000년에 행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변수에 발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수소문하니 미국에 관련 매뉴얼이 있었고, 이를 어렵게 구해 한국 환경에 맞게 개발했다. 당시 확보한 매뉴얼은 약 100페이지 분량으로 행사장 내 장애인을 위한 동선 확보 등 상당히 체계적이었다.
오 대표는 “행사를 진행하다 보면 챙겨야 할 것이 많은데 어떻게 기준이 없을 수 있느냐”며 개발 배경을 소개했다. 오 대표는 이 매뉴얼이 정부 행사와 같이 철저한 준비 속에 진행돼야 하는 행사에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오 대표에 따르면 이오컨벡스의 매뉴얼은 16가지 업무별로 총 192개 모듈로 구성된다. 총 192개 과업 매뉴얼이 있는 셈이다. 회사는 매뉴얼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개발했다. 현장에서도 상황에 따라 실시간 대처하기 위한 취지다. 오 대표는 최근 마이스 분야 인력난과 관련 매뉴얼이 실효를 거둘 것으로도 소개했다.
“지속적인 청년층 감소로 마이스 분야 인재 확보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영어가 필수인 마이스 산업 특성상 외국인은 물론 타 분야에서 활동해온 인력, 경력단절 여성들이 마이스업계에 빠르게 안착하는데 매뉴얼이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오 대표는 매뉴얼을 업계가 적극 활용하도록 개방할 계획이다. 오 대표는 “매뉴얼은 생물과 마찬가지로 계속 진화해야 한다”며 “업계가 발전할 수 있다면 언젠가는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설비 수입하다가 마이스인 변신 = 오 대표는 마이스 창업 이전에 화려한 경력을 보유했다. 대학 졸업 후 자동차 회사에서 부품 조달 업무를 하다가 가전 대기업으로 옮겨 1990년 전후 에어컨 해외 영업을 맡았었다. 당시 국제전시회에 참가해 마이스 산업의 잠재력에 눈을 떴다.
오 대표는 “독일 백색가전 전시회의 경우 전시장 1층은 일반인들이 관람하고 2층은 호텔처럼 럭셔리하게 꾸며 B2B 상담을 진행했다”며 “이것이 미래 중요한 사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대기업에서 나와 설비 수입업으로 크게 성공한 오 대표는 IMF 외환위기로 사업이 주춤한 틈을 이용해 대학원에서 컨벤션 석사과정을 밟고 1998년 이오컨벡스를 설립했다.
●마이스의 글로벌 프랜차이즈 비전 = 오 대표는 ‘마이스의 프랜차이즈’라는 신사업 계획을 소개했다. 국내에서 펼치는 매뉴얼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해외로 뻗어 나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오 대표는 “스타벅스가 커피가 아닌 서비스를 판매하듯이 마이스 산업도 서비스를 판매하는 비즈니스로 프랜차이즈가 가능하다”며 “우리가 만든 매뉴얼은 프랜차이즈화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우선 국내 부산·광주 등 지역에 적용하고 이후 매뉴얼 현지어화를 통해 해외에서 활용하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3년 안에 국내 컨벤션센터가 있는 지역에 파트너 PCO를 확보하고 이후 해외로 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9대 PCO협회장을 맡고 있는 오 대표는 최근 문제가 된 새만금잼버리 대회를 통해 전문 PCO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됐다고 설명했다. 오 대표는 “국제행사기획업은 전문직으로 모든 행사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전문가”라며 “컨벤션산업은 국가를 알리고 국민을 먹여 살리는 중요한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 설립 : 1994년 5월 1일
• 사명 의미 : io(이탈리아어 ‘나’)+컨벡스(컨벤션&익스비션). io는 ‘나’ 크게는 ‘우리 조직’이 중심이 돼 ‘올바른 기업’ ‘올바른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미
• 대표 행사 : APEC정상회의(2005), OECD세계포럼(2007), 세계한상대회(5차례)
• 모토 : 정해진 시간동안 예측 가능한 컨벤션 업무를 수행하는 PCO, 먼저 시작하고 끝까지 마무리하는 당당한 PCO
• MICE산업 발전을 위한 한마디 : 마이스 산업은 국가가 씨를 뿌리고, 민간이 가꾸고 꽃을 피워서, 모든 국민이 그 열매를 맛보게 하는 행복한 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