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형태의 미술 작품을 전시하고 거래하는 미술 시장의 성장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글로벌 미술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은 큰 잠재력을 지닌 곳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한국과의 교류도 활발하다.
1. 중심은 단연 미국
유럽 기반의 글로벌 아트페어 기획사 아트바젤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글로벌 미술 시장은 꾸준하게 성장 중이다.
2022년에는 전년 대비 약 3% 증가한 678억 달러를 기록해 팬데믹 이전 수준을 뛰어넘었다.
이 시장의 매출은 2021년 한 해에만 31% 증가한 바 있는데 코로나19 이전 규모를 어느 정도 회복한 이후로도 소폭이지만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특히 2022년 매출이 지난 8년 이래 최대를 기록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0년 팬데믹의 영향으로 213억 달러까지 감소한 미국 미술품 시장은 2021년 280억 달러를 회복됐고 이후로도 성장을 계속해 2022년에는 3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세계 미술 시장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독보적인 비중도 눈길을 끈다.
스태티스타의 분석에 따르면 2022년 글로벌 미술 시장에서 절반에 가까운 45%를 미국이 점유했다.
미국 다음으로는 영국과 중국이 각각 18%와 17%로 뒤를 이었고 이밖에는 프랑스, 독일, 스위스 등 유럽 국가를 비롯해 한국, 일본 등 일부 아시아 국가들로 구성됐다.
세계에서 가장 큰 예술 박물관 및 미술관 1, 2위로 꼽히는 대영박물관과 루브르박물관이 모두 유럽에 있듯이 유럽은 예술과 미술 분야에서 큰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러나 광활한 국토와 다양한 문화를 두루 갖춘 미국 역시 글로벌 미술 업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이며 특히 현대 미술 분야에서는 가장 활발한 시장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박물관 및 미술관 5위로 집계된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을 비롯해 보스턴미술관, 시카고미술관, 뉴욕현대미술관, LA카운티미술관, 게티센터 등 훌륭한 미술관과 갤러리를 갖춘 미술 시장의 핵심 구성원이다.
이처럼 거대하고 활발한 미술품 시장을 배경으로 미국은 세계적인 아티스트와 작품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탄생하는 신진 작가와 작품도 매우 풍부한 시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 한국도 성장에 박차
한국 미술 시장도 최근 활개를 띄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미술 시장 결산 및 주요 결과 분석에 따르면 2022년 국내 미술 시장은 코로나19와 세계 경제 위축에도 역대 최초로 1조 원을 넘어 1조377억 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의 미술품 유통액 7563억 원보다 37.2% 증가한 것으로, 아트페어와 화랑의 매출액 증가가 전체 미술 시장의 성장을 견인했다.
아트페어 매출은 2021년 1889억 원에서 2022년 3020억 원으로 60% 확대됐는데 이는 아트페어 방문객 수의 급격한 성장과 관련이 있다.
같은 기간 화랑을 통한 미술품 판매액 또한 3142억 원에서 5022억 원으로 늘어났다.
한국 미술 시장에서 아트페어의 유례없는 성장은 인상적이다.
앞서 살펴보았듯 2022년 아트페어 매출이 60%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관람객도 13.1% 늘었다.
특히 팬데믹으로 경제가 위축됐던 2020년에는 23만 명에 불과했던 아트페어 관람객이 2021년에는 77만 명으로 234.5%나 급증한 바 있다.
한국에서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주요 아트페어는 가장 널리 알려진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를 비롯해 아트부산, 화랑미술제,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BAMA), 울산국제아트페어, 대구국제아트페어 등이다.
미술 시장에 관한 한국 소비자들의 관심과 수요가 커지면서 관계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를 향후 미술 정책에 적절히 반영할 계획이다.
해당 계획에는 미술품 구매자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에게도 미술품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국내 아트페어에 대한 정책적 관심 강화와 해외 아트페어 기획 및 참가 지원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의 중견 및 신진 작가들이 해외 미술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인데 이는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한국 미술 업계에 희소식이다.
3. 우리 기업 시사점
온오프라인 형태의 다양한 작품에서 메타버스 세계의 예술작품이라 할 수 있는 대체불가토큰(NFT)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미술 시장의 전망은 매우 밝다.
아트바젤은 “본격적인 엔데믹 시대에 돌입한 올해도 미술 시장의 꾸준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미술품 시장의 구성원 중 25만 달러 이하 소규모 딜러들의 매출 전망이 가장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한편 세계 미술품 시장의 주축인 미국에서 한국 미술품에 관한 관심이 계속 커지고 있다.
미 서부를 대표하는 로스앤젤레스의 LA카운티미술관, 일명 LACMA에서는 작년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사이의 공간’(The Space Between: The Modern In Korean Art)’이라는 타이틀의 한국 근대 미술전이 열렸다.
현대자동차가 주최하고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지원한 이 전시에서는 한국 근대 미술의 형성기인 189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까지 활동한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이 선보였으며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소장품 등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들도 포함돼 한국 미술에 대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뿐만 아니라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된 세계적인 아트페어 시리즈 ‘프리즈 LA’와 미국 서부의 대형 아트페어로 잘 알려진 ‘LA 아트쇼’에도 많은 한국 갤러리가 참여해 한국 중견 및 신진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미국 시장에 알렸다.
실제로 한국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된 LA 인근 지역에는 한국의 미술품을 엄선해 정기적인 전시활동을 이어 나가는 크고 작은 갤러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할리우드 인근의 아시아 미술 작품 전시관 ‘엘렌 제이 갤러리’가 대표적이다. 한국 등 아시아 지역의 현대 미술과 디자인 작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이 갤러리는 다양한 지역 배경을 지닌 아티스트들을 미국에 소개하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KOTRA 무역관과 만난 갤러리 관계자는 “화려하고 역동적인 분위기를 간직한 미국 주류의 현대 미술 트렌드와 달리 한국 미술 작품들은 간결하고 조용하지만 존재감을 드러내는 또 다른 분위기로 미국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미술 업계가 미국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 볼 만한 좋은 시기라는 뜻이다.
KOTRA 로스앤젤레스 무역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