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근
필자가 베트남에 온지도 벌써 십팔년이 되었다. 여자도 아닌데 십팔년이라고 하니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지만 좌우간 십팔이라는 단어는 골프와 무관하지 않은 단어이다. 십팔년 전 처음 베트남에 왔을 때는 직항선이 없었고 정부에서 소양교육을 받고 방콕에서 하룻밤 자야만 호찌민에 올수 있었다. 당시 베트남에는 골프장도 없었고 Driving Range(연습장)도 없었는데 방콕의 골프 숍에서 Tailer Made 골프채 4번 우드를 사가지고 들어왔다. 공항의 세관 직원이 채를 들고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이리저리 훑어보던 기억이 난다.
골프장도 없었고 연습장도 없었지만 필자는 골프장이 생기기를 고대하며 가라스윙을 해대었다. 외로움과 허전함을 날려 보내려고 그랬을지도 모른다. 1993년인가 그즈음 크리스마스에 베트남 최초의 송베 골프장에서 9홀을 개장하고 시타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당시에는 주로 상사 주재원들과 무역업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필자도 그곳에서 베트남 최초의 라운드를 하였다. 회원권을 구입하고 라운드 한지 얼마 되지 않아 11번 홀에서 베트남 최초의 홀인원을 하여서 필자의 이름이 송베 골프장의 벽에 붙어 있었는데 그 후 회원권을 팔아버렸더니 가차 없이 필자의 이름이 벽에서 지워졌다.
송베 골프장이 최초로 개장되긴 했으나 그 후 일 년도 되지 않아 투득 골프장이 생겼으며 여유가 있는 골퍼들은 양쪽 골프 회원권을 가지고 있었으며 년 회비를 부과하기 시작하자 필자는 한쪽을 팔아야 하겠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많은 한국인들이 송베 회원권을 팔고 투득 회원권을 구입하였다. 송베의 매니지먼트가 한국인의 입맛에 맞지 않았던 것이다. 주로 제조업을 하는 분들이 투득 멤버가 되었으며 상사직원들은 송베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 즈음 하노이 인근에는 있는 동모에 KINGS’ ISLAND GOLF COURSE가 생겼으며 5,000불에 멤버십을 팔았다. 송베의 당시 멤버십은 2만 불 정도였고 투득도 18홀을 2만 불에 분양하였으며 18홀을 더 만들면서 10,000불을 더 내고 36홀 멤버십을 구입할 수 있었다. 투득의 EAST COURSE는 왕년의 유명한 골퍼인 리 트레비노가 디자인 한 것인지 몰라도 그가 와서 홍보를 하였다. 당시에 WEST COURSE에는 야간골프도 할 수 있었으며 필자는 야간 골프대회에서 상을 탄 기억도 난다. 야간 골프 시에 골프장이 그렇게 밝지는 못해서 캐디가 손전등으로 공을 비출 때 공을 치기도 했다. 시원하긴 했지만 모기가 물고 그리 밝지가 않아서 계속적으로 진행되지는 못한 것 같다. 전력비 대비 입장객을 따져서 아마 수익성이 없어서 중단하였거나 정부에서 전력난 등으로 중단하도록 결정했는지도 모른다.
송베와 투득이 생긴지 2~3년 후에 PHAN THIET 골프장이 생겼다. 닉 팔도가 디자인한 골프장으로 해변을 낀 링크 코스로 9번 홀은 세계 100대 아름다운 홀로 선정되기도 한 국제수준의 좋은 골프장이다. 이곳에서 필자는 연속 홀인원을 기록하는 영광을 누렸다. 그러나 호찌민에서 3시간 이상 가야하므로 당일 코스로는 적합하지 못한 것이 흠이다. 하루나 이틀 자고 오기에는 아주 좋은 곳이다. 아름다운 해변과 리조트들이 주위에 즐비해서 이국의 향취를 느끼기에 가장 좋은 곳이다. 무이네 관광도 곁들일 수 있어서 좋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국골퍼는 무이네 관광보다는 9홀이라도 더 치는 것을 선호하는 것 같다.
