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이 트로이온스(Troy-Ounce·이하 온스)당 2500달러를 넘어서면서 금괴 1개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100만 달러(약 13억3000만 원)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1. 미 기준금리 인하 여부가 관건
8월 19일 로이터 통신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금 현물 가격은 이날 미 동부시간 오후 1시 41분께 전 거래일보다 0.2% 하락한 온스당 2501.74달러에 거래됐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이날 1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 종가는 온스당 2541.30달러로, 전장보다 0.1% 상승했다.
국제 금값은 지난 16일 온스당 2509.65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2500달러를 돌파한 뒤 이날 숨 고르기에 나선 분위기다.
블룸버그 통신은 국제 금값이 사상 첫 온스당 2500달러를 넘어서면서 표준 금괴 1개 가격이 처음으로 100만 달러를 돌파했다고 소개했다.
각국 중앙은행이 금 현물을 보유할 때 주로 사용하는 표준 금괴는 일반적으로 1개당 400온스로 제작된다.
국제 금값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7월 말 이후 빠른 상승 흐름을 지속해왔다.
금값은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지거나 금리가 낮아질 때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지정학적 긴장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커질 때도 금값이 강세 압력을 받는다.
금은 국채와 달리 보유 시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 만큼,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 금 투자에 따른 기회비용이 줄어들고 이는 금값 상승 요인이 된다.
또 미국 기준금리 인하는 달러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며, 달러 이외 통화를 가진 투자자들로서는 달러로 가격이 매겨진 금 투자에 나설 유인이 생긴다. 9월 미 연준의 금리인하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2. “온스당 2700달러도 가능”
주요 금융기관들은 금값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UBS글로벌 자산운용의 웨인 고든 전략가는 금값이 내년 중반께 2700 달러를 향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BMI의 원자재 분석 부문장인 사브린 초두리도 “다음 달로 예상되는 연준의 금리 인하 시작 시 금값은 2700 달러에 이를 수 있다”면서 “(안전자산인) 금값은 불확실성 속에 오르는데 (현재) 불확실성이 최고조”라고 말했다.
시티그룹 애널리스트들은 한발 더 나아가 내년 중반 금 목표가를 3000달러로 제시했다. 현재 가격인 2500달러인 만큼 20%가량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본 것이다.
다만 연초만 해도 강력했던 ‘큰손’ 중국의 금 수요가 둔화세를 보이는 것은 가격 상승을 제한할 수 있는 요인이다. 중국 해관총서 발표를 보면 중국의 7월 금 수입은 전월(58.9t) 대비 24%가량 줄어든 44.6t을 기록, 2022년 5월(27.1t) 이후 가장 적었다.
중국의 경기 둔화와 금값 상승 등이 수요를 위축시켰다는 평가가 나오며, 중국 상하이 시장에서 금값 프리미엄(웃돈)은 7∼8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도 지난 3개월간 금 매입을 중단했다.
3. 부유층들의 금 투자가 배경
금값은 올해 들어 미국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 속에 수차례 사상 최고가를 새로 쓴 바 있다.
금값은 올해 들어서만 21.3% 상승해 은(23.8%)과 함께 원자재 가운데서도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 상반기 국제 금값의 고공행진에는 각국 중앙은행뿐만 아니라 부유층 투자자들의 금 매수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세계금협회(WGC)는 최근 2분기 금 수요 동향 보고서를 통해 장외(OTC) 투자 규모가 329t으로 전체 금 수요에서 큰 부분을 차지했다면서,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에 더해 이러한 거래가 금값 상승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2분기에 장외 투자를 제외한 금 수요는 장신구 수요부진 등의 여파로 전년 동기 대비 6% 하락한 929t에 그쳤지만, 장외 투자를 포함할 경우 전년 동기 대비 4% 늘어난 1258t으로 2000년 집계 시작 후 2분기 기준 가장 많았다는 것이다.
2분기에 중앙은행들의 금 순 매입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6% 많은 184t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장외 거래에 대해 상업은행들이 비공개로 매수를 주선하는 만큼 파악이 어렵고 불투명하다면서도,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투자 자문사(패밀리오피스)와 부유한 개인 투자자들이 매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WGC의 존 리드 수석 시장전략가는 일부 사례를 근거로 패밀리오피스들이 미국의 과도한 부채 수준을 우려해 금 매입에 나섰을 수 있다고 봤다.
그는 “금값 고공행진을 설명할 수 없어서 (집계 과정에서) 빠진 매수자를 찾고 있었다”면서 “(이들이) 미국 부채에 대한 우려로 금 매입에 나섰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홍콩과 싱가포르의 부유층의 금 매수세가 강했고, 튀르키예 부자들도 리라화 가치 폭락에 대응해 금을 사들였다고 설명했다.
4. 중국의 골드바·골드코인 판매 급증
부유층의 금값 올리기는 지난 상반기 중국에서도 나타났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황금협회(CGA) 자료를 인용, 올 상반기 중국 내 골드바와 골드코인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46% 급증한 213.6t이라고 전했다. 이는 상반기 중국 전체 금 소비의 40%를 차지한다.
상반기 중국 금 소비의 절반 이상은 금 장신구가 차지했다. 다만 소비자들 주머니 사정이 안 좋아지면서 금 장신구 소비량은 전년 동기보다 26.68% 줄어든 270t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상반기 중국인들의 전체 금 소비량은 전년 동기보다 5.61% 줄어든 523.8t으로 나타났다.
투자은행 나티시스의 게리 응 분석가는 SCMP에 “(중국에서는) 자본 통제와 투자 옵션 부족 탓에 자산 보존에 대한 선택지가 매우 제한적”이라며 올해 초 시작된 ‘골드러시’는 중국인들의 어두워지는 경제 전망, 부진한 주식 및 부동산, 위안화 약세로 인해 촉발됐다고 설명했다.
5. “트럼프 재집권 땐 금이 안전자산” ???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가장 유망한 안전자산을 물은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과반이 금을 꼽았다고 전했다.
블룸버그 조사 서비스인 ‘MLIV 펄스 서베이’가 7월 22∼26일 4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금’(53%)을 택한 응답자가 ‘달러’(26%)의 2배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달러화 약세를 예상한 응답자는 67%였다.
트럼프 정부 1기 때 달러 가치가 10% 넘게 하락한 반면 금 현물 가격은 50% 넘게 오른 바 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세우는 감세와 관세 인상 등은 인플레이션 요인으로 꼽힌다.
JP모건체이스의 그레고리 시어러는 지정학적 긴장,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 중앙은행의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을 거론하면서 “미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이들 요인이 오래가겠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더 커질 수 있다”고 최근 평가했다.
외신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