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포장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 포장연합회에 따르면 2022년 연간 매출 2000만 위안 이상 포장업체가 9800개를 넘어섰다.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다양한 포장 디자인 트렌드와 관련 규제를 알아보자.
1. 포장 트렌드 ‘3선’
우선 ‘궈차오’(國潮, 애국소비) 포장이다.
최근 몇 년간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애국소비 양상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애국소비를 의미하는 ‘궈차오’는 중국의 전통문화를 뜻하는 ‘궈(國)’와 트렌드를 뜻하는 ‘차오(潮)’가 합쳐진 단어다. 특히 트렌드와 유행에 민감하며 중국 소비시장에서 큰손으로 부상한 지우링호우(1990년 이후 출생자)와 링링허우(2000년 이후 출생자)에게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 되고 있다.
중국 화장품 브랜드 화시즈는 궈차오 트렌드의 대표주자다. 2017년 ‘동양의 미’를 내세워 브랜드를 론칭한 이후 6년 만에 중국 대표 화장품 브랜드로 부상했다.
작년 6월 진행된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티몰의 ‘쇼핑주간 618’에서 전체 화장품 카테고리 내 판매량 4위, 중국 브랜드 중에서는 1위를 기록했다.
화시즈의 성공 비결은 궈차오를 겨냥한 제품과 포장 디자인에 있다.
궈차오 소비가 흥행할 수 있었던 것은 주요 소비층이 젊은 세대로 이동하면서 이전 세대보다 높아진 문화적 자신감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지우링호우와 링링호우는 중국 제품이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을 키워나가던 시대에 태어나 ‘중국 제조’에서 ‘중국 양질 제조’로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에 자부심을 느끼는 세대다.
궈차오는 단순히 중국풍이 아니라 트렌드가 반영돼야 하는 만큼 이들의 취향과 소비심리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으로 브랜드 콜라보레이션 포장재가 있다. 요즘 중국에서는 브랜드 간 콜라보를 통한 마케팅이 성행 중이다.
지난 9월 출시된 중국 커피 브랜드 루이싱커피와 전통주 제조업체 마오타이가 콜라보한 ‘장샹라떼’(알코올 라떼)가 인기다.
중국 경제 주간지 중국경제주간에 따르면 장샹라떼는 출시 첫날에만 542만 잔을 판매해 매출이 1억 위안을 돌파했다. 출시 3일 만에 재료 소진으로 판매가 중단되는 곳이 생기자 루이싱커피는 판매 재개 일정을 사회공유망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했다.
장샹라떼가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로 브랜드 이미지가 돋보이는 포장이 꼽힌다. 중국 토종 술인 구이저우 마오타이의 빨간색 배경과 흰색 띠를 두른 듯한 포장 디자인을 그대로 활용한 커피 홀더와 쇼핑백이 눈길을 끈다.
장샹라떼 쇼핑백의 품귀현상이 이어지고 쇼핑백 이미지를 찾는 고객이 늘면서 루이싱커피 공식 웨이보에는 쟝샹라떼 배경 화면까지 등장했다.
재활용 가능한 포장재도 주요 트렌드다. 2018년 설립된 중국 신예 음료 브랜드 하오왕수이는 재활용할 수 있는 유리 포장을 앞세워 친환경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하오왕수이의 주력 음료인 ‘왕’ 시리즈는 재활용 가능한 유리병 포장이 특징이다.
하오왕수이는 재활용 포장을 홍보하기 위해 2021년부터 ‘공병 수거 캠페인’을 시작했다. 세계 지구의 날을 맞아 유리 공병의 다양한 활용법을 홍보하면서 환경 보호에 앞장서는 모습을 부각시켰다. 소비자들은 이런 제품의 특성을 눈여겨보며 유리 공병을 활용한 꽃병, 수납 유리병, 유리병 꾸미기 등 재활용 아이디어를 SNS에 적극 게재하고 있다.
2. 식품 과대 포장에 대한 경계
제품의 특징을 살려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 위한 포장 디자인 경쟁이 심해지면서 제품 과대 포장 관련 규제도 엄격해지고 있다.
특히 월병, 쫑즈(단오절에 먹는 찰밥) 등 명절 선물세트용 식품에서 과대 포장이 자주 적발되고 있다. 중국 소비자협회가 2022년 4월부터 10월까지 언론에 보도된 과대 포장 사례를 분석한 결과 총 37건 중 식품(월병)이 25건으로 68%가 넘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소비자의 판단력을 흐리는 과대 포장을 규제하기 위해 2021년 8월 중국 국가 표준 ‘상품 과대포장 제한 요구사항–식품, 화장품’을 발표했다. 2년의 과도기간을 거친 이 조치는 지난 9월부터 정식 시행됐다.
이에 따라 식품 31종과 화장품 16종의 포장 요건이 강화됐다. 포장 공간 비율, 포장 횟수, 포장 원가 등 3가지 기준 중 한 가지 이상 기준에 미달하면 과대 포장에 해당하며 이 경우 제품의 생산, 판매와 수입이 불가능하다.
포장 횟수와 관련해 곡물, 곡물 가공품, 월병 및 쫑즈의 포장 횟수는 3차 이상 초과할 수 없다. 나머지 제품은 포장 횟수를 4차 이상 초과할 수 없다. 포장 공간 비율과 관련해서는 단일 제품의 실제 용량별 비율을 지켜야 한다.
예를 들어 아이스크림 1개의 실제 용량이 30g, 6개 한 박스의 용량이 180g이라면 단일 제품은 1개의 아이스크림을 의미하기 때문에 포장 공간 비율은 ≤50%이어야 한다.
내장된 제품과 직접 접촉하는 포장지를 제외한 전체 포장 원가는 판매가격의 20%를 넘을 수 없다. 특히 월병과 쫑즈의 과대 포장을 규제하기 위해 판매가격이 100위안 이상인 제품은 원가 비율을 15%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3. 우리 기업 시사점
코로나19 기간 중 억눌렸던 소비가 되살아나면서 중국 소비재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 유통망 구매 담당자는 KOTRA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중국 소비재 포장 트렌드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며 “우리 유통망에 입점하는 식품의 경우 포장 사진이 있어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으며 고급스러운 포장이 선호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브랜드들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포장 디자인을 통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 나가고 있어 우리 소비재 기업들도 중국 진출 시 현지의 포장 트렌드를 충분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또한 중국 정부가 소비자와 환경 보호 차원에서 과대 포장을 엄격하게 규제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를 숙지해 제품 생산과 수출에 반영해야 한다.
KOTRA 선전 무역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