판티엣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달랏 골프장이 생겨서 회원권을 동시에 분양하였다. 달랏 골프장은 산악 골프장이어서 호찌민의 평평한 골프장과는 다른 느낌으로 골프를 즐길 수 있다. 폭신한 페어웨이와 매끈한 그린이 일품이나 코스 레이아웃은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 다만 기후가 한국의 가을 날씨와 같아서 무엇보다 좋으나 우기에는 공이 구르지 않고 반 이상 푹 박히는 단점이 있으므로 우기에는 가지 않는 것이 좋다.
Robert라는 Golf Director는 Vietnam News 라는 영자 일간지에 10년 전부터 주말마다 골프 칼럼을 쓰고 있다. 콧수염이 트레이드마크인 그는 투득에서 5년 정도 근무하다가 하노이 인근의 동모 골프장으로 전근하였으며 현재는 북부의 다른 골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Jeff 라는 Golf Director는 달랏과 판티엣의 골프장을 오랫동안 운영했으며 주로 서양인들과 친했던 반면에 Robert는 동양인과도 친했으며 베트남 골프장의 산 증인들이다.
그 후 동나이 골프장이 생겼으며 많은 한국인들이 멤버십을 샀다. 좀 멀지만 좀 더 싼 맛에 그리고 한국적인 레이아웃으로 된 친근감에 멤버십이 인기를 끌었으나 분지로 형성된 코스여서 더 덥고 교통난이 심해져서 인기를 잃어가고 있다. 따라서 실제 멤버십 가격도 많이 하향되었다. 그러나 동나이 지역 골퍼들에게는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붕따우 골프장은 해변에 자리하였으며 자연미를 살린 아름다운 코스이나 관리가 잘 되지 않아서 페어웨이에 떨어진 공을 옆으로 옮겨놓을 수 있는 로칼 룰을 만들기도 했다. 클럽하우스나 락커룸이 좋지 않아 골프장의 격을 떨어뜨려 놓았다. 그러나 새로운 경영진이 들어와서 여러모로 많이 개선되었다. 2000년도 전후하여 호찌민 팀과 붕따우 팀이 라이더 컵 형식의 대회를 하였는데 한해는 붕따우에서 한해는 투득에서 했다. 몇 년간 계속되었는데 필자는 호찌민 팀으로 뛰었는데 승률이 훨씬 많았으며 대부분이 서양인들로 구성되었다.
2000년도 초반에 롱탄 골프장이 생기면서 Private 골프장의 기치를 내걸고 차별화를 선언하며 회원권을 팔았으나 베트남인이 오너여서 그런지 몰라도 한국인들에게 멤버십을 많이 팔지는 못했다. 그래서 멤버십이 없는 한인골퍼들이 이 골프장을 많이 애용하고 있다. 아기자기한 맛은 있으나 국제수준의 골프장이라고 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롱탄 골프장이 생길 즈음 북부에는 Chi Linh Star골프장이 생겼다. 베트남에서 가장 어렵고 좋은 골프장이라고 선전되었다. 국제대회도 치를 만큼 훌륭한 골프장이다. 이어서 참빛 그룹에서 만든 54홀 국제규격의 골프장이 들어섰는데 그곳에서는 하나은행이 주최한 국제대회가 작년에 열렸으며 Phoenix Golf장의 장점은 절경이다. 육지의 하롱 베이라고 하는데 골프장은 경치만큼 좋지는 않은데 매니지먼트는 많이 개선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프로샵에서 공을 사는데 다른 골프장의 2배를 받는 것까지는 가까스로 이해하려고 했으나 10불짜리든 15불짜리든 일률적으로 20불을 받는 것을 보고 참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다. 숙소의 침대에서는 곰팡이 냄새가 풍겼는데 지금쯤은 모두 개선되었으리라 기대한다.
지금까지 필자가 가본 골프장만 언급했는데 현재 베트남에는 15개의 골프장이 운영 중이고 25개의 골프장이 허가를 받아 추진 중이다. 골퍼는 6,000명 정도이고 회원권 소지자는 1,200명 정도라고 한다. 한국인 골퍼가 그 중의 반 정도를 차지한다고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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