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대금 못 받을 수 있는 ‘비상위험’ ‘신용위험’
수출자금을 조달해서 수출할 물품을 구매하거나 생산한 후에는 수출계약조건에 따라 수출을 이행해야 한다.
수출결제조건은 수출자의 협상력이 높아서 수출대금을 100% 사전송금방식으로 받을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소액거래가 아닌 한 초보 수출자에게 그렇게 너그러운 결제조건을 제시하는 수입자는 드물 것이다.
수출자로서도 힘들게 확보한 해외 거래처에 사전송금방식이나 은행이 지급보증하는 신용장방식만을 고집하기는 어렵다.
일부는 선수금으로 받고 잔금은 외상거래 조건으로 거래할 가능성이 크고 이마저도 거래가 계속되면서 외상거래의 비율이 높아질 것이다.
그런데 외상거래에는 대금 미회수위험이 따른다.
해외거래는 국내거래보다도 더 위험요인이 많기에 해외거래 위험을 잘 파악해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
해외거래 위험 중에서도 수출대금회수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은 크게 비상위험(수입국 국가위험 등 거래당사자가 어찌할 수 없는 위험)과 수입자(또는 개설은행) 신용위험으로 분류할 수 있다.
대부분은 수입자 신용위험으로 인해서 수출대금을 못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전쟁 중인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외화 사정이 좋지 않은 아르헨티나나 베네수엘라,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미얀마, 내란이 종종 발생하는 아프리카 국가, 튀르키예(터키)에서의 예상치 못한 지진 발생 등 수입자가 아무리 우량하더라도 비상위험으로 수출대금을 못 받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다음은 무역보험공사의 대표 상품인 단기수출보험(선적후-일반수출거래 등) 약관에서 나열하고 있는 비상위험과 신용위험의 유형이다.
단기수출보험(-일반수출거래 등)은 보험계약자인 수출자가 수출 후 비상위험 또는 신용위험으로 수출대금을 못 받는 경우 발생하는 손실을 보상하는 무역보험 상품으로 수출지원을 위한 정책보험이다.
● 비상위험
가. 외국(수입국 또는 지급국을 포함하며 이하 같음)에서 실시되는 환거래의 제한 또는 금지
나. 외국에서의 전쟁, 혁명, 내란, 기타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한 환거래의 불능
다. 수입국에서 실시하는 수입의 제한 또는 금지(농수산물이 제2조 제1항 제1호의 방식으로 수출되는 경우 수출품 선적후 수입국의 행정규제조치 또는 검역기준 변경에 따른 통관 불능을 포함함)
라. 수입국에서의 전쟁, 혁명, 내란 또는 천재지변으로 인한 그 수입국의 수입 불능
마. 대한민국 밖에서 발생한 사유로 인한 수입국으로 수송 불능
바. 정부 간 합의에 따른 채무상환 연기협정 또는 지급국에 원인이 있는 외화 송금 지연
사. ‘가’목 내지 ‘바’목 외에 대한민국 밖에서 발생한 사유로서 수출계약 당사자에게 책임이 없는 경우(보험계약 체결 당시 취득을 필요로 하는 수입허가 또는 외화할당을 취득할 수 없게 된 경우 및 보험계약 체결 당시 취득하였던 수입허가의 효력에 부수된 조건 또는 기한에 의해 수입허가의 효력을 상실한 경우는 제외함)
● 신용위험
가. 수출계약상대방에 의한 수출물품(선적서류 포함)의 인수거절 또는 인수불능
나. 수출계약상대방의 지급거절 또는 지급불능
다. 수출계약상대방의 지급지체
애써 수출하고도 수출대금을 받지 못하면 헛일이다. 미리미리 대비해서 수출한 뒤에는 웃을 수 있어야 하겠다.
대금 미회수위험 등을 담보하는 무역보험 상품을 소개하기에 앞서 무역보험공사 홈페이지에 소개되고 있는 ‘수출결제정보(2023.3.13.)’ 및 ‘2024년 해외시장 신용위험 보고서(2024.5월)’를 바탕으로 무역보험을 활용하는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의 수출거래 결제 관행 및 해외시장의 신용위험 동향을 설명한다.
● 결제조건
무역보험을 활용하고 있는 국내 수출자의 2022년 수출거래를 기준으로 결제조건별 비중을 살펴보면 송금방식인 O/A(Open Account, T/T 포함) 73%, 추심방식인 D/A와 D/P가 각각 5%와 1%, NET 6%, L/C 12%, CAD와 COD가 각각 2%와 1%이다.
즉, 우리 수출기업은 안전도 높은 신용장(L/C)거래보다는 무신용장거래를 주로 하고 있으며 이마저도 대부분은 위험도가 높은 송금방식인 T/T거래를 하고 있다.
● 결제 기간
2022년 기준으로 우리 수출기업 수출거래의 평균 결제 기간은 72일이다. 즉, 결제 기간이 대체로 60~90 days여서, 수출하고도 2~3달은 대금 미회수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 연체율
2022년 기준으로 우리 수출기업이 경험하는 평균 연체율은 15%이다.
2021년의 12.5%보다 소폭 상승했다.
평균 연체율 15%가 결코 낮은 수치는 아니다.
수입자에 따라서는 관행적으로 연체를 하는 경우도 있다.
국가별로는 알제리 44%, 엘살바도르 44%, 이집트 37%, 카타르 34%, 아랍에미리트(UAE) 30%, 몽고 29% 등의 연체율이 높다. 특히 중동 지역이 고질적으로 돈을 늦게 갚는 경향이 있다.
● 연체 기간
2022년 기준으로 우리 수출기업이 경험하는 평균 연체 기간은 16.5일이다. 역시 2021년의 15.8일보다 소폭 높아졌다.
평균 수준의 연체율이라면 수출자가 어느 정도 감내할 수 있겠으나 연체율이 30일을 넘어간다면 악성화될 우려가 있다.
국가별로는 벨라루스 70일, 우즈베키스탄 57일, 쿠웨이트 47일, 아제르바이잔 40일 등이 연체를 길게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수출기업은 주로 T/T 등 송금방식으로, 외상 기간 60~90 days 조건으로 거래하고 있으며, 평균적으로 15%의 거래에서 연체를 경험하고 있다.
● 해외시장 신용위험 동향
한편, 무역보험공사가 국외기업 신용평가 데이터를 활용해서 산출한 ‘신용위험지수’(전체 등급 중 불량 R등급 수입자 비중)는 2021년 3.3%, 2022년 4.8%, 2023년 5.9%로, 최근 3년간 지속해서 상승했다.
2023년 러시아의 신용위험지수는 무려 63.1%에 달하였고, 아랍에미리트, 홍콩 등도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러우 전쟁, 경제제재, 미중 무역전쟁, 글로벌 고금리 등으로 수입자 영업 중지, 파산 및 무역보험 사고가 늘어난 탓이다.
이들 요인은 단시일 내 완화되기 어려워 보인다. 수출거래 전 수입자 신용조사, 무역보험 가입 등 리스크 관리 조치가 요구된다.
한국무역보험공사 전문위원
happyojh@gmail.com
저서 : ‘따라하면 돈 되는 수출 첫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