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의 요식업 전시회인 ‘인터노가(INTERNORGA)’가 지난 3월 독일 함부르크 전시장에서 개최됐다. 호텔, 레스토랑, 케이터링, 베이커리 및 제과 분야의 혁신을 확인할 수 있는 이 전시회를 통해 유럽과 독일 요식업계를 이끄는 3가지 주요 트렌드를 알아보자.
◆식물성 원료 대체 식품=전시회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띈 제품은 단연 식물성 원료로 만든 대체 식품이다. 식물 기반 생선으로 만든 초밥, 생선튀김, 대체육으로 만든 햄과 베이컨, 햄버거 등 다양한 대체 식품들이 전시돼 관람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참가 업체들이 마련한 제품을 직접 시식해본 참관객들은 대체 식품들이 실제 육류나 생선류 식품과 매우 유사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식물성 원료 기반 식품은 환경과 동물복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 증가로 이제는 세계적인 트렌드가 됐다. 통계 서비스 기업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식물성 대체 우유 및 대체육 시장 규모는 2025년에 각각 328억 유로와 218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20년과 비교해 대체 우유 시장은 107.6%, 대체육 시장 275.9%나 증가한 것이다.
식물성 원료 기반 대체 식품은 유럽 중에서도 독일에서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독일은 유럽에서 완전 채식주의자는 물론 유연한 채식주의자인 플렉시테리언의 비중이 높은 나라다. 이처럼 채식 위주의 식습관을 유지하는 독일 소비자들이 늘면서 식물성 재료를 기반으로 하는 대체육과 같은 식품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2년 독일 대체육 식품 시장 매출은 전년 대비 53.3% 증가한 6억6000만 유로에 달할 전망이다. 또한 이 시장이 연평균 21.3%로 성장해 2027년에는 19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서비스 로봇을 통한 자동화=주방 기계들이 전시된 전시장에서 관람객을 가장 먼저 반겨준 것은 사람이 아닌 서빙 로봇이었다. 이 로봇은 지나가는 관람객들에게 간식을 나눠 주었는데 관람객들과 부딪치지 않아 뛰어난 성능을 짐작케 했다. 서빙 로봇 외에도 요리 로봇, 커피 로봇, 맥주 따르는 로봇, 청소 로봇 등 다양한 서비스 로봇들이 소개됐다. 로봇들이 음식을 조리하거나 맥주를 따르는 모습을 시연하는 부스 앞에는 사진과 동영상 촬영을 하려는 관람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서비스 로봇은 인건비 절감과 고객 서비스 향상 그리고 매장의 효과적인 운영에 도움이 돼 요식업계에서 수요가 점증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제로봇연맹(IFR)이 발표한 ‘월드 로보틱스 2022-서비스 로봇’에 따르면 2021년 세계적으로 서비스 로봇은 12만1000대가 판매됐고 매출은 전년보다 37% 증가했다. 시장 점유율은 유럽이 38%로 가장 높고 북미(32%)와 아시아(30%)가 뒤를 이었다. 서비스 로봇 수요가 가장 많은 곳은 운송 및 물류 분야이고 다음은 호텔과 요식업 분야였다. 요식업 분야에서 서비스 로봇은 2021년에 약 2만 대가 판매됐는데 이는 전년에 비해 85% 늘어난 것이다.
독일 서비스 로봇 시장의 전망도 밝다.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독일 서비스 로봇 시장은 올해부터 2.7% 성장해 2027년에는 23억1000만 유로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 중 상업용 서비스 로봇이 전체 로봇 시장의 81.8%에 해당하는 18억9000만 유로로 가장 크다.
◆지속 가능성=환경 보호와 건강한 외식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요식업계에서도 지속 가능성이 중요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친환경 소재 그릇이나 포장용기처럼 다양한 지속 가능성 제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요식업계에서 지속 가능성이 중요 트렌드로 자리 잡은 이유는 건강, 환경 보호,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고려해 지속 가능한 소비를 하려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 식품 생산 및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에너지와 식재료 절약, 음식물 쓰레기 감소 등 운영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어 지속 가능 경영을 선택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주요인 중 하나다.
지속 가능성은 특히 유럽 요식업계에서 중요한 주제다. 국가적 차원에서 지속 가능성과 환경 보호에 대한 법적 요구를 점점 더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경우 2021년 7월부터 플라스틱 일회용 컵과 식기, 포트 나이프, 빨대 등의 사용이 전면 금지됐다. 이에 따라 독일의 식당이나 카페는 종이로 된 포장 용기나 종이 빨대 그리고 나무로 된 식기들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가치 중심적인 지속 가능성 소비에 따라 비건 식품, 유기농 식품 수요도 커지고 있다. 실제 독일에서는 비건 음식만 제공하는 전문 음식점이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을 제외하면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비건 전문 음식점 정보를 제공하는 러브-비기닷컴(love-veggie.com)에 따르면 10년 전인 2013년 독일의 비건 식당은 75개에 불과했지만 올해 1월에는 359개로 4.8배나 증가했다.
유기농 식품에 대한 관심도 여전하다. 독일 유기농식품산업협회에 따르면 2022년 독일의 유기농 식품 매출은 153억 유로로 전년보다 3.5% 감소했지만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비해서는 여전히 25%나 높았다. KOTRA 무역관이 전시 참가 기업 중 유기농 미역국과 소스를 유통하는 I사에 문의한 결과 “러-우 사태에 따른 인플레이션으로 가격이 비싼 유기농 식품 수요가 줄었다”면서도 “유기농 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 경제상황이 나아지면 수요가 다시 증가할 것으로 본다”는 대답을 들었다.
◆우리 기업 시사점=인터노가 전시회를 통해 확인한 유럽 및 독일 요식업계의 주요 트렌드는 식물성 원료 기반 대체 식품, 서비스 로봇을 통한 자동화, 지속 가능성이다. 이런 흐름은 소비자 니즈, 환경 보호, 업계의 필요성, 경제적 효율, 각종 규제 등 복합적인 요소들이 작용해 형성된 것이다. 따라서 이런 트렌드는 일시적 현상이나 유행으로 끝나지 않고 요식업계를 이끄는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독일 요식업 시장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일상이 조금씩 회복되면서 활기를 되찾고 있다. 이런 긍정적인 상황에 힘입어 요식업 관련 제품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독일 수출을 원하는 우리 기업에게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현지에서 제품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질 수 있도록 요식업계의 주요 흐름을 분석해 수출 및 마케팅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KOTRA 함부르크 무역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